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 삼고초려 — 유비, 제갈량을 얻다
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을 꼽으라면 도원결의, 적벽대전,
그리고 이 장면이에요.
삼고초려.
세 번이나 찾아가서 사람을 얻는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단순히 "유비가 제갈량을 모셔온 이야기"로 넘기기엔,
이 장면이 담고 있는 게 훨씬 많습니다.
왜 유비는 세 번씩이나 찾아갔을까요?
그리고 제갈량은 왜 유비를 선택했을까요?
유비의 위기
때는 207년.
관도대전에서 조조가 원소를 꺾고 북방을 통일해가는 동안,
유비는 계속 쫓기고 있었어요.
조조에게 쫓기고,
기반을 잃고,
이 군벌 저 군벌에게 몸을 의탁하며 떠돌았죠.
도원결의를 맺고
황건적 토벌에 나선 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유비의 손에 쥔 건 여전히 없었어요.
나이는 마흔일곱이었어요.
어느 날 유비는 자기 허벅지를 보다가 눈물을 흘렸어요.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았더니
허벅지 안쪽에 살이 붙어 있었던 거예요.
한창 싸워야 할 나이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었죠.
이때 유비 곁에 있던 형주의 명사 사마휘가 말했어요.
"지금 유비 공에게 없는 것이 하나 있소.
바로 시대를 읽는 뛰어난 책사요.
복룡과 봉추 중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도모할 수 있을 거요."
복룡과 봉추. 엎드린 용과 봉황의 새끼라는 뜻이에요.
복룡은 제갈량이었고, 봉추는 방통이었죠.
제갈량이라는 사람
제갈량은 당시 스물일곱 살의 젊은이였어요.
형주 근처 융중이라는 곳에서 직접 밭을 갈며 살고 있었죠.
밭을 갈면서도 늘 노래를 흥얼거렸고,
스스로를 관중과 악의에 비교했다고 합니다.
관중은 춘추시대 최고의 재상이었고,
악의는 전국시대 최고의 명장이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비웃었어요.
저 사람 좀 허풍이 심하지 않냐고요.
그런데 제갈량의 친구들,
그중에서도 최고의 눈을 가진 인물들은 달랐어요.
"제갈공명은 그 그릇을 알 수가 없다."
첫 번째, 두 번째 방문
유비는 제갈량이 있다는 융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제갈량이 없었어요.
출타 중이었죠.
유비는 아무 말 없이 돌아왔어요.
얼마 뒤 다시 찾아갔어요.
이번에도 없었어요.
관우와 장비는 슬슬 짜증이 났어요.
장비는 노골적으로 말했죠.
"한낱 시골 선비 하나를 왜 형님이 직접 찾아가야 합니까!
제가 가서 끌고 오겠습니다!"
유비는 조용히 말했어요.
"그러지 마라. 옛날 주 문왕도 강태공을 모실 때 예를 다했다.
그런 마음가짐이 없으면 현자를 얻을 수 없어."
세 번째 방문
207년 겨울,
유비는 세 번째로 융중을 찾아갔어요.
이번에는 제갈량이 있었어요.
그런데 낮잠을 자고 있었죠.
관우와 장비는 어이가 없었어요.
저 사람이 뭔데 유비 형님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냐는 거였죠.
유비는 말렸어요.
그리고 제갈량이 깰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어요.
한참 뒤 제갈량이 눈을 떴어요.
유비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고 제갈량은 급히 옷을 갈아입고 나왔어요.
두 사람은 처음 만났어요.
융중대책, 천하삼분을 말하다
유비와 제갈량은 방에 단둘이 마주 앉았어요.
유비가 물었어요.
"지금 한나라 황실이 무너지고 간신들이 권력을 농단하고 있소.
나는 힘이 부족해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겠소?"
제갈량이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조조는 이미 북방을 장악했고, 천자를 품에 안고 있습니다.
지금 조조와 싸우는 건 불리해요.
손권은 강동을 굳건히 지키고 있으니 동맹으로 삼아야 하고요."
제갈량은 지도를 펼쳐놓고 계속 말했어요.
"형주는 사방이 트인 요충지입니다.
지금 유표가 지키고 있지만 머지않아 기회가 올 겁니다.
익주는 험한 지형에 기름진 땅을 가진 곳입니다.
한나라 고조께서 바로 이곳을 기반으로 천하를 차지하셨죠."
그리고 결론을 말했어요.
"형주와 익주를 차지하고,
서쪽과 남쪽을 다독이고,
손권과 동맹을 맺은 뒤,
때를 기다려 북쪽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그러면 천하를 셋으로 나눌 수 있어요."
천하삼분지계였어요.
유비는 무릎을 쳤어요.
"선생을 만나니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 같소!"
제갈량은 왜 유비를 선택했을까요
사실 제갈량에게 러브콜을 보낸 사람은 유비만이 아니었어요.
조조도, 손권도 제갈량의 이름을 알고 있었죠.
그런데 제갈량은 유비를 선택했어요.
왜였을까요?
조조는 이미 권력의 정점에 있었어요.
제갈량이 들어가봤자 수많은 참모 중 하나에 불과했죠.
손권도 이미 자리가 잡혀있었고요.
유비는 달랐어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서 제갈량이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었죠.
거기에 유비의 한나라 황실 후손이라는 명분은
제갈량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아떨어졌어요.
그리고 세 번씩이나 직접 찾아온 유비의 진심을
제갈량은 외면할 수 없었을 겁니다.
물고기가 물을 만나다
제갈량이 합류하면서 유비 진영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유비에게 없었던 것, 바로 전략이 생긴 거예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하는지.
제갈량은 그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죠.
관우와 장비는 처음엔 제갈량을 탐탁지 않게 봤어요.
그런데 제갈량의 능력을 직접 보고 나서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죠.
그리고 곧 그 능력을 보여줄 무대가 펼쳐져요.
조조가 드디어 남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거든요.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요.
다음 편에서는 삼국지 최고의 명장면이 펼쳐져요.
조조의 100만 대군 앞에서 유비와 손권이 손을 잡고,
강 위에서 불길이 치솟죠.
삼국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장면, 적벽대전이에요.
9편 — 적벽대전: 불꽃이 강을 삼킨 날
첫댓글 결국 둘은 합치면서
수어지교
물고기가 물을 만났다
라고 하지만
유비의 스승 수경선생은
둘이 만남은 좋은나
결과는 없을것이다
라고 한탄 합니다
결국 둘의 만남은
말짱 도루묵이 되는게
삼국지 유비편 입니다.
사마휘의 공명과
방통 이야기는 연의의
이야기 이고
정사에서는
팔금쇄신법의 조인을
격파한 서서는
조조가 이소식을 듣고
깜짝놀라 서서의
어머니를 인질로 삼아
서서가 투항 하기를
원하는데요
이때 서서는
눈물로 유비와
이별을 하면서.
공명과 방통 이야기를
함으로서 그때
그런인물이 있다는걸
유비가 알게 됩니다.
서서는 그후
고향으로 돌아가
조조에게 어떠한
협조도 안하고
지방의 조그만
관직에서 있다
생을 마침니다.
서서는 양수와 더불어
삼국지에서 제가 좋아하는 인물중에
한명입니다,
역삼남님, 깊이 있는 댓글 감사합니다.
수경선생이 "만남은 좋으나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다는 말씀,
읽으면서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결국 제갈량의 북벌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끝나는 걸 생각하면,
수경선생의 그 한마디가 얼마나 날카로운 통찰이었는지 새삼 느껴지네요.
서서 이야기는 제가 빠뜨린 부분인데요,
어머니를 인질로 잡혀서도 끝까지 조조에게 협조하지 않은 서서
— 정말 의리 있는 인물이죠.
역삼남님 댓글 덕분에 독자분들이
그 깊이도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연의' 연재가 끝나면,
역삼남님께서 제가 미처 담지 못한 정사의 중요한 부분들을
따로 시리즈로 올려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양수와 서서 이야기도 꼭 자세히 듣고 싶네요! 😊
늦은 밤까지 재미나서 잘 읽고갑니다.'역삼님댓글 도 감탄합니다.
아시느것도 많으시고 카페행사 운동회에 많은 금액을 찬조도 해주시고..'언제 뵈면 인사드려야겠어요.
아직 뵙진 못했지만요.
도빈 대 작가님 멀리 미국에서 이리 많은 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려요.
미류님, 늦은 밤까지 읽어주셨군요! 😊
역삼남님은 정말 삼국지 지식이 깊으신 분이에요.
저도 역삼남님 등 여러분들의 댓글 덕분에 배우는 게 많습니다.
대작가님이라고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삼국지가 좋아서 쓰는 사람인데요. ㅎㅎ
앞으로도 함께해 주세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