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오늘. 10 . 17) 채 9시가 되기도 전인데,
이 친구는 어떻게 지내지?(그 보다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더 커서) 하며 모처럼 한 친구에게(안산에 사는 L) 전화를 걸어보았다.
옙, 안녕하십니까? 그의 목소리가 힘찼다. 예감이 이상해서(그가 신나 하는 걸로 보면 지금 군산에 있는 게 거의 확실해서),
너, 어디냐? 하고 물었더니,
어디긴 어디? 니가 말하는 '동네 처갓집'이지! 하 하 하...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밝고 우렁찼다. 그의 '유토피아'인 고향 친구 집에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말은 내가 한 게 아니고 그가 나에게 했던 말인데, 지금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그 말을 아예 내가 했던 걸로 떠넘기고 있었고) 그 뿐만 아니라 뭔가 딸그락 거리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 소리도 들려서,
아침 먹냐? 하고 물으니,
그려! 00 엄마(그의 죽마고우 처)하고 형수가(그 동네 여인네들) '물 메기탕'에 '꼴뚜기'도 준비해줘서 소주 한 잔 하고있다! 하니,
아침부터 무슨 술? 하기도 했지만 순간 내가 미치고 말 것 같아서,
그럼, 끊어! 하고 웃으며 소리를 쳤는데,
먹고 싶으면 지금 와라! 하고 약을 올리니,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추수를 앞두고 풍성한 고향 마을에서(거기는 농촌이다.), 일단 'L'이 그 마을에 뜨면 '축제'라 고향 친구들 너덧이 모여 어젯밤을 보냈을 거고(나는 늘 L과 함께 갔기 때문에 그들은 나도 반겨주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친구 처(그 친정집을 우리는 '동네 처갓집'이라고 하는데)와 그 동네의 한 형수(음식 솜씨 좋은 그 여인도 이들 멤버다.)가 아침밥상을 마련해 모두 한 자리에 빙 둘러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었다.
너, 군산 가면 나에게 간다는 얘기는 하고 갔어야 하잖아? 하고 내가 옹색한 불평을 늘어놓자,
그게 아니고, '나주'에 출장갔다 오는 길에 들러서... 하는데,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도 나는 안다. 그 친구야 틈만 나면(어떻게든 짬을 내고 핑곗거리를 만들어서라도) 가는 고향이니까.
게다가 나는 오늘 밤에 여기 공릉동에서 '저녁 식사' 모임이 있어서 갈(갔을) 형편도 못되는데,
웬만해선 그런 일에 부러워하는 내가 아닌데도, 오늘은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뭐하고 있다지? 하는 식의 괜히 약이 오를 정도로 정말 그가 부러웠다.
한창 맛이 올랐을 가을 채소 반찬에, 이제 막 시작이기도 할 '물메기'와 '꼴뚜기' 같은 생선 맛이 내 입안에 맴도는 기분이었다.
사실 나는 '군산'이라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도시 태생에 유년시절도 도시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그런 시골스런 맛을 잘은 모르지만(그래서 늘 그런 정을 쫓아다니곤 했던 것 같은데),
중고등학교 시절엔, 지금 이 친구가 있는 곳하고 그리 멀지 않은 다른 한 친구네 마을을 자주 들락거리고 지냈지만, 그 뒤와 성인이 되면서는 소원하게 지내다가 그는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뒤늦게 사귄 이 친구 L을 따라 그의 고향마을에 가서 조금씩 정을 들이고 있는데,
작년에도 엉겁결에 그 '동네 처갓집' 김장잔치에 발을 들였다가, 1박 2일을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시느라 진을 뺐는데, (작년 글 '처갓집' 참조)
작년 말 스페인에 간 뒤, '코로나 사태'가 터져 귀국 후에도 피일차일('거리두기' 등으로 감히 시도를 못하기도 하는 등) 그 마을에 가지 못했는데,
이런 가을엔 한 번은 가고도 싶은 곳이었지만 마땅한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 것 같다.
아, 아무튼...
'가을'은 여행하기도 좋고 먹는 것도 맛있고 새록새록 그리운 것도(사람들 포함) 피어나는 계절임이 분명하다.
그러니, (인생, 뭐 별 거라고......)이 아름답고도 고마운 계절을 맘껏 즐기고는 싶은데......
첫댓글 풍성하고도 풍요로운 계절.
하늘이 맑아 저절로 그리움이 샘솟는 계절.
이 가을을 붙잡아 두고 싶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