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별 아이가 보낸 편지 』
이선영 글 / 류제비 그림 | 북랜드 | 2023년 10월 27일
출판사에서 온라인 서점에 책정보를 올리지 않아서
읽은 동시 몇 편 먼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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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걸음
이선
수컷 펭귄이
먹이를 잔뜩 채우고
암컷과 어린 새끼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걸어간다.
"아비가 간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주머니가 불룩해진
세상 아빠들처럼
어깨를 펴고
힘 있게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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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의 명답
이선영
은서야
"아!"
아이고 예뻐라
"아아!"
아가야 어디 있다 왔노?
"아아아!"
바둥대며 말하는 말
"아!"
누구나 다 알아듣는
아가의 명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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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라는 새
이선영
할머니 곁에 누운
나는 귀여운 한 마리 새
솔방솔방 크는 키 따라
노래가 달라진다며
들어도 들어도
자꾸만 웃음 나는
깊은 숲속
옹달샘가 맑은 새소리라고?
날아가기 전까지
자꾸 듣고 싶다는
나는 할머니 껌딱지
손녀라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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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방법
이선영
먼 길도
먼 줄 모르고
빨리 갈 수 있고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신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함께해 줄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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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풍경
이선영
추녀 긑에 매달려 헤엄치는
물고기 한 마리
뎅그렁 소리 내며
온몸으로 헤엄치네.
구름이 두둥실 지나가고
새들이 훨훨 날아가는 걸 보고
먼 바다로 가고 싶은가
뎅그렁 뎅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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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GP섬을 아시나요
이선영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그 사이 큰 바다에
날마다 커간다는 이름 모를 섬 하나.
갈매기가 날아와도 쉬지 못하고
모래밭도 없는 이상한 섬
우리 땅보다 열네 배 큰 섬에
눈에 익은 상표 끌어안고
바람 따라 물길 따라 모여든
GPGP 쓰레기 공룡 섬.
귀한 걸 모르고 편리한 게
잘사는 건 줄 알고
생각 없이 버려진 것들이 울며 크는 아픈 섬.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바다의 암
GPGP섬 이야기를.
* 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 : 태평양 거대 쓰레기장
첫댓글 'GPGP섬' 또한 '생각이 많은 풍경'에 속하네요.
이 시인은 할머니이신가 봐요. 어린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스함이 듬뿍 담겨있네요.
아직 출판사에서 리뷰가 올라오기도 전에 이렇게 소개를 해주시는 회장님의 부지런함에 감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