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보광사로 가는 길
파주 여행의 스토리 텔링엔 영조의 생모인 최씨의 무덤 소령원이 보광사와 가깝고 첫 세자의 무덤 영릉이 있어 우리의 답사루트를 제왕의 길이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영조의 슬픔이 고스란한 절과 왕릉답사는 특히 가을 감성에 제격이었을까 사무치는 조락과 소멸의 업장을 느끼게 해주었다.
고령산 앵무봉 올라가는 길목 천년고찰 보광사에 들어서서 경영학과 정우성 동기가 준비해온 안내문을 배부하고 경내에서 진지한 해설을 들었다.
보광사의 연혁과 사찰의 구조에 대한 정동기의 전문적인 해설 들으며 막연하게 알고 있던 불교문화재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친구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영조의 친필 현판 대웅전 글씨도 보고 판벽화 감상하며 어실각옆 향나무, 그리고 만세루의 커다란 목어를 보며 300년전 영조의 회한속으로 잠시 감정이입하며 사모곡을 되새겼다.
대웅전 옆 야외법당에서 재를 올리는 소리 가득했던 보광사 앞 마당엔 신도들이 준비한 수십개의 국화화분이 쓸쓸할 수도 있는 가을 고찰을 수놓고 있었다.
가을 절집에 마당에 가면 원효와 설총이 생각난다.
요석공주에게 부친이 원효대사임을 확인한 설총이 분황사로 찾아가 뵙기를 청했다.
마당을 쓸어보라는 원효의 숙제에 설총이 티끌하나 없이 낙엽을 쓸어놓고 칭찬받기 기다렸더니 원효대사가 가을 절집 마당엔 낙엽이 흩뿌려져 있어야한다며 나무를 흔들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 있다.
무상함의 불교 교리를 중의적으로 말하는 거 같아 오래도록 기억나는 원시 한국 불교의 한장면엔 요석공주가 있다.
부자가 나란히 유명한 일이 드문데 당시 한국 사상계의 두 거목으로 이름을 남긴 부자와 요석공주의 러브스토리가 절에 갈 때마다 떠오른다.
40여분 남짓한 보광사 답사도 아쉬웠지만 벌써 배고픈 걸 보니 평소보다 에너지 많이 써서 그런가 보다.
주말에 80여명 단체손님을 받을 버스 주차장 있는 맛집은 흔하지 않은데, 전세낸 식당의 식탁에서 소면사리 곁들인 낙지덮밥, 낙지파전, 강황백김치등의 밑반찬으로 푸짐하게 식사하고 나오는 문앞에 일반 손님들이 줄서서 기다린다. 유명한 맛집인가 보다.
호반의 자연미도 좋고 경관 좋은 사찰도 가을 듬뿍했지만 벽초지 수목원은 거대한 정원들과 꽃들의 향연으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