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15) – 길상사, 상사화 외
상사화
2023년 9월 17일(일), 길상사
나무위키의 길상사에 대한 설명이다.
“대원각 소유주 김영한은 16살 때 조선권번에서 궁중아악과 가무를 가르친 금하 하규일의 문하에 들어가 진향이라
는 이름의 기생이 됐다. 그가 지금의 길상사 자리를 사들여 청암장이라는 한식당을 운영했고, 군사정권 시절 대형
요정인 대원각이 됐다.
(…)
김영한은 승려 법정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을 받아, 1987년 법정에게 요정 터 7,000여 평과 40여 채의 건물을 시주하
고 절을 세워달라며 간청하였다. 법정은 처음에 사양하였으나, 결국 1995년 이를 받아들여 대한불교조계종 송광사
의 말사로 등록하여 길상사를 세웠고, 이전 길상사의 창건 법회에서 길상화(吉祥華)라는 법명을 받았다.”
길상사는 절 같지 않은 절이다. 공원이다. 누구라도 즐겨 찾는 아늑하고 고적한 공원이다. 무엇보다 경내가 그리 크
지 않아서 좋다. 여느 절과는 달리 당우(?)들이 소박하다. 길은 숲속 정겨운 오솔길이다. 길 주변에는 야생화들이
자연스럽게 자란다. 투구꽃, 참취꽃, 이질풀, 모싯대, 누린내풀 등등. 상사화는 불갑사에 비한다면 보잘 것이 없지
만, 한 송이 한 송이가 사랑스럽다.
함께 올린 글은 중국의 석학 임어당(林語堂, 1895~1976)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생활의 발견(원제 : The
Importance of Living)』(박병진 역, 육문사, 1993)에서 몇 구절 골랐다. 그 책의 ‘장조(張潮)의 경구(警句)’ 중에
나오는 글이다. ‘책과 독서에 대하여’이다. 임어당은 이 글이 17세기 중엽 사람인 장조의 저서 『유몽영(幽夢影)』에
나오는 경구라고 한다.
젊어서 책을 읽음은 틈으로 달을 바라봄 같고, 중년에 책을 읽음은 자기 집 뜰에서 달을 바라봄 같고, 노경에 이르러
책을 읽음은 창공 아래 발코니에 서서 달을 바라봄과 같다. 독서의 깊이는 체험의 깊이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6. 누린내풀
글자 없는 책(즉 인생 그 자체)을 읽을 수 있는 사람만이 지극히 현묘한 말을 할 수가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도를 해득하는 사람만이 부처의 지극히 높은 예지를 터득할 수 있다. 동서고금의 불멸의 문학은 모두가 피와 눈물로
쓰인 것이다.
『수허전』은 비분(悲憤)의 책, 『서유기(원숭이 서사시)』는 정신적 각성의 책, 『금병매(호색소설)』는 근심과 탄식의
책이다. 문학은 책상 위의 풍경, 풍경은 땅위의 문학이다. 독서는 모든 것을 능가하는 최대의 기쁨이다. 다만 역사를
읽으면 기쁨보다 분노가 앞선다. 그러나 분노 속에서도 기쁨이 있다.
주) 선인(善人)이 사살 당하고, 혹은 환관 ㆍ 전제자가 정권을 장악한 역사를 읽으면 심란하고 미칠 듯하다. 이 감정
을 ‘비분’이라고 한다. 이 미칠 듯한 감정은 심미적으로는 아름다운 감정이다.
경서는 겨울에 읽어야 한다. 겨울은 마음이 집중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사서(史書)는 여름에 읽어야 한다. 여름은
여가가 많기 때문이다. 선철(先哲)의 책은 가을에 읽어야 한다. 사상에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후대 작가의 문집은
봄에 읽어야 한다. 봄은 대자연이 다시 소생할 때이니까. 문인의 군담(軍談)은 대체로 서재의 병학(兵學)이다(문자
그대로 <지상(紙上)의 군담>). 장군이 문학을 논할 때는 대체로 들은 풍월에 지나지 않는다.
독서술의 근본을 통달한 자는 만물이 화하여 책이 됨을 깨닫는다. 산수(山水)도 역시 책, 장기도 술도 역시 책, 달도
꽃도 역시 책이다. 뛰어난 여행자는 도처에 풍경이 있음을 안다. 책과 역사는 풍경이다. 술도 시도 풍경이다. 달도
꽃도 풍경이다.
예전에 어떤 문인은 말했다. 10년을 독서에 바치고, 10년을 여행에 바치고, 10년을 그 본존과 정리에 바치고 싶다
고.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보존에 10년을 낭비해ㅐ서는 안 된다. 2, 3년으로 만족해야 한다. 소망대로 하고 싶다면
황구연(黃九烟)이 말했듯이 인간이 3백 살의 수명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23. 참취
「시는 시인이 빈곤 또는 불행에 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좋아진다」고 고인이 말했다. 불행한 사람에겐 할 말이 많고,
따라서 자기를 유리하게 발표하기 쉽다는 사고방식에서일 것이다. 영달한 부유층 사람들이 빈궁의 탄식도 불우의
원망도 없이 언제나 바람과 구름과 달과 이슬의 시만 짓고 있다면, 좋은 시가 태어날 리가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있
어서 시를 짓는 유일한 방법은 여행에 나가서 눈에 띄는 모든 것, 산 ㆍ 시내 ㆍ 풍속 ㆍ 생활, 때로는 전쟁이나 기근
에 시달리는 민주의 모습, 이런 모든 것을 자기 시에 끌어들이는 일이다. 이같이 자기 노래와 탄식을 위해 나의 비애
를 빌려 온다면 억지로 가난해지고 불행해지지 않더라도 좋은 시가 지어질 것이다.
24. 투구꽃
25. 층꽃
26. 마타리
27. 경내 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