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일운면 망치리 「무술년(1838) 망치이임 첩정(牒呈)과 서목(書目)」④>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이번 지면에는 거제시 일운면 망치리 이임(里任)의 서목(書目)인 「무술년(戊戌年, 1838) 망치이임서목(望峙里任書目)」과 「무술년(戊戌年) 망치이임첩정(望峙里任牒呈)」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무술년(戊戌年) 망치이임서목(望峙里任書目)」의 전체 내용 대부분이 「무술년(戊戌年) 망치이임(望峙里任) 첩정(牒呈)」의 첫부분에 중복, 수록되어 있다. 이는 당시 무술년(戊戌年, 1838년) 4월 초하루에 마을 이임(里任) 김(金)씨가 먼저 「서목(書目)」을 작성한 후, 그 제소 내용을 기초로 다시 「첩정(牒呈)」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 내용인즉, 1838년 「무술년(戊戌年) 망치이임첩정(望峙里任牒呈)」은 조선시대 지방 행정에서 해안 방어의 수군운영과 더불어, 주민들의 사정과 생활 형편이 얽히는 과정에서 발생한 '방군수포(防軍受布)'나 '군역(軍役)의 폐단'이 단순한 세금 문제뿐 아니라, 부역(賦役)의 갈등 과정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왜구의 출몰이나 일본 표류민 관리, 하급 관리들의 식비와 접대비(供饋之費) 부담, 송전(松田) 지역관리, 도해선(渡海船), 훈국선(訓局船), 통영문(統營門) 소속의 8척 전선, 그리고 본 읍의 1~2척의 전선(戰船)을 건조하기 위한 노동력 동원 등의 부당한 세금과 부역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기초 관리자인 마을 이임(里任)이 과거의 절목(節目)을 근거로 상급자인 행부사(行府使, 거제부사)에게 공식적인 절차인 첩정(牒呈)을 통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부당한 부역을 요구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상급 관청에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은 당시 행정 체계의 작동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세기 최전방 거제도 어촌사회는 참으로 곤고(困苦)한 삶의 현장이었다. 삶의 대부분을 바다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관사(官司)로부터 가해지는 각종 진상(進上) 및 공전부담(公錢負擔)과 첩징(疊徵)은 너무나 가혹하였다. 게다가 때마다 태풍의 래습은 많은 동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갔다. 그 밖에도 이웃하는 마을들과의 사이에서 관방(關防)을 위한 막사건축(幕舍建築)의 책임, 공용선척(公用船隻)의 표박(漂泊)하는 왜선들에 대한 건조(建造), 등과 관련하여 부담하는 지공(支供)과 각종 부역 부담은, 생존을 위한 어촌민들의 삶 그 자체였다.
○ [「첩정(牒呈)」 개념 요약] 첩정은 조선시대 서면(書面)으로 상관(上官)에게 보고(報告)하거나 또는 하급 관청이나 관원이 상급 관청이나 관원에게 올리는 문서다. 보통 첩정(牒呈)은 등급이 있는 여러 관서 상호 간에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문서 중 하나로, 주로 하급 관청에서 상급 관청에 어떤 사항을 보고할 때 사용하였다. 문서 형태가 정형화되어 있으며, 원래는 중앙 관부와 지방 관부 사이에서 사용하다가 조선후기에는 점차 확대되어 향교의 임원이나 면리임(面里任) 등이 고을 수령에게 특정한 일을 보고하거나 청원할 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하였다.
첩정의 규식(規式)은 『경국대전』과 『전율통보』에 수록되어 있으며, 양자는 규식이 거의 일치한다. 『경국대전』 「예전」에 수록된 첩정식은 ‘모아문위모사운운합행첩정복청(某衙門爲某事云云合行牒呈伏請) 조험시행수지첩정자(照驗施行須至牒呈者) 우첩정(右牒呈) 좌첩정(左牒呈) 모아문(某衙門) 년인월(年印月) 일모직모압(日某職某押) 모직모압(某職某押)’이다. 중국 청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첩정에 남아있는 청조험시행(請照驗施行) 수지첩정자(須至牒呈者) 등의 투식은 중국의 문서에서도 비슷한 예가 나온다.
*현재 거제시 고문서 중에 첩정(牒呈)은 「무자년 항리이임첩정」, 「무신년 항리이임첩정」, 「무술년(戊戌年) 망치이임(望峙里任) 첩정(牒呈)」, 「경인년 항리이임첩정」 4통의 문건이 전해오고 있다.
○ [「서목(書目)」 개념 요약] 서목은 요점만 따서 따로 적어 보고서(報告書)에 첨가한 지면(紙面)이나 또는 여러 종류의 책을 일정한 순서로 분류한 목록이다. 일반적으로 서목(書目)이라는 용어는 서책의 목록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 조선시대 문서 가운데에는 서목으로 지칭되는 별도의 문서가 있었다. 하급 관서에서 상급 관서로 올리는 보고 문서에 서목이라는 별도의 요약 문서를 함께 올리면 상급 관서에서는 서목의 여백에 처분 내용을 적어서 다시 하급 관서로 내려보냈다. 지방에서는 품계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령이 품계가 높은 수령이나 관찰사에게 보장(報狀)을 올릴 때 서목을 함께 사용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전율통보』나 『백헌총요』 등의 법률서에 서목식(書目式)이 소개되어 있고, 조선후기에 사용된 서목 실물이 현재에도 확인되고 있다. 대체적인 형태는 몇 행 되지 않는 짧은 본문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문서의 여백에 상관의 처분인 제사(題辭)가 적혀있다. 조선말기까지 별다른 제도상의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운용되었다. *현재까지 전하는 거제시 서목(書目)은 「항리이임서목(項里里任書目)」 등 57건의 문건이 있다.
● 다음 「망치이임첩정(望峙里任牒呈)」 문건은 조선시대 지방 행정 문서인 첩정(牒呈)으로, 거제시 일운면 망치리의 이임(里任, 마을 책임자)이 상급 관청인 행부사(行府使)에게 올린 민원 보고서다.
이 「무술년(戊戌年) 망치이임첩정(望峙里任牒呈)」은 조선 후기 군역(軍役)과 부역(賦役)의 갈등 등, 지방 행정의 복잡한 실태와 하급 관리들의 고충을 잘 보여준다. 지역민들은 왜구의 출몰이나 일본인 표류민 관리라는 중요한 군사적‧외교적 임무가 있었다. 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급 관리들의 식비와 접대비(供饋之費) 부담이 컸다. 또한 해안 방어를 위해 여러 군영(도해선, 훈국선, 통제영 전선)이 파견되거나 주둔했는데, 이들이 임시 막사를 짓거나 배를 보수할 때 해당 지역 주민이나 하급 관청의 자재나 노동력을 강제로 동원했다. 이에 망치리 이임(이장)은 이미 과거에 맺은 규정인 분방폐단절목(分防弊端節目)을 근거로 "우리 구역의 의무와 책임은 여기까지이니, 타 군영 소속 목수들이 우리 지역을 침범하여 부당한 부역을 요구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상급 관청에 호소하고 있다.
1) **「무술년(戊戌年) 망치이임첩정(望峙里任牒呈)」** 1838년
망치리(望峙里) 이임(里任)이 급히 보고한 일에 관하여(望峙里里任爲馳報事) 아룁니다. 우리 마을은 지세포(知世浦), 조라(助羅), 옥포(玉浦) 세 진영에 속해 있습니다. 표류해 온 왜인(일본인)들을 맞이하여 보호하고, 송전(松田) 지역을 수색하고 토벌하는 업무를 60리에 걸쳐 맡고 있습니다. 규례에 따라 매달 세 번씩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는데, 이때 파견된 하급 관리들이 머무는 동안 필요한 음식과 물품을 제공하는 비용 일체를 우리 마을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또한 해상 방어) 임무를 위해 도해선(渡海船), 훈국선(訓局船), 통영문(統營門) 소속의 8척 전선, 그리고 본 읍의 새로 1~2척의 전선(戰船)을 건조하였습니다. 이에 요청하는 바는, 배(耳船)을 만드는 목수(耳匠)와 사격(沙格)들을 막사를 짓는 부역에 징발되지 않도록 하여 주시고, 이들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는 무자년(戊子年, 1828년)에 제정된 「분방폐절목(分防弊節目, 국방의 폐단을 막기 위한 규정)」에 따라 영구히 준행되어 지금까지 범함이 없었습니다.
뜻밖에 이번에 도해선(渡海船)의 목수들을 막사를 짓는 일로 다시 (강제 동원)하려고 합니다. 이에 한 장의 절목(규정 문서)을 첨부하여 그 연유를 급히 보고합니다. 참상(叅詳) 즉 자세히 살피시어 가르침을 내리시고, 이후에는 막사 짓는 일이 절목에 의거해 노동력을 따로 동원하지 않도록 분부(分付, 명령)를 내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에 마땅히 첩정(牒呈)을 올리며, 엎드려 살피시고 이 사실을 검토하시어 시행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 위와 같이 첩정을 올립니다. 행부사(行府使). 무술년(戊戌年, 1838년) 4월 초하루. 이임 김(金)
[望峙里里任爲馳報事 六十里在於知世浦‧助羅‧玉浦三鎭漂倭迎護及松田搜討處而例有月三次隨番則其所下屬留連供饋之費專責故渡海船訓局船 統營門八戰船 本邑一二戰船新造也 耳匠沙格等造幕之役勿侵越境事自己去戊子年分防弊節目成給永久遵行至于今不 侵矣 不意今者渡海船耳匠等造幕事更侵是乎 等以議送一丈節目一券帖連緣由馳報爲去乎 叅啇教是後造幕事依節目勿侵之意分付事行下是良厼合行牒呈 伏請照驗施行須至牒呈者 / 右牒呈 行府使 戊戌年四月初一日 里任金]
[주1] 치보(馳報) : 매우 빨리 달려가서 알림. 지방에서 역마(驛馬)를 달려 급히 중앙에 보고하던 일.
[주2] 수토(搜討) : 무엇을 알아내거나 찾기 위하여 조사하거나 엿봄. 수토선(搜討船)은 수토의 임무를 수행하는 배.
[주3] 도해선(渡海船) : 바다를 건너온 배. 훈국선(訓局船)은 훈련도감에 소속되어 있는 배.
[주4] 절목(節目) : 조선시대 특정 정책이나 사업의 시행지침 또는 규칙을 나열한 것.
[주5] 분방폐단절목(分防弊端節目) : 국방의 폐단을 막기 위한 규정. 또는 관할 구역 공무를 침범하는 폐단을 막는 규정. 폐단을 막기 위한 규정이나 조항을 의미.
[주6] 참상(叅詳) : 자세히 살피고 검토함. 의논하고 상의함. 여러 가지를 대조해 보며 깊이 있게 생각하거나 의논함
● 「무술년(戊戌年) 망치이임서목(望峙里任書目)」 연유를 보고하는 문서(緣由文報事).
이 서목(書目)은 조선시대 지방 행정의 어려움과 군역(軍役) 및 요역(徭役)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이 지역은 일본과 마주하고 있는 해안지역이라, 예로부터 왜구의 침입이 잦고 일본과의 외교적 접촉이 빈번했던 최전선이었다. 그래서 불법 침입하는 왜구를 방어하고 또 표류 왜인을 보호‧송환해야 했으며 또 봉산(封山)의 송전(松田) 지역을 관리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게다가 표류 왜인이나, 각종 업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비용을 해당 지역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였다. 또한 도해선(渡海船), 훈국선(訓局船), 통제영 소속의 전선, 그리고 본 읍의 전선(戰船)을 건조하는 목수나 사공으로서 여러 잡역(막사 짓기)에 강제 동원되었다. 고로 지역민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이에 무자년에 제정된 「분방폐절목(分防弊節目)」에 따라 공식적인 문서를 만들어 영구히 항구적으로 시행되도록 요청하였다. 고로 이 문건은 지역 인력의 이중 징집을 막고, 지방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부에 올린 행정 청원 문서라고 할 수 있다.
2) **「무술년(戊戌年) 망치이임서목(望峙里任書目)」** 1838년
우리 마을(本里)은 지세포(知世浦), 조라(助羅), 옥포(玉浦) 세 진영에 속해 있습니다. 표류해 온 왜인(일본인)들을 맞이하여 보호하고, 송전(松田) 지역을 수색하고 토벌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규례에 따라 매달 세 번씩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는데, 이때 파견된 하급 관리들이 머무는 동안 필요한 음식과 물품을 제공하는 비용 일체를 우리 마을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또한 해상 방어) 임무를 위해 도해선(渡海船), 훈국선(訓局船), 통영문(統營門) 소속의 8척 전선, 그리고 본 읍의 새로 1~2척의 전선(戰船)을 건조하였습니다. 이에 요청하는 바는, 배(耳船)을 만드는 목수(耳匠)와 사격(沙格)들을 막사를 짓는 부역에 징발되지 않도록 하여 주시고, 이들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는 무자년(戊子年, 1828년)에 제정된 「분방폐절목(分防弊節目, 국방의 폐단을 막기 위한 규정)」에 따라 영구히 준수하기로 결정된 사항이므로, 이 내용을 공식 문서(成給)로 만들어 항구적으로 시행되도록 하고자 이렇게 보고합니다(故緣由文報事). 무술년(戊戌年, 1838년) 4월 1일. 이임(里任) 김(金)
「戊戌年 望峙里任書目」 원본 1838년
[本里在於知世浦‧助羅‧玉浦三鎭漂倭迎護及松田搜討處而例有月三次隨番則其所下屬留連供饋之費專責故渡海船訓局船 統營門八戰船 本邑一二船新造也 耳匠沙格等造幕之役勿侵之意自己去戊子年分防弊節目成給永久遵行故緣由文報事 戊戌四月初一日 里任金]
[주1] 영호(迎護) : 외국에서 오는 사신이나 표류 외국인을 맞이하고 경호하는 일
[주2] 수토(搜討) : 무엇을 알아내거나 찾기 위하여 조사하거나 엿봄. 수토선(搜討船)은 수토의 임무를 수행하는 배.
[주3] 도해선(渡海船) : 바다를 건너온 배. 훈국선(訓局船)은 훈련도감에 소속되어 있는 배.
[주4] 통영문팔전선(統營門八戰船) : 통제영 본진 소속의 여덟 척의 전선.
[주5] 사격(沙格) : 사공과 그 곁군. 사공과 그 옆에서 일을 도와주는 곁꾼.
[주5] 분방폐단절목(分防弊端節目) : 국방의 폐단을 막기 위한 규정. 또는 관할 구역 공무를 침범하는 폐단을 막는 규정. 폐단을 막기 위한 규정이나 조항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