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해외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가전제품의 대부분을 새로 구입하였다.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세탁기, 핸드폰, 컴퓨터 등등. 신혼살림을 다시 꾸리는 것 같은 셀레임도 있었지만, 그당시 이미 우리가족은 다섯이었다.
냉장고는 용량이크 면 클수록, 음식을 정리하기보다는 쑤셔넣고는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냉장고를 샀던 그 시점부터 냉장고는 우리 가족과 역사를 공유하게 된다. 그 역사는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상하지 않는 데 말이다.
지난 주, 4일만에 집에 들어와 냉장실에 무언가를 꺼내려다보니, 물건들이 너무나 어지럽게 쌓여 있어 오랫동안 자리하던 것들을 중심으로 식탁위에 옮겨놓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식탁 위가 가득 채워졌다. 유통기한이 2012년인 뜯지도 않은 할라피뇨 소스병부터 2015년 미소된장국, 2017년 아로니아즙까지...
가족의 역사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그래서 비우고 또 비웠다. 비울 것을 다 비우고 나니 우리집 냉장고의 저장용량이 두배쯤은 늘어난 것 같았다. 정리후의 개운함도 있었지만, 냉장실의 옆집인 냉동실을 비울 생각하니 또다시 답답해진다.
제발,
냉장고를 우리가족의 역사박물관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