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승하 블로그
할리우드에는 ‘진’(Jean)이라는 이름의 두 명의 금발 여배우가 있었다. 진 할로우(Jean Harlow)와 진 아서(Jean Arthur). 진 할로우는 1911년에 태어나서 1937년에 급성 신장염으로 죽었으니 완전 요절이었다. 진 아서는 1900년에 태어나서 1991년에 죽었으니 완전 장수였다. 전자는 불세출의 신성이었고 후자는 대기만성의 노력형이었다. 진 아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서부극 <셰인>은 1953년 작이다. 53세의 나이에 찍은 작품인 것이다.
1930년대 할리우드에는 금발 미녀들이 수두룩했다. 그래서 진 아서도 자신의 갈색 머리를 금발로 탈색했다. 허스키하고 섹시한 목소리만큼은 그녀만의 중요한 개성이었다. 일찍이 모델로 활동하던 그녀는 무성영화 <카메오 커비>(1923)로 영화에 데뷔했지만 유성영화가 등장한 후에야 진짜 스타가 되었다.
드라마와 코미디를 모두 잘 소화한 그녀는 존 포드 감독의 갱스터 코미디 <홀 타운즈 토킹)(1935)에서 에드워드 G. 로빈슨의 상대역으로 유명세를 얻었고,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디즈 씨 도시에 가다>(1936)와 <스미스 씨 워싱턴에 가다>(1939) 두 편에서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두 편 모두 그녀는 순진한 주인공의 벗이 되어 그를 파괴하려는 타락하고 냉소적인 자들로부터 주인공을 보호하는 역할을 연기했다. 카프라 감독은 언젠가 그녀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두 편 사이에 항공우편 조종사에 관한 하워드 혹스 감독의 멜로드라마 <천사만이 날개를 가졌다>(1939)에도 출연했는데, 거기서 아서는 캐리 그랜트의 애정을 놓고 경쟁자로 등장하는 리타 헤이워즈에게도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아서가 지닌 근본적인 건전함은 조지 스티븐스의 전쟁 코미디 <한 여자와 두 남자>(1943)에서도 전면에 부각되었고 이 영화로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서는 세실 B. 드밀의 <평원의 사나이>(1936)에서 컬래머티 제인으로도 호소력을 발휘했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주요 배역을 맡은 또 한 편의 서부극 <셰인>(1953)에서는 앨런 래드가 분한 셰인의 매력에 느끼면서도 말없이 지켜보는 농부의 아내를 연기했다.
할리우드식 홍보를 지나치게 꺼렸던 그녀는 배우 생활 말기에는 영화에 진력을 느꼈다. 그녀는 잠시 <진 아서 쇼>(1966)라는 TV 시리즈를 맡았지만 겨의 11주 동안만 방송되었다. 그런 다음에는 영화계에서 완전히 은퇴하여 자신의 재능을 가르치는 일에 발휘해 바사 칼리지와 노스캐롤라이나 예술학교에 몸담고 신진들을 가르쳤다.
[네이버 지식백과] 진 아서 [Jean Arthur] (501 영화배우, 2008, 마로니에북스)
영화를 통해 진 아서의 똘똘하고 야무진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진 아서의 실제 모습에 종종 기겁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캐릭터 배우들에게 영화 속의 이미지는 실제 삶의 반영이지만 진 아서에게는 아니었습니다. 실제 아서의 성격은 영화 속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아서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하고 수줍은 사람이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죠. 카메라 앞에서 용감무쌍한 카프라의 여자 주인공을 연기하다가도 카메라가 멈추기만 하면 토했다느니, 팬들 근처에만 가도 공포스러울 정도로 히스테리컬해졌다느니. 아서의 무대 공포증 때문에 배우를 바꾼 연극도 있었습니다. <Born Yesterday>가 바로 그 작품으로, 당시 대타로 나선 배우는 주디 홀리데이였습니다. 홀리데이는 이 연극의 영화 버전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았지요.
그렇다면 아서가 연기한 스크린 위의 그 용맹한 여성들은 다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아마도 이 배우의 프로페셔널리즘과 재능이 만들어낸 순수한 창조물이었겠지요.
아서는 두 번 결혼한 적이 있습니다. 줄리언 앵커라는 사람과 한 첫 번째 결혼은 하루 만에 무효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작자인 프랭크 로스와는 17년을 같이 살았으니 당시 영화배우치고는 오래 같이 산 셈입니다. 이 배우에 대한 소문 중 가장 흥미진진한 것은 아서가 역시 피터 팬을 연기했던 여자 배우 메리 마틴과 애인 사이였다는 것이겠죠.
존 올리어라는 사람이 몇 년 전에 아서의 전기를 썼습니다. 제목 참 그럴싸해요. 『Jean Arthur: The Actress Nobody Knew』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99/09/15, DJUNA의 영화낙서판 인명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