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가소성
기억은 얼마나 정확할까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지각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즉 나쁜 기억은 빨리 지우고 좋은 기억을 남기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지요.
추억이 늘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선택적기억뿐만 아니라 기억을 왜곡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과거의 일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 구조화에서 기억할 뿐만 아니라
때론 조작을 통하여 과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역사적 진실은 존재하지만, 해석은 편향이나 왜곡으로 흐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망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우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진실을 아는 것은 더 큰 상처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우린 적당한 망각이 필요합니다. 잊어야만 용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1979년 8월, 천주교 신부인 피가노는 무장 강도 혐의로 재판 중이었습니다.
일곱 명의 목격자들이 이 신부님을 지목했고, 피해자 역시 강도가 신부님과 똑같다고 진술했습니다.
신부님이 아무리 무죄를 주장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신부님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며칠 후 진범이 잡힙니다.
놀라운 사실은 진범과 신부님은 생김새부터 아주 달랐던 것이지요.
당시 신부님은 53세의 대머리 중년이었지만 진범은 39세의 긴 머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학습과 환경에 따라서 뇌의 시냅스 형태가 변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질을 '신경 가소성'이라고 하지요.
선진 영화는 미래를 보여줍니다.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기억의 재생과 소멸, 전이와 이식에 관한 문제이지요.
현재 우리 기억 속에 있는 것도 믿기 힘든 것이 현실인데
감독의 상상으로 그려진 미래가 일부라도 실현된다면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합리적 결정의 바탕에는 정확한 기억이 필요한 것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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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이 보내 준 글입니다.
오늘도 덕분에 '신경 가소성' 이란 단어를 배웠습니다만,
'선진 영화'는 어떤 영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왜 이리 배워야 할게 끝없이 밀려들까요?
하기사 몰라도 괜찮고, 모르고 살아온 것들이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