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이성선
벽에 걸어 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덧붙임
이 詩에서 볼 수 있듯이,
어찌 보면 이 세상 그 무엇 하나도
도반 아닌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혹시 그 귀한 도반들을 소홀히
하거나 놓치지는 않았는지,
또는 나는, 그들에게 어떤 도반이었는지
되돌아 볼 때다.
그리고는 도반들에게
‘요즘 공부는 어떠하신지요?’
안부도 묻고, 자신의 공부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도반이란,
함께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벗으로서,
도道로써 사귄 친구라는 뜻이다.
여기서 불도란,
깨달음을 의미하는 구도의 길이고,
도반은 깨달음을 목적으로
같은 도를 수행하는 동지를 가리킨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구비조건으로,
스승과,
수행하기에 적절한 도량,
함께 수도하는 좋은 도반,의
세 가지 요소를 중요시하였다.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도량에서
훌륭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다고 해도
함께 하는 도반이 없다면,
깨달음에 이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좋은 도반을 만났다는 것은
공부의 모든 것을 이룬 것과 같다.”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수행하는 이에게 도반은 더없이 소중하다.
도반은 단순히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깨달음이라고 하는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고 함께 실천해야 한다.
부처님께서도 끊임없이
도반과 대화를 나누며
일깨워주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요즘은 도반이란 말이
각종 신행단체나 동호회를 비롯하여
‘함께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넓은 의미로 일반에 확산되어
사용되어지고 있다.
같이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도 도반이고,
인생의 반려자인 부부도 도반이며,
나이·성별·종교를 뛰어넘어
삶의 향기를 주고받는 관계도
도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