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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면은 밀가루와 전분으로 만든 면을 맑은 육수에 말아서 만든다.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맑고 차가운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것이 꼭 평양냉면을 닮았는데, 한국전쟁 당시 북쪽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고향의 맛을 떠올리며 메밀가루 대신 밀가루를, 꿩과 닭 대신 해물로 육수를 내어 만든 것이 밀면이라니 밀면은 평양 냉면 사촌쯤 되는 셈이다.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도 그 생김새와 성격이 다른데 형제도 아닌 사촌 격인 평양냉면과 밀면은 그 맛이 달라도 한참 다를 수밖에 없다. 담백하고 삼삼한 평양냉면과 달리 밀면은 매콤하고 달콤하다. 담백하고 개운한 뒷맛도 일품이다. 더운 여름날 차가운 육수를 꿀꺽꿀꺽 마시고 쫄깃한 면을 꼭꼭 씹어 먹다 보면 '냉면보다 밀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두고 3대 맛집 같은 것을 꼽곤 한다. 밀면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역 앞 초량밀면은 흔히 말하는 부산 밀면 3대 맛집 같은 것에 반드시 들어가는 곳은 아니다. 들어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량밀면 앞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야 겨우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환상적인 맛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맛을 내는 밀면집이라는 뜻이다.
초량밀면은 부산역 광장 맞은편에 있어 부산 여행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초량밀면의 밀면은 달콤하고 독특한 향과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밀면은 얇게 썬 고기와 매콤한 양념장, 오이채와 삶은 계란이 올려져 나오고, 비빔밀면에는 땅콩가루가 뿌려진다. 만약 물밀면을 먹을 생각이라면 양념을 풀지 않은 채로 먹다가 절반 정도 먹었을 때 남은 양념을 풀어서 먹도록 하자. 밀면의 가격은 소(小) 3,500원, 대(大)4,000원이다. 웬만한 아기 주먹보다 큰 고기만두는 밀면과 찰떡궁합이다. 가격도 밀면 못지 않게 착하니 꼭 밀면과 함께 주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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