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種料簡語料簡
사료간(四料簡)
료간(料簡)이란 헤아려 가려낸다는 뜻이다.
임제(臨濟) 선사의 사료간(四料簡)
이는 수행함에 있어 주체인 사람과 객체인 경계의 관계를 말한 것이니 사람은 이(理)에 경계는 사(事)에 견주어 본 것이다.
師晩參에 示衆云,
有時(유시)에는 奪人不奪境(탈인불탈경)이요
有時(유시)에는 奪境不奪人(탈경불탈인)이요
有時(유시)에는 人境俱奪(인경구탈)이요
有時(유시)에는 人境俱不奪(인경구불탈)이니라
임제 스님께서 저녁 법문에서 대중들에게 설법했다.
“나는 어느 때는 사람을 빼앗지만 경계는 빼앗지 않고,
어느 때는 경계를 빼앗지만 사람은 빼앗지 않으며,
어느 때는 사람과 경계를 모두 다 빼앗고,
어느 때는 사람과 경계를 모두 다 빼앗지 않는다.”
時에 有僧問,
如何是奪人不奪境고
그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사람을 뺏고 경계를 뺏지 않는 것은 어떤 경지입니까?”
師云,
煦日(후일)에 發生鋪地錦(발생포지금)이요
孩垂髮白如絲(해수발백여사)로다
임제 스님이 대답했다. “햇볕이 따스한 봄날에 만물이 발생하여 대지에는 비단을 깐 것 같고, 어린아이가 머리카락을 내려뜨리니 하얀 실과 같다.”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
사람은 제하고(빼앗고) 대상은 뺏지 않는다는 경계이다.
이는 객관뿐 인간적인 감정이나 주체를 탈각시킨다.
예를 들면, 여름날 해가 내리쬐고
있을 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니 선악도 없다.
新出紅爐金彈子。破梨鐵面門。(風穴)
새로 붉은 화로를 나온 금탄자(화살촉)가
아사리의 철면피를 쏘아 뚫는다. (풍월 연소)
僧云, 如何是奪境不奪人(여하시탈경불탈인)고
스님이 또 질문했다.
“경계를 빼앗아 버리고 사람을 빼앗지 않는 것은 어떤 경지입니까?”
師云,
王令(왕령)이 已行天下(이행천하) 이요
將軍塞外絶煙塵(장군새외절연진)이로다
“왕의 명령이 이미 천하에 두루 행해지는 태평시절에는 전방 요새에 있는 장군도 전쟁을 하지 않아 먼지 하나 일으키지 않는다.”
탈경불탈인(奪境不奪人)
대상은 제거하되 사람은 그냥 둔다.
객관세계가 탈락하고 절대주체만 남긴다.
사람이 자기 일에만 매달리면 경계를 몽땅 탈각시키고
자기만 오롯한 경우이다.
<치문>에 보면 팔풍(八風)이 나온다.
칭찬하는 바람, 욕하는 바람 등에 흔들려 동요되어
판단이 흐려지지 않는다는 경계라 하겠다.
芻草乍分頭腦裂。亂雲初綻影猶存。(風穴)
향초가 잠시 두 잎으로 나누어지니 두뇌가 쪼개지고,
어지러운 구름이 처음으로 피어나니 그림자가 오히려 남아있다.
僧云,
如何是人境(여하시인경)을 兩俱奪(양구탈)고
스님이 다시 물었다.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는 것은 어떤 경지입니까?”
師云,
幷汾絶信(병분절신)하야 獨處一方(독처일방)이로다
임제 스님이 대답했다.
“병주(幷州)와 분주(汾州)는 신의를 끊고 지금은 독립하여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인경구탈(人境俱奪)
사람도 경계도 다 빼앗아 버린다.
주체든 객체든 다 없앤다.
이는 사람이 곧 경계이고 주체가 곧 객체인 주객합일의 경계이다.
만법과 내가 하나이다. 이는 바로 삼매의 경지이다.
躡足進前須急急。促鞭當鞅莫遲遲. (風穴)
발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게 하니 모름지기 바쁘고,
채찍을 급히 하여 가슴걸이를 치니 머뭇머뭇하지 않는다.
僧云,
如何是人境(여하시인경)을 俱不奪(구불탈)고
스님이 또 물었다.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지 않는 것은 어떤 경지입니까?”
師云,
王登寶殿(왕등보전)하니 野老謳歌(야노구가)로다
임제 스님이 대답했다.
“왕이 보배로운 궁전에 오르고,
들녘의 늙은 농부는 태평가를 부른다.”
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
사람과 경계가 함께 긍정되는 경계이다.
주체도 객체도 다 존재한다. 모든 존재자가 확연히 살아 움직인다. 만법이 부처의 성품을 발산시키는 세계로 화한다.
常憶江南參月。鷓鴣啼處百花香。(風穴)
항상 강남의 삼월을 생각하니
메추리가 우는 곳에 백화의 향기로다.
영명(永明) 선사의 禪淨 사료간(四料簡)
有禪有淨土(유선유정토)
猶如戴角虎(유여대각호)
現世爲人師(현세위인사)
將來作佛祖(장래작불조)
참선수행도 있고 염불공덕도 있으면
마치 뿔 달린 호랑이 같아,
현세에 뭇 사람들의 스승이 되고
장래에 부처나 조사가 될 것이다.
無禪有淨土(무선유정토)
萬修萬人去(만수만인거)
但得見彌陀(단득견미타)
何愁不開悟(하수불개오)?
참선수행은 없더라도 염불공덕이 있으면
만 사람이 닦아 만 사람 모두 가나니,
단지 아미타불을 가서 뵙기만 한다면
어찌 깨닫지 못할까 근심걱정 하리요?
有禪無淨土(유선무정토)
十人九蹉路(십인구차로)
陰境若現前(음경약현전)
瞥爾隨他去(별이수타거)
참선수행만 있고 염불공덕이 없으면
열 사람 중 아홉은 길에서 자빠지나니,
저승(中陰) 경지가 눈 앞에 나타나면
눈 깜짝할 사이 그만 휩쓸려 가버리리.
無禪無淨土(무선무정토)
鐵牀倂銅柱(철상병동주)
萬劫與千生(만겁여천생)
沒個人依(몰개인의)
참선수행도 없고 염불공덕마저 없으면
쇠침대 위에서 구리 기둥 껴안는 격이니,
억만 겁이 지나고 천만 생을 거치도록
믿고 의지할 사람 몸 하나 얻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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