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y in God
오늘 하루를 스케치처럼 그려본다. 한편으로 일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낯익다.
아침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간단한 요기(미숫가루: 골고루)하고, 씻고, 출근 준비하여, 미라 나와 있던 교목실장 최재완 신부와 차를 타고, 학교로 향하였다. 어제 광암장학회 모임과 회식이 있어서, 최 신부님 차를 타고 왔기 때문이다. 최 신부님이 나를 편하게 잘 대해준다. 그래서 참 편하다. ㅎㅎㅎ. 본인은 편치 않을 수 있다.
성당을 출발하여 박애병원, 시외버스 터미널을 지나, 성환 방향으로 차를 달렸다. 평소 다닌 길이지만, 최 신부님과 함께 가니 기분 좋았다. 안성천을 넘어, 안성천 강둑을 따라, 가다가 논길과 마을 길이 어우러져 있는 길로 갔다. 녹음의 싱그러움이, 천변의 젊고 싱싱한 갈대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때론 두루미와 학, 비둘기와 꿩, 참새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서서히 달리는 차 앞에서 화들짝 놀라 날아간다. 놀라긴 하지만 서로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다.
최 신부님과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함께 출근하는 시간은 한편으로 힐링의 시간이다. 그렇게 시골길 논둑길, 동네길로 하여, 차가 막히지 않고, 신호등이 없는 길로 학교에 간다. 참 편안하다. 양편에 넓게 펼쳐진 논,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벼, 더 멀리 언덕 위에 풀밭은 아일랜드의 언덕과 같은 느낌이다. 강둑길 한쪽 편에 있는 안성천의 물길은 그리 맑지 않지만, 볼만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렇게 본지도 몇해된다. 이제는 익숙하다. 반대편으로 돌아올 때 저녁 노을... 한편으로 죽여준다.
그렇게 하여, 미양 근처에 가면, 길 옆에 성당이 있다. 성당 앞을 지날 때마다 성호경을 긋고, 천주교 신자임을, 천주교 신부임을 표시한다. 난 기분 나쁘지 않다. 예수님도 성모님도 그러신 것 같다.
그 길을 따라가면서, 고속도로 밑을 두 곳을 지나, 두원 공고 앞을 지난다. 앞선 신식 장비와 설비로 학생들과, 방문객의 눈을 크게 만드는 학교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취업과 진학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는 또다시 안성천을 따라가다가, 천을 넘어 안성 시내로 들어선다. 편안한 안성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확 든다. 높지 않은 건물, 낯익은 간판, 중앙로에서 금산로까지 2차선으로 연결된 통로(길)은 정겹게 다가온다. 쭉 뻗어 있는 길과 길 양편은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을 법한 안성 시장과 시내를 지나 금산로 로타리에서 안성초등학교를 지나 교육청 앞에 오면, 학교 냄새와 성당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게 학교로 다가가던 차는 학교 언덕길에서 힘을 내어,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친구들과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차도 인사하고 나도 인사한다. 교문 등교맞이하시는 선생님들에게. 간단한 체온 체크를 하고, 차에서 내려, 시간이 되는대로 등교하는 친구들에게 사랑의 인사를 한다. 그동안은 여러 가지 모양의 하트(사랑) 인사를 했는데, 요즘에는 정문 앞에 놓여 있는 꽃화분의 꽃을 따는 흉내를 내어, 학생들에게 정성껏 주면 우리 착한 학생들이 두 손으로 정성껏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을 보는 이마다, ‘놀고 있네.’ 하며 웃어 죽겠다고 한다. 나보다 등치가 큰 친구들이 유치원 친구들처럼, 서로 사랑과 행운의 꽃을 주고 받고 있으니 말이다. 웃지 않는 이가 없다. 내가 제일 많이 웃나 보다. ㅎㅎㅎ.
그렇게 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십자가의 길(14처)을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은 1처를 지나자마자, 새로 생긴 그네에 머물러 한참을 그네에서 혼자 놀다가 2처로 향했고, 그 옆에 프리허그 예수님 상에 안겨, 예수님께 사랑을 고백하고, 2처, 3처로 발걸음을 옮기며,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풀과도 꽃과도 인사를 한다. 멀리서 보는 이가 있다면, ‘우리 교장 신부님은 정말 한가한 사람이네.’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공베르 언덕길의 꽃나무들과 풀잎들이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래도 좋다. 나는....
십자가의 길(공베르 언덕길)을 오르노라면, 이름 모를 새들이 신나게 지저귄다. 그러면 나도 지저귄다. 어떤 때는 새가 지고 날아간다. 머리 위쯤에 똥을 한방울 싼 다음. 만약에 맞았다면, 옆에 있던 짱돌을 집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십자가의 길 정상 부분에 있는 그네에 또 걸터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그네를 탄다. 그러다 보면, 수업 준비를 알리는 주님의 기도 노래가 흘러나온다. 몸으로 입으로, 코로 함께 부르며 안법고 정원에 들어선다. 여러 가지 기억할 것들이 많다.
100주년 동문회 기념비와 기념수(잣나무)를 지나, 그 옆 류진선 신부님 공적비 앞에서 서서 기숙사(예신) 신축과 신부님들 숙소에 관하여 이야기하며 빨리 만들어 놓으라고 떼는 쓴다. 그리고는 100주년 기념 조형물(백년의 기다림)을 눈으로 만져보고, 출근 체크를 하고, 3학년 건물에 있는 기도실에 들어가, 우와기를 벗어놓고, 전기 초를 켜 놓은 다음, 아침 성무일도와 고3를 위한 기도, 각종 기도를 바친다. 기도를 많이 바쳤다는 느낌이 들면, 기분 좋게 일어나 예수님과 성모님께 꾸벅 인사를 하고, 소등한 다음 기도실에서 나와, 권희 바르바라 수녀님이 가꾸어놓은 화단에서 방울토마토 몇 개를 따서 다리 춤에 쓰윽 문질러 입으로 밀어넣는다. 그렇게 먹어야 맛있다. 그리고는 로즈마리 잎을 한번 건딜어 코가에 대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교장실로 향한다.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하트를 날리면서 학생들의 집중력을 방해해 가면 교실 옆을 지나간다. 선생님들 모르게....
행정실을 거쳐가야 교장실에 들어가야 하기에, 행정실 선생님들을 만나야 한다. 그동안 서로 훈련해 놓은 것이 있다. 내가 ‘좋은 아침입니다.’하면, ‘사랑합니다.’라고 답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그 소리가 작으면,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때까지 한다. 그런데 두 번 이상 해본 적이 없다. 매번 정확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 좋은 분들이다.
첫댓글 멋진 하루를 가꾸어 가는 이들에게 평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교장 신부님과 교목 신부님의 출근 길...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학교 옆 사제관이 빨리 마련되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와 신부님의 하루를 따라다니는 느낌입니다.처음 읽었는데 이제 매일 찾게 될거같아요.교장선생님이 신부님이시니 너무 복되고 감사합니다.저는 명동 계성여중 나와서 수녀님이 교장이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