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엔 광주 태현이 어머님 장례식장에 차를 끌고 갔다.
술을 마시지 않으려 했으나 견디지 못하고 희철이와 술을 마시고 말았다.
충호형 종필이 영대 정주에 성남에서 온 우영이까지 술을 가끔 따뤄줘 마시다 보니 가득 취해
대리운전 해 왔다. 비용이 4만원이나 한다.
토요일엔 눈이 왔다고 무등이 하얗게 보이는데 아파트에서 비실댄다.
담양 프로그램을 마치고 녹동역 앞에서 내린 바보와 다시 시내에 나가
횟집에 가 저녁을 먹는데 술이 들어가지 않는다.
일요일 새벽 4시에 바보는 일어나 나의 산행 도시락을 준비하고 전복죽을 차려준다.
5시 반에 운전하고 비엔날레 주차장에 내려 차를 준다.
8명이 타고 가다 지리산휴게소에서 콩나물죽으로 아침을 먹는다.
난 한그릇 또 먹는다.
맨 뒷좌석을 모두 차지하고 반쯤 누워 잠자다 보니 상주시와 김천시의 경계인 큰재인 모양이다.
9시 30분을 지난다.
사진을 찍고 낮으막한 능선을 지나 웅이산으로 3km를 오른다.
참나무 낙엽이 수북한 길 위에 눈이 남아잇고 몇 개는 눈이 녹아 물이 고여 있다.
등산화는 먼지 얼룩이 남는다.
땀이 나 겉옷을 벗는데 모두 앞서간다.
오랜만에 참여한지라 힘도 걱정되어 동양에게 후미를 본다고 한다.
동양은 나의 마음을 꿰뚫는지 걱정말고 가시란다.
한 시간 남짓 능선길을 오르니 국수봉이라는 한자 돌비가 길가에 비스듬히 서 있다.
정상에 가니 한자 웅이산 비석이 크다.
구름 깔린 산 뒤로 구름 사이 하늘이 파랗다.
모두 간식 먹을 생각도 않고 또 부지런히 걸어간다.
용문산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제 비슷한 등로가 연이어 나타난다.
뒤에 오는 두 분의 여성을 기다려주며 후미로 가다보니 동양과 처음이
바람막이를 치며 길 위에 점심을 편다.
술이 없다. 햇빛이 가져온 복분자를 나눠 마신다. 동양도 처음도 술을 챙기기 않았고
새벽에 이마트 편의점 무인가게에 들른 난 술을 사지 못했다.
술이 없는대로 충분히 산길을 걸을 수 있다.
700미터 넘는 조그만 산들이 이어지다 계속 내려간다.
찻길 위의 생태통로를 지나 일행은 점차 앞서 가 사라진다.
국방부 표지가 서 있는 시멘트 임도를 오르며 길에 앉아 귤을 나눠 먹는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 작은 봉우리를 지나오니 또 임도다.
리본을 보고 능선을 잡는 길이 쉽지 않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과 대간길이 나뉘는데 대간길의 리본이 낡아 있다.
앞서가는 이들을 몇 번 부르는데 바람에 날려 답이 없다.
전화도 안 된다.
그래도 하나의 길이어서 따라간다.
몇개의 이정표가 보이고 이제 마지막 오르막인가 하면 또 오르막이다.
추풍령인 듯 길이 보이고 저수지도 보이는데 앞쪽에 뾰족한 봉우리가 나타난다.
지친 우리는 저 산은 오르지 않겠지 하는데 산길은 위로 이어진다.
밧줄로 막아둔 꼭대기에 서니 한쪽이 취토장인 듯 잘려서 절벽이 되어 있다.
내려오니 이제 거의 다 온 금산이다.
낮으막한 4차로 옆의 추풍령공원에 닿으니 5시가 되지 않았다.
7시간 반이 걸리지 않아 느린 우리는 잘 왔다고 한다.
사진을 찍으며 기다리는데 동양이 금방 차를 가져 왔다.
택시기사의 도움을 받아 영동 시내에 가 목욕을 하고 그 앞의 식당에서 순대에 식사를 한다.
햇빛과 내가 술을 많이 마시고 동양은 술을 많이 참고 처음은 운전으로 아에 마시지 않는다.
처음이 술을 가져와 내잔이 비었는가를 살피곤 한다.
7시 반이 넘어서 영동을 출발해 광주에 오니 10시가 넘어간다.
화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소태역에 내려 하순행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마중운동을 나올 줄 알랐던 바보는 침대에 잠들어 있다.
오랜만에 광주 돌아다니며 피곤한데다 맥주 한잔하고 마중나가려 했는데
잠깐 잠들었다 한다.
차에서 잠들어 술이 깬 난 술을 적게 마셨노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