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주민 90% 해수담수화물 공급 반대
기장해수담수화물 공급 주민투표 개표를 보면서
기장의 해수담수화물 공급에 반대하는 주민투표결과가 투표 완료 4시간 후인 21일 밤 12시 22분 기장해송배드민턴 클럽에서 시민단체와 주민 100여 명이 참관하는 가운데 발표되었다. 투표대상 69,913명중 26.7%인 총 15,931명이 투표하여 26.7%의 투표율에 찬성이 1,636표(10.2%), 반대가 14,308표(89.3%), 무효표가 70표 나왔다. 투표한 주민 중 약 90%가 해수담수화물 공급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는 투표장소로 결정된 학교 등에 대해 “학교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교내시설을 빌려줄 시 지방재정법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직접 전화로 투표장소 취소 압력을 넣은 사실도 언론을 통해 밝혀졌고 그런 힘든 과정에서도 주민들이 많이 투표장에 와서 한 목소리로 해수담수화 목소리를 낸 것은 부산의 지방자치에 큰의미가 있다.
지난 3년여 동안 기장담수화물 반대를 이끌어온 힘은 이날 밤늦은 시간까지 개표결과를 보려고 개표장을 지킨 기장의 어머니들이었다. 2년 전 4월 16일, 온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월호는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죽는 것을 눈 앞에서 생생히 보고도 아무것도 못해주는 자신의 무능함과, 단 한명도 구해주지 못하는 정부의 무책임을 목도하고 가슴에 피눈물을 흘렸다.
그렇기에 정부에서 원전에서 고작 11Km 밖에 떨어진 곳에서 퍼올린 해수담수화물을 국책사업이라며 무조건 먹으라고 했지만, 자신보다는 가족들 특히 자식들이 그것을 먹었을 때 일어날 지도 모를 불안감을 아무도 완전히 해소해 주지 못하자 반대에 나섰다. 작년 차가운 겨울 거리에서 고작 몇십 명이 반대의 목소리를 외쳤지만 그 목소리는 큰 울림이 되어 16,000여 명이 투표장에 나온 것이다. 현직 군수와 국회의원이 받은 득표수보다도 많은 주민들이 해수담수화반대 투표에 나섰다는 것은 우리들이 뽑은 그들의 어설프고 무책임한 모습에 분노한 주민들의 울부짖음인 것이다.
주민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어머니들은 100여 일의 힘든 싸움에 몸은 지치고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제 투표가 끝났다는 마음에 피곤이 급격하게 몰려왔을 법도 한데, 끝까지 개표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굵은 눈물을 흘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널리 확산되고 우리 국민들의 민주의식이 각인될 것이라는 이규정 개표관리 위원장님의 말씀이 큰 울림으로 우리 국민과 사회에 와 닿을 것이다.
개표를 위해 일요일임에도 자원봉사를 하러 온 여러 주민들과 전교조 선생님들, 그리고 이번 투표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들과 함께한 부산의 여러 시민단체와, 전국에서 선투표에 도움을 준 500여 자원봉사자들에게 부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함을 느낀다.
시종일관 부산시와 정부는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또한 국책사업이니 주민들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마음대로 시행하는 것에 대한 큰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신병륜 / 해운대라이프 이사·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