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상담
1.칼 로저스의 내담자중심상담 기본 철학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1902-1987, Carl Ransom Rogers)는 그의 오랜 아동 심리 상담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1940년대 '비지시적(nondirective) 상담'이라는 접근 방법을 처음 사용하였다. 1951년에 발간된 그의 저서 『내담자중심 치료(Client-centered therapy)』가 출판되고 난 후부터, '내담자중심 치료 및 상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1974년경부터 로저스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중심상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처음 로저스가 사용한 '내담자중심'보다는 '인간중심'이라는 용어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에서 사용되는 인간관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저스의 내담자중심상담에서 상담은, 각자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리고 정서적인 평소 습관을 자신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기술이다. 진정한 상담자의 목적은 내담자들 스스로가 새로운 마음의 태도를 갖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내담자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인격의 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즉, 상담에 있어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인식하도록 이끌어서 자신의 인식전환을 통하여 문제를 풀어가도록도록 이끄는 것이다.
1)인간관(Human values)
(1)칼 로저스의 생애
로저스는 1902년 1월 미국 일리노이즈주 오크 파크의 보수적 프로테스탄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따뜻하고 성실한 가정에서 엄격하고 윤리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였다. 로저스는 농장에서 자라면서 현대식이면서 과학적인 농장을 경영하고 싶어 위스콘신대학에 농학을 전공으로 입학하였다. 그러나 이상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기독교에 헌신적인 관심을 쏟게 되어 전공을 바꾸었고, 1928년 역사학으로 졸업하였다. 그 해에 헬렌 엘리엇과 결혼하여 데이비드와 나탈리에 두 자녀를 두었다. 그리고 뉴욕에 있는 유니언 신학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공부하던 도중에 심리학과 정신과학에 관한 강의에 흥미를 갖게 된다. 1928년에 콜롬비아 대학으로 옮겨가고, 그 해에 석사학위를 받게 된다. 그리고 윌리엄 H. 킬 패트릭과 레타 홀링윌스 교수에게 지도를 받고, 교육학과 임상심리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1927과 1928년에는 아동상담기관에서 임상심리 상담가로서 처음으로 실전 경험을 갖게 된다. 1928년부터 1930년까지 뉴욕 로체스터에 있는 아동학대방지협회의 아동연구 부서에서 임상심리학자로 일하게 된다. 1939년에는 아동연구 부서가 재구성된 곳인 로체스터 가이던스 센타에서 책임자로 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상담경험과 연구를 하게 된다. 이곳에서 로저스의 내담자중심상담 기초가 되는 이론인, 치료자가 가져야 하는 필수개념을 정립하게 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이론적인 심리학적 지식이 아닌 치료자의 "태도, 정서 그리고 통찰"이라는 것이다. 1940년에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로 옮겼고, 1945년에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임상심리 교수가 된다. 그 뒤 그는 시카고 대학교 요청으로 상담센터를 담당하면서 심리학 교수로서 12년의 세월을 보낸다. 이 시기는 로저스에게 있어 가장 창의적인 시기였다. 1957년 가을에는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그리고 정신의학 교수로서 겸직하게 된다. 그러나 이곳에서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접목을 시도했으나 이루지 못한다. 로저스는 이 시기가 가장 괴롭고 고통스러운 경험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칼 로저스는 다양한 상들을 받았고, 1946∼1947에는 미국심리학회(APA)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인간관
로저스는 뉴욕의 로체스터에서 많은 치료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권위나 물질,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었다. 권위 있는 가르침이나 기법들이 다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면담 기법의 사례가 개개인의 실제 면담에서 근본적 치료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법들은 표면적인 효과로만 나타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로저스는 여러 상담 경험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알게 된다. 어떤 것이 상처를 주는 것인지,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어떤 경험이 마음속에 깊게 숨겨져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아는 사람은 내담자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상담기법과 학문적 지식 등을 내려놓고, 내담자를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으면 새로운 치료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로저스는 오랜 심리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에 관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각각의 종족에 속해 있으며 그 종족에 따라 다른 독특한 성질들을 가지고 있고, 각 상황에 따라 이러한 특질들이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긍정적(positive), 전진적(forward-moving), 건설적(constructive)인 동시에 현실적(realistic)이며 신뢰할 수 있는(trust worthy) 특질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즉, 인간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계속 발전해 나아가는 진행 중의 상태에 있으며,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지게 되면 타고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이러한 신념과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10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인간은 종(種)이다." 인간은 유기체 중에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종(種)이다. 인간은 타인과 원만하게 소통하기를 원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고, 육체적, 심리적으로 성숙해지려는 경향성이 있다. 그리고 의존적인 단계에서 독립적인 단계로 발달해 가며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조절해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둘째, "인간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성이 있다.
셋째, "방향성이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방향성이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상담자의 일치성과 공감적인 이해의 태도 그리고 수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은 내담자의 마음 치료를 촉진할 수 있는 심리학적 조건으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다.
넷째, "인간은 실현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유기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신체적 욕구를 만족하게 하고 유지하고자 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공기, 물, 음식 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유기체의 생존을 보존하려고 노력한다. 더 나아가, 정신적 기능의 성장과 도구의 효과적인 사용,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전 생애의 과정을 통한 발전과 분화에 이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자기실현 경향성을 말한다.
다섯째, "인간은 지성보다 더욱 현명하다." 인간은 걸림이 없는 사고를 할 때, 직감적인 판단이나 지혜 또는 의식적 사고를 넘어선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즉, 인간이 전체적 유기체적인 일을 효과적으로 잘 기능하는 경우는 아무런 판단적인 사고가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의식적 작용과 의식적인, 지적인 방법이 함께 기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섯째, "인간은 자기기능을 자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왜곡된 지각으로 인한 심리학적인 부적응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개방적이고 광범위하고 실존적으로, 다양한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올바르게 자각하려고 한다.
일곱째, "인간은 관계를 맺고 유지 향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타인의 내적 세계에 관해 호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받아들이려고 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서로 신뢰하며 관계를 맺어 가려고 한다.
여덟째, "인간은 건전한 선택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자기 경험에 대하여 개방적이 되면 더욱더 건전하고 건강한 선택과 실행을 하게 된다. 인간은 자기 경험에서 "올바르다"라고 느껴지는 일을 하게 되고, 그 일을 하면서 만족스럽게 행동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자신을 신뢰하게 되는 지침이 된다.
아홉째, "인간은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기 자신의 주체적인 측면을 수용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기의 잠재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살게 된다.
열 번째, "인간은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수록 신뢰받을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능력 이상의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되고, 타인으로부터 더욱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로저스는 이러한 인간이 가진 특징들을 토대로 자신만의 상담에 대한 기본 개념들을 세우게 된다. 로저스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며 성숙시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며, 자아 개념을 변화시켜가는 과정을 자아실현이라고 했다. 인간의 실현 경향성 중에서 중요한 개념인 자아실현이란, 좀 더 나은 유능한 인간이 되기 위해 자신의 잠재력과 특질들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존재로서의 한 인간이 되려고 계속 노력하고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인간은 자기의 삶에 있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경험하고 그것에 대한 신뢰가 쌓일 때, 자기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존중과 신뢰를 받음으로써, 더욱더 자신을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긍정적인 본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것은 파괴적이지 않고 건설적인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당신에게 "그래 인간을 믿는 것은 좋지."라고 한다. 하지만 그 좋다(good)는 뜻은 단지 도덕적 판단에서의 좋다는 의미이다. 긍정적인 견해에서, 우리가 식물을 보면서, 본래 식물을 악(evil)으로 단정 짓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바른 조건을 주게 되면, 자랄 것이고, 꽃을 피울 것이고,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몇몇 사람들만이 인간존재의 근본은 '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악한 짓을 하고, 사회적으로 파괴적인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들의 내면을 볼 수 있다면,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조화롭게 건설적으로 살기를 원한다. 이것이 인간중심이론의 전체 이론과 모델의 핵심적인 근거이다.
<인간중심상담과 유식의 식전변 비교연구/ 박현미(阿俊)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