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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집 조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 안녕 하세요 숙모님!”
“ 어서와, 어머 - 얼굴이 구리빛이 됐네!”
“ 어제 왔어요, 작은 아버진요?”
“ 으응 서재에..”
명우 슬슬 일어나려 하는데 어느새 주현이가 와서
“ 아빠, 있잖아 나 어제 계속 오리 따라 다니며 놀았다?”
하고 재잘거리며 바지를 집어주고 옆에 있는 셔츠를 가져다 줘가며
“ 재미있었어, 오빠도 오리랑 놀았어, 근데 아빠. ..”
“...”
명우, 그 바지를 이불 속에서 입고 상체를 일으켜 셔츠를 입고 있었다,
“ 오리들은 있잖아 지네들끼리 꼭 붙어 다녔어 대장 오리도 있고 졸병 오리가 있었는데..”
“ 주현아 그 얘기 좀 있다 할까? 아빠 세수를 좀 해야 하거든.”
“ 응, 알았어 아빠, ”
아이를 내 보내고 거실로 나갔다,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는 조카와 태현이 있었다,
“ 이제 일어나신 거에요?”
“ 응, 왔어? ”
“ 어제 술 하셨어요?”
조카가 살피며 웃었다,
“ 으응 좀..”
명우, 얼굴을 쓸어내리며 씨-익 웃었다,
욕실로 가며 주방을 일별했다, 아내는 상차림을 하고 있었고 거실 유리가 멀쩡했다,
잠시 후 면도를 한 말끔한 모습으로 나 온 명우,
“ 봉사활동 괜찮았어? ”
조카에게 물었다.
“ 네 머, 저흰 처음이라 선배님들만 쫓아 다녔어요.”
“ 즐겁게 보내야지.“
“ 도회지 친구들이 좀 힘들어 하긴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모두들. 보람도 있었고 ..”
“ 자 모두들 이리 오세요!”
명희가 불렀다,
주현이는 제 엄마에게 가서 식탁에 팔굼치를 올려 턱을 괴고 앉아서는 오리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응.. 있잖아 엄마, 아침에 대장 오리가 먼저 목을 쑥 배고 꽉! 하면 그게 .. 자, 모두들
일어나라 나갈 시간이다 - 그런 뜻이래. 그러면 다른 오리들이 꽥! 꽥! 하고 .. 알았어요- 하며
대답을 하는 거야.”
“...”
식탁에 음식을 놓으며 아내는 웃고 있엇다,
“그럼 대장 오리가 뒤뚱거리며 먼저 나가는 거야, 그 뒤로 다른 오리들이 꽥! 꽥! 하며 모두 따라 간다?
뒤뚱 뒤뚱거리면서 말이야.”
아이는 엉덩이를 쳐들고 흔들어 보였다,
“....”
“그리고는 논에 가서 하루 종일 물속을 헤집으면서 놀아.”
아내가 조카 앞으로 고기 접시를 가까이 놔 주며 권했다,
“자, 천천히 많이 먹어, 형님 괜찮으시지?”
“ 어머니요? 네 많이 좋아 지셨어요. 기부슬 떼었으니까요. 그걸 떼니 살 것 같다고 하시던데요,
살살 움직이시며 밭일도 거드시고 부엌일도 하시던데요, 저녁에 아줌마 오실 거에요.”
“ 아직 안 오셔도 된다고 했는데, 형님이 다 나을실 때까지는 있어야지.”
“그래서 엄마.”
주현이가 얼른 비집고 들어 왔다,
“ 저녁이 되면 또 대장 오리가 머리를 쑥 쳐들고 둘러보며 꽉! 하는 거야, - 무두 어디 있니? 모여라!-
하는 거야, 그러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오리들이 머리를 들고 꽥! 꽥! 하고 대답한다? - 우리 여기
있어요, 알았어요- 하는 거랬어”
“...”
“...”
밥을 먹으며 모두들 잔잔히 웃고 있었다,
ㅁ....진단과 처방
“ 대장 오리가 앞장서면 또 무두들 그 뒤를 따라 뒤뚱거리며 오는 거야. 근데 엄마, 나하고 오빠하고
오리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도 기여히 집엘 들어간다? 나랑 오빠 옆구리와 다리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고 빠져 나가서는 저네 집으로 들어갔어, 꽥! 꽥! 소리치고 뒤뚱뒤뚱거리면서 말이야.”
아이는 의자위에 올라가 다시 엉덩이를 흔들어 보이며
“ 그게 우리를 욕하는 가는 거래. 집에도 못 들어가게 한다고 궁시렁 대는 소리랬어,”
하며 갈갈거리고 웃었다,
“ 주현이가 아주 오리에게 흥미를 붙였구나 그 얘기는 누가 해 줬니?”
명우가 물었다
“ 큰 아버지가 해 주셨어요”
태현이가 대답했다,
“ 아니야 큰 아버지가 해 주신 것도 있지만 나도 봤다 머.”
“ 그래- 나도 봤어, 누가 뭐래?”
“ 근데 아빠, 오빠가 오리 한 마리를 껴안아 보려다가 물렸대에요.”
제 오빠를 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 저런 괜찮았니? ”
명희가 아이를 건너다보며 짐짓 살폈다.
그러자 조카가
“ 하하하. 괜찮았어요, 주둥이를 내밀고 한동안 태현이 엉덩이를 향해 쫓아 다녔죠.”
“!..”
태현이가 머썩해 했고 주현인 헤헤덕거렸으며 명우와 명희는 빙그레 웃었다,
“ 암놈 이였으면 괜찮을 텐데 그놈 수놈 이였던 모양이지?”
명우의 말에 조카가 웃었다, 명희가 그런 남편을 한번 흘겼다,
“ 그런데 아빠 그 오리들 말이에요. 정말 열심히 일해요. 그리고 시간이 되면 꼭 집으로 찾아 오는 게
신기했어요 ,
“ 야 - 우리 태현이 대단한데 응!” 광현이가 그랬다 그러면서
“ 작은 아버지, 태현이가 벌써 그런 걸 볼 줄 알다니 놀라운데요? 예리한데! 관찰력이 좋아.”
“....”
아이의 어깨를 쳐 주며
“ 그래 맞아 오리도 자기 할 일을 안다는 거지 그리고 그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거야.”
“...”
명우는 웃기만 했다,
...
조카가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에 갔다 오겠다며 나갔다,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
말끔하게 원상복귀 된 거실 유리를 마주하고 명우, 서 있었다, 화원에서 빨래 한 것을 걷고 있는
아내를 보고 있었다, 그녀 달라져 있었다, 어제까지도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거의 우울증에 갇혀있던
두어달간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난 듯 가벼워 보였다, 본래의 생기를 발하고 있었다,
그녀 명우의 의중을 깨닳은 것이다, 그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간파 했으며 어젯밤 남편의 행위가
그녀 고집의 결과 였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남편과 별거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물론 그녀의 결벽증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 뻔뻔하지도
교활하지도 못했다, 신뢰를 저버린 댓가를 그녀 스스로 감내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명우, 더 이상의 기다림을 용납할 수 없었다, 너무 고집을 부리는 그녀가 노여웠던 것이다,
그날 밤 어디에 있다 왔는지는 알 필요 없었다. 그 동안의 개연성으로 봤을 때 그녀의 외박도 그런
연장선상이였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집으로 왔다는 것이며, 돌아온 그녀가 자중했고 그를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며, 가족에 대한 애정이였다. 가정을 지키겠다는 그녀의 확고한 의지를 본 이상
명우 그녀를 도와야 했다. 기여히 하고 싶지 않은 말까지 하며 긁어대긴 했지만 아내의 우울증에는
자극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울증은 오래두면 병이 된다 .병으로 가게 할 수는 없다. 형 선우를 통해
우울증의 위험성을 체득한바 있다.
윤리와 도덕, 저버린 믿음 등으로 추락한 자신을 벽속에 가둬놓고 우울증으로 가려는 아내에게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의 진단과 처방은 정확했다,
명우, 음란하고 더러운 계집을 사랑했다,
....
부엌으로 간 그녀, 잠시 후 과일 쟁반을 가지고 거실에 와서 소파에 앉았다,
명우 비디오에 녹화 테입을 넣고 플레이 버턴을 누른 다음, 그도 아내의 마즌편에 앉았다, 과일을 찍어
먹으며 약간 몸을 틀고 TV를 보았다, 지난 6월에 있은 멕시코에서의 월드컵 경기를 녹화해 두었다가
다시 보고 있었다, 함께 TV를 보며 잠시 있던 아내가 입을 열었다,
“ 저기, 당신 나 차하나 빼 줘요.”
“.!.”
“ 그동안 연수 받고 있었어요, 도로 연수.”
“....”
“ 9월부터 나 출근해요.”
“...”
그녀 일어나 다시 주방으로 갔다,
...흥, 고집쟁이 여편네 ... 명우는 그러나 슬며시 웃었다,
차를 갖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굳이 명우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그녀 혼자 할 수 있었다,
둘의 고집이 막상막하이긴 하지만 서로가 절충 배려함으로 뜻을 이루는 쪽인데 고집의 무게를 달아보면
명희 쪽이 조금 더 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 슬기롭게 자신의 고집을 무리 없이 이루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남편의 자리를 존중해 주는 지혜였다,
명우, 차오르는 흡족함을 느끼며 브라운관에서 움직이는 축구시합을 보고 있었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분명 한국선수다, 선하고 순하게 생긴 얼굴들이다, 그래서 어리숙하게까지 보이는 점이며,
줄무늬 셔츠에 붉은색 트렁크를 입은 외국선수가 힘이 있어 보이고 거칠어 보이는 이유는 분명 선입견
탓이리라, 각자 자기 나라의 영예를 걸고 치열하게 경기를 벌이고 있었다, 모든 경기가 다 그렇지만
특히 국제경기에 있어서의 열정과 치열함을 명우, 좋아했다, 그 한 득점에는 영예와 돈과 사랑과 조국애
가 다 포함되어 있다, 사람의 삶도 그와 같지 않은가, 어느 것 하나 치열한 과정을 거치고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는 법이다,
겹쳐지는 그림이 있었다, 경기장에서는 아니지만 그에게도 그런 치열함이 있었다,
ㅁ.....선과 악의 구분이 있든가?.
고등하교 일학년 때 아버지를 잃고 이듬해 어머니를 연달아 잃었다,
아버지가 방첩대에 끌려가던 날부터 한의원은 문을 닫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비축 되어 있던
것으로 연명하였는데 그 후론 막막했다, 억울하게 당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형 선우는
하루 종일 마루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거나 책을 펴 놓고는 한 페이지만을 보고 있었다,
무 싹을 틔운다며 한 겨울에 언 땅을 파헤치기도 하는 등 형수의 애간장을 녹였다, 형수가 한의원을
팔자고 명우에게 의논해 왔을 때, 명우는 넋을 놓고 앉아 있는 선우를 한동안 바라보았을 뿐 이였다,
친척도 별반 없었고 그나마 먼 친척들은 빨갱이라는 말에 놀라 근접을 삼가려 했고, 이웃들도 냉기가
흐르는 시선 이였다, 하지만 몇몇 용기 있는 이웃이 있어, 그들의 배려에 힘을 얻어 형수가 결단을
내렸고, 아버지가 마련해 두었던 지금의 풍기 농장에다, 한의원을 처분한 돈으로 일을 만들어 갔다,
하지만 농사일이 곧 순조롭게 생각데로 되는 것은 아니여서 몇 해를 고전했다, 인삼을 했는데 그것이
3년에서 6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므로 1년 농사인 담배를 해 가면서 이웃의 인삼을 받아다가 팔러
다니기도 했던 것이다, 그 동안 명우는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고생했다, 주로 가정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구책을 마련했는데 다른 친구들이 되도록 입주식을 원했지만 입주식 가정교사를 원할 때가
그를 낭패스럽게 했다, 어디서든 유혹이 있었던 것이다, 학생이 남학생이면 동생이거나 누나가 그랬고
여학생이면 그 학생이 그랬다, 어느날엔 한 밤중에 살이 비치는 얇은 속옷을 입고 들어오는 여자가
있어 놀라 일어나 보았더니 학생의 어머니였다,
명우 자신도 미처 깨닳지 못했던 내 벽이 없었다면 젊디젊은 시절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 아슬한
순간들 이였다,
데모가 일어났을 때, 명우 역시 조용할 수 없었다, 헌데 형수가 말렸다,
“ 데련님 제발.. 형님을 봐서라도 데련님 만은.. 데련님 마저 어떻게 된다하면 형님은 어떡 허구요,
나는 어떡할 거에요? 부디 데련님은 무사해야 해요, 시국도 중요 하지만 우리에겐 지금 데련님이
중요해요.”
시동생의 손을 잡고 울었다,
그리고 병수 형인 박 병린이 뒷덜미를 잡아 내리 눌렀다,
“ 냉정해야 돼, 넌 나가면 죽어 임마! 집에 가 있어.”
아버지가 빨갱이로 찍혀있어 요 주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자중하라는 두 사람의 간곡한 만류에 명우, 소요기간 동안 집에 내려와 있었다, 점점 더 심한 우울
증세를 보이는 형님을 간호하며 지냈다, 형님은 바짝 말랐다, 형수가 일에 매달려 자칫 끼니를 놓치면
형님은 밥도 못 먹고 있었고, 밥상을 차려 앞에 놓아 주어도 수저를 잡지 않았다, 멍 하니 허공을 보며
앉아 있었다. 그런 형에게 밥을 떠 넣어주며 명우 비로소 울었던 것이다.
우언지 알 수없는 노여움과 분노였다, 연민이기도 했고 그리움이기도 했다, 한과 서러움까지 복합된
진한 슬픔 이였다, 형수가 부리나케 나타나서는 그런 명우를 보고 멈칫했다,
“ 아이고 저기. 내가 그만..”
“...”
명우 들었던 수저를 놓으며 고개를 떨 구고 있자,
형수가 콧물을 닦았다, 명우 떨 치 듯 몸을 흔들고 일어나 가방을 챙겨 들고 농장을 나섰다,
그 뒤에다 대고 형수,
“ 데련님! 도착하는데로 연락 주세요 아셨죠~!"
“...”
-계속
첫댓글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
읽다 보니 이야기 책이네여 지두 기둘릴께여 ^^
안정을 찾아가는 가정속에 남편의 지혜로운 자극과 뻔뻔하지 못한 아내자신을 스스로 깨우쳐가는 명희 ........ 이제 휴 안심을 놓아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