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실 고모
-윤동재
지난가을 일곱 조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도리실 마을 회관에서 도리실 고모 칠순 잔치해 주었지요
칠순 잔치 때는 한복 입고 한 상 받을 줄 알았는데
칠순 잔치 날도 도리실 고모 청바지를 입고 나와 잔칫상 받았지요
도리실에서 서울의 대학 나온 사람 도리실 고모뿐인데
결혼도 안 하고 평생을 묵묵히 농사 일 하는지 다들 궁금했지요
도리실 고모 집 뒤란 대나무숲이 있는데
도리실 고모 밤이면 곧잘 거기 가서
대나무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옆집 달박골 할매 어느 날 저녁 먹고
도리실 고모 집에 놀러 왔다가
대나무와 도리실 고모가 나누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지요
대나무가 도리실 고모에게
“서울에서 이름난 대학 나왔는데
도리실에서 왜 평생 농사 일 하나요?”라고 하자,
도리실 고모 대나무에게
“대학 졸업하고 선생이 되어 학생을 가르치겠다며
서울 시내 사립학교 몇 곳에다 이력서를 냈는데
학교마다 보자고 해 가보니 똑같이 하는 말이 가관이더라!
출근할 땐 엉덩이에 딱 붙는 스커트만 입어야 하며
몇 년 치 봉급 받을 생각 말고 학생을 열심히 가르치고
그게 싫으면 미리 그 이상의 돈을 내라더라!”
대나무 도리실 고모 얘기 듣고
가슴에 갑자기 뭐가 치밀고 올라오는 것 같아
꺼내 보니 돌멩이였지요
대나무 그 돌멩이 젖 먹은 힘까지 다해 서울을 향해 던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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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맑은 머리 흐리게 하는 시도,, 흐린 머리 맑게 하는 시도 있구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