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가톨릭을 '초한전' 수단으로...주교도 중국 공산당이 뽑아
글쓴이 : 이지용교수 초한전
보도 : 전경웅 기자/ 자유일보
해외 중국인 교회 감시·교리 공산당화 지시
"가장 신성한 것은 애국심·조국은 中 공산당"
성경 왜곡해 설교...유·불교 섞은 '개정판'도
공산권, 기독교 연합 WCC 가입...재정 지원
‘초한전’을 아는 사람들조차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 대상이 주로 정계와 학계, 언론계, 재계 등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종교와 문화도 중요한 통일전선공작 대상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언급을 꺼리는 종교는 중국 공산당이 현지 사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먼저 침투하는 대상 가운데 하나다.
◇中 공산당, 개신교·천주교를 해외 통일전선 공작 대상으로 지정
중국 공산당은 해외 통일전선공작 대상으로 개신교회와 천주교회를 꼽고 있음이 국무원 내부문서에서 드러난 바 있다. 문서는 공산당 간부들에게 해외 중국인 교회를 철저히 감시하고 침투 공작을 전개해 이들의 교리를 공산당화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가장 신성한 것은 애국심이고, 조국은 중국 공산당"이라는 식으로 기독교 교리를 해석하도록 바꿔놓으라는 말이다.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책 ‘초한전’에서 2001년 뉴질랜드 중국인 교회에서 일어난 일을 소개했다. 이 교회는 마태복음 5장 37절을 인용하면서 "세계 사람들은 중국인 기독교도의 심정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중국 기독교도들은 대만이 중국의 한 성(省)에 불과하다고 믿으며 대만은 하나님이 중국에게 준 선물임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설교가 이어졌다.
2014년 호주 캔버라에 있는 중국인 감리교회에서는 이런 설교도 있었다.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시진핑 주석의 공의로움…(중략) 현대 중국(중국 공산당)이 위대한 국가로 부상하는 것은 하나님의 계획이시고 축복이시다."
중국 공산당은 2021년 9월 고교 교과서 ‘직업 도덕과 법률’에다 성경을 왜곡한 내용을 실었다. 예수가 "간음한 여자를 용서하라"고 한 요한복음 8장 내용을 "예수는 ‘죄 없는 자는 여인에게 돌팔매질 하라’고 말해 군중들이 사라지게 했다. 군중들이 사라지자 예수는 그 간음한 여인을 죽였다"로 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걸 ‘정의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계 매체에서는 유사한 사례를 다수 보도했다. ‘데일리 굿뉴스’는 지난해 2월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순교자의 소리(VOM)’를 인용해 중국 공산당의 성경 왜곡 사례를 소개했다. VOM은 "중국 공산당이 만드는 성경 개정판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추가하고, ‘공산주의 신념을 반영하지 않은 구절들’이 삭제될 것이며, 성경에 유교와 불교를 포함한 다양한 원칙도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경에 유교와 불교 가치까지 집어넣으려는 중국 공산당의 시도는 개신교계에서 좌파라고 비판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지향점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中 공산당, 세계교회협의회 침투해 통일전선 공작 펼쳐"
반공 출판사 ‘9평 편집부’가 펴낸 책 ‘공산주의 유령은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에는 중국 공산당이 세계 각국의 개신교계에 침투해 통일전선 공작을 벌이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책은 "냉전 시절 소련과 동유럽 공산 진영을 ‘세계교회협의회(WCC)’에 대규모로 침투했다"고 주장한다.
WCC는 1948년 창설한 교파 초월 기독교 연합 조직이다. 현재 150여 개국 348개 교파·교단이 회원이다. 산하 교인은 5억 9000만 명에 이른다. 문제는 WCC가 ‘모든 개신교 교단을 하나로 모은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성경뿐만 아니라 다른 주장까지도 포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개신교계 내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냉전 시절에는 소련을 비롯해 공산권 국가의 교회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책은 "기밀 해제된 1969년 KGB(소련연방국가보안위원회) 문서에 따르면 냉전 시기 WCC에 가입한 소련 동방정교회 주요 대표들이 암암리에 KGB를 위해 일했고, WCC 정책과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케임브리지대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앤드류의 주장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7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과 합의한 주교 임명 협정을 옹호했다. 이 협정은 중국 공산당이 주교를 추천하면 바티칸이 승인하는 형태다.
냉전 기간인 1970~1988년까지 WCC는 북베트남,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쿠바, 나미비아의 ‘남아프리카 인민해방기구’, 앙골라인민해방운동, 모잠비크 해방전선 등에 수백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특히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북베트남에 상당한 액수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이 무너진 뒤 WCC에 관심을 가진 것은 중국 공산당이었다는 게 개신교계 매체들의 설명이다.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중국기독교협회는 현재 WCC 회원이다. WCC 사무총장은 2018년 초 중국을 찾아 중국기독교협회, 삼자애국운동위원회, 국가종교사무관리국 등 중국의 ‘위장 종교단체’들을 방문했다. WCC 사무총장은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탄압하는 지하교회는 찾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 2018년 초 中 공산당의 주교 임명에 합의
가톨릭 또한 중국 공산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산주의에 뿌리를 둔 ‘해방신학’은 남미 지역에서 생겼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도 ‘해방신학자’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해방신학자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보프는 2016년 독일의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방신학자 중의 한 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가톨릭 측은 "교황은 이념보다는 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초 "지금은 중국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해야 할 때"라며 중국 공산당과 ‘주교 임명 합의’를 해 가톨릭계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주교 임명 합의’란 중국 공산당이 가톨릭 주교를 추천하면 교황이 승인하는 방식이다. 같은 해 북한은 돌연 ‘교황 방북’에 대한 소문을 흘렸다. 11월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가능성을 내비쳤다.
과거 바티칸과 중국 공산당은 ‘주교 임명’ 문제로 대립했다. 중국 공산당은 1950년대부터 가톨릭을 비롯한 모든 종교를 퇴치 대상으로 보고 중국 공산당 아래에 두려 했다. 그 일환으로 중국가톨릭애국교회를 만들어 가톨릭을 공산주의 이념 선전 수단으로 만들었다.
시진핑이 집권한 뒤 중국 공산당은 가톨릭을 ‘초한전’의 수단으로 삼았다. 2015년 5월 열린 제21차 전국통일전선공작회의, 2016년 4월 열린 전국종교공작회의에서 시진핑은 ‘기독교의 중국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중국의 7개 종교 단체는 중국 공산당의 지침을 준수할 것을 약속하는 공동 성명을 내놨다. 7개 종교 단체는 성명에서 "기독교, 이슬람, 불교 같은 종교 단체의 탐욕스러운 성격이 종교 유산의 기초를 침식했다"면서 "종교에 관한 나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역전하기 위해서는 전국종교협의회의 정신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위대한 연설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이 통일전선 공작에 활용하는 건 기독교만이 아니다. 불교, 이슬람도 통일전선 공작에 활용한다. 심지어 사이비 종교도 활용한다. 책 ‘초한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신교에서 ‘사이비’로 간주하는 몇몇 종교가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선교가 불법인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한다는 것은 곧 중국 공산당과 손을 잡은 것이라고 책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