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베호벤 감독의 1997년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의 원작 소설이다.
물론
과문한 덕에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 조차 알지 못했다.
영화도
꽤 즐겁게 보았고 이후에 스타크래프트에 미친듯이 빠진덕에 테란과 저그라는 게임속 종족에 빙의해서 다시 보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소설은 영 난해하다.
영화처럼
화려한 전투와 빛나는 승리를 상상하고 보기에는 소설내내 잔뜩 드리운 군국주의적 그리고 미래의 '시민'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지겹다.
그렇다고
전투 장면이 눈물나게 재밌지도 않고.....
충동적으로
군입대를 택한 주인공의 여정은 그 속에 투영된 미래사회의 군국주의적인 어쩌면 파시즘의 낭만주의를 그대로 구현해 놓은 듯하다.
군
복무라는 국가에 대한 헌신을 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시민권과 그 시민권을 가진 시민만이 국가의 의사결정을 하는 사회.
역사의
어느 시대엔가 모두에게 평등한 투표권을 주었을때의 암울한 우중정치(?)에
대한 반감.
작가는
대놓고 30살의
저능아에게는 투표권을 주고 15살의
천재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사회가 어떻게 정상적인지를 묻는다.
물론
소설이다.
우화지만
너무나도 당당하게 그려낸 파시즘의 이상사회는 과연 작가가 파시즘에 대한 반면교사로 써놓았는지 의심스럽기만하다.
중2병스러운
훈련과정 내내 보이는 집단화에 대한 찬양은 너무나도 불편하다.
물론
의무에 대한 이행이 권리를 누리는 기본이 된다는 전제는 너무나도 맞는 말이지만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군복무 뿐이라면 그렇게 집단화된 권력이 시민
이외를 배제할 것이라는 추론은 너무나도 간단한 상상 아닐까.
한국전쟁
이후 지독할 만큼 차별되어왔던 군복무를 하지 못한 시민들에 대한 지독할 만큼의 배제를 생각해보자. 군 복무 가산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나온것이
1998년이다.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자부하던 한국사회에서도 공식적인 행정관료가 되는 길에도 군복무라는 사회적 의무를 이행한 '시민'들이 더
우대 받았던 것이 현실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일컬어지는 공식적 '비시민'은 입대연령이 되면 거의 요식적인 절차로 감옥에 가야했고 겨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것이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정치권력에서 배제된 '시민' 이외의 집단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것은 그 '시민'들 만의 바램이고 환상일 뿐이다.
폴
베호벤의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는 어쩌면 생각거리 쫙 뺀 순수한 전투신과 남녀 병사가 다 벗고 나오는 혼욕씬같은 어쩌면 외설적인 장면등으로 구성된
3류
액션 sf물이었지만
원작을 읽어보니 차라리 그 아무 생각없음 이야말로 원작에 대해 엿먹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주
오래전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있었다.
황제와
민중파라는 아주 고전적인 주제로 새로운 우주제국을 건설하는 명민하고 아름다운(!)
황제와
더럽게 멍청한 민주주의 체제와 그 지도자 틈새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양 웬리.
온라인
피씨통신에서 과연 현명한 독재와 멍청한 민주주의에 대한 토론이 있을 정도였고 온갖 2차
창작물이 지금까지도 면면을 이어오고 있다.
스타쉽
트루퍼스도 아주 오래 토론과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주인공
리코의 고등학교 시절 은사이자 전쟁영웅 뒤부아 선생님의 말했던 '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운명이란 사랑하는 고향과 전쟁의 황폐함 사이에 자기 자신을 놓는다'라는건
2차
대전 독일이나 군국주의 시절 일본제국의 파시즘적 미학 아닌가.
물론
현대의 민주주의의 이론에는 많은 모순이 있고 또한 자칭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생각없는 대중이 망테크를 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역사의 발전은
이런 우중들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나하나
생각하고 또한 반박하거나 아니면 그 반박에 대해 재반박하거나 토론수업에 쓰일만큼 좋은 텍스트이다.
작가의
의도처럼 철부지 고교생 리코가 자라나는 성장소설로도 충분히 읽힐 수 있는 좋은 글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책
속의 미래사회의 방향이 인류가 실험해 볼 수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첫댓글 대부분이 그렇듯이 1편만한게 없죠. 이 작품의 영화도 1편이 끝인듯합니다. 감독 작품도 그때 이후로 시들시들 하기도 했죠. 소설이나 영화가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알고 있는데 소설은 더 난해한가 봅니다. SF소설에서 하인라인의 위상은 대단히 높습니다.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를 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