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나무의 맨살에 눈 내린다
청동방울 흔들며 뿜어내는 냉수 한 사발
열려라, 꽃문 열려라
하얀 주문을 왼다
그 소리에 잠 깨어 뒤척이는 사람들
한산춤 북소리로 어지러이 출렁인다
먼 강엔 엉덩이 치켜들고
자맥질하던 달빛,
하-얀
고요의 소란에 갇혔다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3.02.28. -
3월에 내리는 봄눈을 본 적이 꽤 오래된 기억으로 남았지만, 봄눈은 매화 꽃잎 위에도 내려 그 운치를 더한다. 언젠가 시인은 봄눈을 만났나 보다. 봄눈 속의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열려라, 꽃 문 열려라’는 주문을 걸어본다. ‘먼 강엔 엉덩이 치켜들고 자맥질하던 달빛’은 시인이 보기에 하얀 달 그늘을 지상에 펼치고, 봄을 맞는 사람들은 봄밤의 마술인 ‘고요의 소란’에 갇힌다. 춘래불사춘, 봄이 왔지만 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끝나지 않는 세계의 전쟁과 아직 벗기에는 두려운 마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불경기는 또 어떤가. 모두가 이겨내서 환한 꽃들 사이에서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