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사상의 변형 레닌주의 강의를 듣고/안성환
제446차 사단법인 울산문화아카데미에서는 이범교 교수님의 “마르크스 사상의 변형, 레닌주의”라는 주제로 두 시간 동안 강의가 진행되었다. 모두가 평등하고 착취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공산주의의 이상이 왜 현실에서는 억압과 독재, 빈곤이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 러시아의 역사와 레닌의 사상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강의 첫 화면에는 공산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스탈린의 얼굴들이 등장했다. 쉽게 정리하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세웠고, 레닌은 그 사상을 러시아 현실에 맞게 변형하여 혁명으로 실천했으며, 스탈린은 이를 강력한 국가 중심의 체제로 굳혀 갔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날 교수님께서는 네 사람 가운데 특히 레닌의 사상과 역할을 집중적으로 설명해 주셨다.
당시 러시아는 농노제의 흔적과 차르의 전제정치가 이어지고 있었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빈부격차와 노동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을 받아들인 레닌은 1917년 혁명을 통해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혁명 이후 내전과 경제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권력은 점차 공산당에 집중되었고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도 심해졌다. 이후 시장경제를 일부 허용하는 신경제정책이 시행되기도 했지만, 스탈린 시대에 이르러 국가권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평등과 해방을 꿈꾸었던 혁명의 이상과 실제 현실 사이에는 점점 큰 거리가 생긴 것이다.
강의 중 교육에 관한 말씀도 무척 인상 깊었다. 초등학교는 친구와 어울리고 약속을 지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곳, 즉 ‘사람됨의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라고 하셨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대학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면서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힘을 기른다는 말씀이었다.
이 대목에서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많이 쌓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이 많이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가지면 권력을 감시하고 잘못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힘도 커질 것이다. 그래서 교육과 민주주의는 서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관계라는 점도 새롭게 느껴졌다.
중국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중국은 거대한 인구에 비해 공산당원이 전체 국민의 일부에 불과하며, 당원들이 국가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바라보면서 민주주의 체제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조정해야 하므로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반면, 권력이 집중된 체제는 국가적 목표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빠른 결정이 언제나 올바른 결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속도 못지않게 권력을 견제하고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역사를 철기시대, 증기시대, AI시대로 연결한 설명도 기억에 남는다. 철기시대에는 단단한 철을 이용해 땅을 일구고 나라를 넓혔으며, 증기시대에는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AI시대에 서 있다. 이제 기계는 인간의 손발을 넘어 생각과 판단의 영역까지 돕고 있다. 철이 ‘힘의 혁명’이었다면 증기는 ‘노동의 혁명’이고, AI는 ‘지능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가 펼쳐질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에서 기대와 함께 두려움도 느껴졌다.
국가와 경제체제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공산주의는 생산수단을 공동으로 소유하여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했고, 자본주의는 개인의 재산과 자유로운 경제활동, 경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회주의는 국가의 역할과 복지를 강화하여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빈부격차를 줄이고자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 역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하면서 한전, 가스공사,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코레일, LH와 같은 공기업과 국민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실의 국가는 어느 한 이념만으로 움직이기보다 시장의 효율성과 공공의 역할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발전해 가고 있는 셈이다.
이번 강의를 들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어느 한 이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이상도 권력이 한곳에 지나치게 집중되고 견제 장치가 사라지면 처음의 뜻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유와 평등, 경쟁과 복지, 시장과 국가가 서로 균형을 이루고 권력 또한 끊임없이 견제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레닌의 혁명과 공산주의의 변화를 돌아보면서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역시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AI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어떤 이념이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지혜와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롭게 배우고 생각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우리의 문화가 더욱 소중하고 멋지게 느껴진 뜻깊은 강의였다.
2026년 10월 6일 안성환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