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늦으막히 출발해 백무동에서 점심을 먹고 한신계곡을 오른다.
소주병 챙겨 영신봉에 올라 반야 노고로 지는 일몰을 본다.
세석대피소에서 잠자고 다음 날 일찍 촛대봉에 올라 일출을 보고
장터목에 가 아침 식사를 하고 천왕봉에 다녀와 백무동으로 내려와
점심먹고 돌아온다.
나 혼자서 가끔하는 지리산 1박 2일이다.
이번에도 그럴 작정으로 한신계곡으로 올랐으나, 밤내 잠이 안 온다.
마음이 편한 이는 잠자리가 편하다 했는데 난 무슨 죄를 졌을까?
어제 먹은 점심 산나물 어떤 것이 내 몸을 지배하는 걸까?
옆자리에서 3시에 알람이 울린다.
그가 배낭을 챙겨 밖으로 나가자 조금 있다 나도 일어난다.
아버지 제사를 모시려면 일찍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천왕일출까지 3시간을 계획잡고 가려면 요기를 조금 해야겠다.
남은 떡에 소주를 한모금 마시고 랜턴을 켜고 나선다. 3시 40분이 지난다.
불 몇 개가 앞서고 있다.
하늘엔 크고 맑은 별이 몇 개 반짝인다.
숨을 허덕이며 까만 촛대봉을 지나친다.
진주 시가지인지 불빛이 일렁인다.
연하선경이 시작되는 바위 위에 서도 아무것도 안보인다.
연하봉을 지나 어둠 속에 장터목대피소에 닿으니 5시 10분, 동쪽 하늘에 붉은 띠가 생겼다.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어둠 속에서 쉬지 않은 탓인지 빨리 왔다.
일출 시각에 맞춰 아침을 챙겨 먹기로 한다.
대피소에서 나온 이들 세석에서 출발한 이들이 취사장에 많다.
나도 한쪽으로 차지하고 라면을 끓이고 햇반을 반 잘라 넣는다.
술을 아낀다.
배낭을 다시 챙기고 두고갈지 망설이다가 가벼워 그냥 짊어지고 제석봉을 오른다.
5시 45분이다. 길엔 눈이 많고 눈 아래엔 단단한 얼음이 보인다.
통천문을 지나 계단이 더 많아진 천왕봉 경사를 오른다.
6시 45분쯤 도착하니 정상석 주변엔 사람이 가득하다.
바람도 없고 그리 춥지 않아 좋다. 진주 진양호 부근의 하양 물줄기에서는 안개도 피어난다.
불쪽 장안 덕유산쪽엔 구름 바다다. 반야봉 오른쪽 서북 능선도 구름인데 해가 떠오르는 쪽엔
구름띠가 붉어 곧 해가 뜰 참이다.
밤내 오래된 전화기의 충전이 안 되어 사진을 아끼지만 %가 금방금방 줄어든다.
사진을 직어달라하고 이리저리 돌다 사람들이 흩어지기 전에 먼저 내려온다.
폰 배터리는 다시 작동하지 않는다.
장터목 대피소엔 7시 50분쯤 도착한다.
요기를 하고 싶으나 귤 몇 개 외에 먹을 것이 없어 바로 백무동 하산길을 잡는다.
망바위에서 한번 쉬면서 천왕봉에서 못 마신 술을 귤안주 마신다. 한모금 마시자 없어진다.
참샘의 물은 음용불가라 하는데 손으로 두번 받아 먹는다.
참샘산방 식당 뒤 주차장의 내 차에 닿으니 10시 반이다.
배가 고픈데 식사가 어중간하다.
철수형께 전화하니 순천 와온 뒷산이란다.
오늘도 일하냐 하니 휴일이 아니라 한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이 아니다.
병식이한테 연락하라 하는데 그러겠다 하고 동주한테 연락한다.
뱀사골 성삼재를 돌아 순천에 오니 겅의 하시가 다 되어간다.
그를 태우고 건봉국밥집에 가 국밥을 주문하는ㄴ데 양이 많이 줄어든 듯하다.
그가 사 주는 밥을 먹고 보금사우나에 가 목욕하고 집에 오니
누님과 여동생 그리고 오후 반차를 낸 바보등 여자 셋이 제사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