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글을 쓰다 보니, 마음에 걸리는(그리고 흥미로운) 자료가 있어 그것만 따로 다룬다. <마아프(Maaf)> 작가가 소개/참고한 자료에는 마카사르인과는 구분되는 다른 바깥사람이 나온다.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이렇다 :
“욜루(요잉구 - 아사달) 민속(장가울 신화)에는 마카사르인과 구별되는 것으로 보이는 ‘바이지니(Baijini)’족에 대한 기억이 보존되어 있다. 현대 연구자들은 바이지니족을
[1]마카사르인보다 먼저 아넘랜드를 방문했을 수도 있는 호주(오스트레일리아 - 아사달)를 방문한 다른 집단(아마도 동남아시아인)으로 해석하거나,
[2]마카사르인과 함께 술라웨시를 여행하고 돌아온 일부 욜루족의 경험에 대한 신화적 반영으로 해석하거나,
[3]더 비주류적인 견해로 해석했다. 중국(제하[諸夏] - 아사달)에서 온 방문객이라고.”
[2]는 참고할 가치가 없는 가설이니 판단에서 제외하고, [1]과 [3]을 살펴보자. 우선 [3]이 사실과 맞아떨어지는지부터 알아보자.
만약 [3]이 사실이라면, 제하(諸夏) 기록에 요잉구 족이나 다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제하 ‘한족(漢族)’들은 인도네시아나 티모르 섬까지는 왔어도, 그 이상 나아가지는 않았다. 게다가 ‘한족’들은 해양민족이 아니라서, 배를 타고 먼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오기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3]도 판단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렇다면 [1]이 사실일까? 얼핏 보면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바이지니’로 불린 동남아시아의 민족은 없다. 최소한 그 이름과 발음이 엇비슷한 이름을 쓴 민족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1]도 완벽한 가설은 아니다.
그럼 도대체 이 바이지니 족은 누구며, 왜 요잉구 족의 신화에 나오는 것일까? 나는 여기서 대담한 가설을 제기하고자 한다. 바로 ‘백제인’이 바이지니 족일 것이라는 가설이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는 이 가설을 펼치는 것을 많이 망설였고 말이다. 그러나 몇몇 학자들이 백제에 대해 밝힌 사실과, 요잉구 족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부른 명칭의 발음 변화를 고찰해 보면, 완전히 황당무계한 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넘랜드 서부의 요잉구 족은 마카사르를 ‘망가 자라’로 불렀는데, 이는 마카사르의 발음이 요잉구 식으로 바뀐 것이거나, 아니면 마카사르의 옛 발음이 화석처럼 굳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바이지니도 요잉구 족이 전해 들은 이름을 요잉구 식으로 발음을 바꿔서 보전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나는 ‘바이지니’의 발음을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바이지니를 ‘바이지’와 ‘니’로 나누어 보자. 그리고 ‘바이지’를 보자.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백제(百濟)’의 북경어(북중국 한어[漢語]) 발음은 ‘바이쥐’와 광서장족 자치구의 땅 이름인 ‘대박제’가 떠오른다. ‘바이쥐’와 ‘바이지’, 참으로 엇비슷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번에는 ‘니’를 살펴보자. 두음법칙에 따르면 ‘니’는 ‘이’로도 발음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을 뜻하는 순수한 배달말이기도 하다(예 : ‘그 사람’을 뜻하는 말인 ‘그이’). 이 경우 ‘니’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바이지니’는 ‘백제인’/‘백제 사람’이라는 뜻이 되고, 이는 백제 사람들이 요잉구 족에게 자신들을 ‘백제이’/‘백제니’라고 말한 것을 요잉구 족이 듣고 따라해서 ‘바이지니’라는 이름이 굳어진 것은 아닌지.
‘바이지’의 발음이 ‘바이쥐’와 비슷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바이지니라는 이름을 전해준 건 백제인 본인들이 아니라 남부여가 멸망하고 난 뒤 세월이 흘러 해외 담로에서 살던 유민들, 북조 왕조의 계승자인 당 왕조의 문화와 언어를 일부 받아들인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듦을 덧붙인다. 그러니까 북중국 한어 발음을 바탕으로 한 이름을 쓰면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렸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단순한 언어학적 추측만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백제와 남부여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와 교역한 해상 제국이었고, 백제의 식민지인 해외 담로는 제하(諸夏) 동부와 남부, 왜(倭)열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까지 뻗어 있었다고 하니, 동남아시아에 해외 담로를 만든 백제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까지 건너갔거나, 아니면 남부여가 망한 뒤에도 동남아시아에 남아있던 남부여의 해외 담로 주민들이 배를 타고 오스트레일리아 북부로 건너가 교역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가설이 옳다면, 바이지니 족은 마카사르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 북부로 건너가기 훨씬 전에 오스트레일리아 북부로 온 외부인들이며(그러니까, 건너간 '사람'이 아니라, 건너간 '시기'만 놓고 본다면 가설 [1]이 옳다는 이야기다), 그들과 요잉구 족이 교류했기에 요잉구 족의 본향풀이(‘신화’)에 그들이 나오는 것이라는 작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과 요잉구 족이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교류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왜 그 교류가 끊어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것은 다른 학자들이 연구하고 공부해서 알아내야 할 것이다.
- 음력 12월 19일에, 아사달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