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 자 찾기]
-천수호
도랑을 한 번 쭉 훑어보면 알 수 있다
어떤 놈이 살고 있는지
흙탕물로 곤두박질치는 鰍
그 꼬리를 기억하며 網을 갖다댄다
다리를 휘이휘이 감아오는
물풀 같은 글자들
송사리 추, 잉어 추, 쏘가리 추
발끝으로 조근조근 밟아 내리면
잘못 걸려드는
올챙이 거머리 작은 돌맹이들
어차피 속뜻 모르는 놈 찾는 일이다
온 도랑 술렁인 뒤 건져올린
비린내 묻은 秋는 가랑잎처럼 떨구고
비슷한 꼬리의 (송사리)추, (잉어)추, (쏘가리)추만
자꾸 잡아 올린다.
(편집자주:송사리추, 잉어추, 쏘가리추는 원래 한문 글자로 표기해야 하나
컴퓨터 한자의 제한으로 한글로 대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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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긴장된 시적 질서·패기 탁월
신춘문예가 ‘프로신인’을 배출하는 제도라면, 가장 중시되어야 할 요소는 그 신인의 프로로서의 가능성일 것이다. 이 가능성은 때로 작품의 완결성이 미흡할 경우에도 거칠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수가 있다. 작품의 질서가 주는 조화에 매료되어 그 뒤의 힘찬 에너지를 놓친다면, 심사자는 두고두고 아쉬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옥편 속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 ‘오래된 부채’ 외 3편의 천수호씨와 ‘못은 나무의 역사를 만든다’ 외 4편의 김형미씨는 이같은 아쉬움을 처음부터 걷어내 준 분들로 높은 평가에 값할 만 하다. 당선자가 된 천씨는 긴장된 시적 질서와 패기 양면에서 탁월한 재능과 힘을 지닌 것으로 보이며, 김씨 역시 패기가 대단하고 대담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지하철 역에서’ 외 3편의 윤석정씨, ‘석모도 민박집’ 외 4편의 안현나씨도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그들만의 언어로 그것을 표현해내는 능력이 기성시인을 차라리 앞서는 면이 있다. 당선자, 그리고 당선을 양보한 김씨의 창의력을 다시한 번 가슴에 새기며, 앞으로의 활동을 주목하고 싶다. (황동규·시인, 김주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