코로나19가 창궐한지 일 년이 지났다. 일상이 모두 바뀌었다. 어디 마음 둘 곳도 없고, 어
느 누구에게 쉽게 하소연하지 못하는 비대면이 지속되고 있으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
에 살고 있다. 다만 늘고 있는 것은 체중이었다. 예전엔 가스레인지 점화 손잡이를 돌릴 때
나는 따다다다다딱 소리가 박수갈채처럼 들려 왔지만, 어느 날 인덕션으로 바뀌면서 새댁 목
소리로 “인덕션이 조리를 시작합니다.” 멘트가 무료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옛 것이 그립지만
시대는 용서치 않고 새로운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인생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차츰 노인의 영역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제는 세상과 밀당하며
지내는 것이 평범한 진리가 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인생이란 길을 걷게 된다. 인
생은 제각각 특이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길을 걷다보면 무수
한 갈림길과 고빗길을 만난다. 이 갈림길과 고빗길을 우연에 의지하기도 하고 또는 타인의 힘
에 편승하여 걷는 사람도 있으며, 스스로의 의지력으로 선택한 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도 있
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우연의 작용을 내 의지로써 조절하고 외부 영향에서 벗어나 내 스
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가기도 한다. 때론 실수가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나의 책임이고, 패배가
있을지 모르나 그것 또한 나의 책임이니 줄잡아 아쉬움 없는 인생여정이 될 만하다.
큰 구멍을 파려면 자리를 넓게 잡아야 하고 그 나무를 가꾸려면 북을 높게 돋우어야한다.
즉 밤이 열리려면 일단 밤나무가 자라야한다. 어쨌든 열매는 맺도록 해야 할 게 아닌가. 이런
게 자식농사라 한다. 어려운 와중이지만 동시대同時代에 살아가면서 오늘은 문중에 낭보朗報를
전해 드릴까한다. ‘오재현’은 1999년생(21세)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성남초등학교를 졸업하였
다. 자고로 옛말에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망아지를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라 했다.
하여 서울에서 성남중·경복고를 졸업하였으며 한양대학교3학년이던 지난해 프로농구 2020년
드래프트에 참가하여 2라운드 1순위로 ‘서울SK나이츠’에 입단하였고, 작년 12월9일 안양KGC
인삼공사 전에 ‘22번’을 달고 데뷔했다. 4쿼터에 ‘포인트가드’로 첫 출장하여 6분 동안 6득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로 맹활약하며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호
명된 선수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포인트가드는
적재적소에 공을 공급하는 플레이메이커라 할 수 있다. 함대의 선두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기
함을 ‘플래그십flagship’이라 부르는데, 오재현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아이는 나의 당질堂姪이다. 어릴 땐 ‘큰아빠’라 부르며 곧잘 따랐으며, 집에 오면 목욕탕
에 순순히 따라와 주던 꼬마 녀석이었다. 고사리 손으로 등을 밀어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성장하여 엄동의 안방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십년 전 보책譜冊을 수단하면서 족보에
등재할 이름을 ‘제세制世’라 작명해 줬다. 운동으로 세계를 제패하라는 뜻으로 지었다. 현재는
‘루키(신인선수)’에 불과하지만 스포츠기자들은 올해 ‘신인상’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신인상이 무
언가? 생애 단 한 번의 기회며 모든 선수들의 꿈이기에 꼭 신인왕타이틀을 쥐기 고대한다.
누구에게나 성장과정의 몫은 부모의 영역이지만 이제는 본인 스스로 힘든 프로의 세계를 헤
쳐 나가야만 한다. 운동은 힘들다.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이 보통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것이 이
치이듯 실력은 짧은 시간의 운으로 되지 않는다. 남에게 배울 수는 있어도 익히는 건 오직 자
신 몫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갈림길과 고빗길에서 잘 헤쳐가길 바란다. 반드시 땀 흘린
만큼 대가代價는 돌아오며, 꿈도 영글기 마련이다. 엄중한 시기 문중은 꼭 몸으로 뭉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마음으로 뭉칠 수 있으니 여러분의 성원을 부탁드린다.
첫댓글 네~ 정말이지 자랑스러운 문중에 경사네요 ^,^
앞으로 관심갖고 응원 하겠읍니다 ~
해문아재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남겨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