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컴팩트 SUV 티구안. 투아렉 그늘에 가려 주목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 했다. 2012년형으로 무장한 티구안은 한번의 페이스리프트와 상품성 개선으로 야무진 눈매와 2세대 파크어시스트 까지 더욱 보강되었다. 언제나 빛나는 데이타임 러닝 라이트는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트렌드 아이템. 그 안에 눈매는 신형 투아렉과도 비슷해서 폭스바겐 혈육임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글 / 김장원 사진 / 최재형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티구안은 또렷해진 이목구비와 정갈한 볼륨 몸매가 돋보인다. 많은 변화 보다는 소심한 터치가 일방적이지만 오히려 부담 없는 모벙생 스타일로서 외모는 일단 합격 점이다. 투아렉이 남성적이었다면, 티구안은 부드럽고 섬세한 여성적인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적당한 사이즈로 보나 운전하기에도 부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운전하기 좋다. 포지션을 고려하면 SUV 장르에서 골프나 다름없다.
알다시피 폭스바겐의 막강 디젤 엔진 라인업에 속해있는 티구안은 2.0 TDI 엔진에 고효율 7단 DSG 변속기의 조합이다. 하지만 블루모션 뱃지를 달아 스타트-스탑 시스템과 브레이크 에너지 회생 시스템이 더해졌다. 그리고 또 한가지 더해진 친환경 테크놀로지는 바로 코스팅 모드의 존재다. 코스팅 기능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 타력으로 주행하는 경우, 자동으로 기어가 중립으로 변속되어 불필요한 엔진브레이크를 줄여준다. 이렇게 연비 향상을 위한 기술이 모여 이뤄낸 공인 연비가 18.1km/l 이다. 물론 연비에 불리한 자동변속기와 AWD 조건을 포함하고도 말이다
골프와 동일한 2.0 TDI 엔진은 최고출력 140 마력, 최대토크 32.6kg.m으로 시내를 누비기엔 손색없는 파워다. 디젤 엔진 소음은 모두 차단 되기 때문에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볍게 전개되는 토크는 어디서나 여유 있게 터져 나온다. 숙성된 변속기가 전달하는 반응도 부드럽고 동시에 야무지게 동력을 전달한다. 7단이나 되기 때문에 변속이 잦은 편이지만, 바쁜 티를 내지 않아서 부담감은 전혀 없다.
단조로운 인테리어는 심플하고 소박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다르다. 우선 라미네이트 글라스가 적용된 파노라마 선루프가 탁월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가죽 시트는 단단한 질감이나 쿠션감이 제법 고급스럽고 몸에도 잘 맞는다. 폭스바겐 냄새가 풍기는 직관적인 실내 구성은 블랙 인테리어에 메탈 포인트로 힘을 주었다. 리어 시트는 조금 높지만 헤드룸에는 여유가 있다.
컴팩트 SUV 라지만 알뜰하게 공간을 연출해서 부족함이 없다. 리어 시트에서 펼 수 있는 컵홀더와 간이 받침대는 마치 항공편을 연상케 하는 배려다. 다만 퍼스트 클래스는 아니고 일반석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조그만 배려덕분에 자상한 가장 노릇은 톡톡히 할 수 있다.
티구안에 탑재된 파크어시스트 2.0은 기존의 1세대 보다 진화해서 평행주차 뿐만 아니라, T자형 주차도 가능하다. 덕분에 자동 주차 기능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진 셈이다. 실제로 똑똑한 파크어시스트를 이용해 주차를 해보면, 빈 주차공간을 깔끔하게 주차하는 실력을 발휘한다. 이제 주차를 두려워하는 초보 운전자들도 척척 해낼 수 있다.
고속주행까지 꾸준하게 밀어 붙이는 파워는 진득하니 밀어 붙이는 맛이 쏠쏠하다. 넘치는 파워는 아닐지언정 인내심 하나는 인정할 수 있다. 회전 능력에 탁월하고 극단적인 토크 하락이 없기 때문에 달릴 맛이 나는 엔진이다. 하체에서 전달하는 주행 능력도 파워트레인과 많이 닮아 있다. 팽팽한 긴장감 까지는 아니더라도, SUV를 잊게 만드는 민첩한 핸들링이 손으로 전달된다. 그만큼 승차감은 단단하고 우직한 편이다. 하지만, 리어 시트에서 사정은 조금 다르다. 한창 즐거운 드라이빙 대신 신경질적인 반응은 감수해야 한다.
티구안은 폭스바겐의 풀타임 4륜 구동 방식인 4MOTION이 기본이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4MOTION은 전륜 90% 후륜 10%의 동력 배분으로 연비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필요 시 에는 후륜에 전달되는 동력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며, 최대 100%까지 전동 유압식 4륜 구동 클러치에 의해 전달된다.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최상의 트랙션 능력이 보장되므로 4륜 구동이 특화된 SUV 자존심도 지킨 셈이다.
한결 샤프하게 다듬어진 티구안은 어느 한구석 모자람 없이 상향평준화 된 SUV로 자리매김했다. 보다 강조한 패밀리룩 때문일지 몰라도 폭스바겐다운 정직한 맛과 정석 같은 고집을 느낄 수 있다.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티구안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3천 만원 대로 올해 출시 예정인 컴포트 등급도 두고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