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2008년 하반기 메인보드 시장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다. 특히 하반기 경기 침체가 본격화 되고,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메인보드 시장도 전에 없던 불황을 맞게 된다.
또 이런 불황은 지난해 초까지 높은 인기를 얻었던 P35와 같은 메인스트림급 제품 대신 내장 그래픽 메인보드를 시장의 '주인공'으로 끌어올렸다. 웬만한 성능을 갖춘 저렴한 제품들이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때문에 2008년의 메인보드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지면 '내장 그래픽 메인보드의 득세'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간의 메인보드 시장의 양상은 어땠는지 다나와 리서치를 통해 알아보았다. 참고로 다나와 리서치는 다나와 연동몰의 판매 현황을 집계한 것이므로 전체 시장의 판매량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 소켓별 시장 점유율
먼저 최근 두 달간 어떤 CPU를 장착하는 메인보드가 인기를 끌었는지 '소켓별 판매량'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텔 CPU용 메인보드가 57%, AMD CPU용 메인보드가 43%로 인텔 메인보드가 비교적 우세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이 결과를 다른 말로 풀이하면 인텔과 AMD의 CPU 판매량으로도 볼 수 있다. 메인보드의 판매량이 CPU의 판매량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CPU 판매량은 인텔이 56%, AMD가 44%로 메인보드의 판매율과 거의 비슷함을 알 수 있었다.

2008년 12월 ~ 2009년 1월 - 소켓별 점유율 (AMD vs 인텔 )
- 칩셋 제조사별 점유율
현재 데스크톱 메인보드 칩셋의 제조 업체로는 크게 인텔과 AMD, 엔비디아 등의 빅3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비아(via)가 인텔과 엔비디아에 이어 빅3 업체로 명성을 날렸으나 신제품의 출시가 뜸해지면서 그 자리를 AMD에게 넘겨주게 됐다. 현재 비아 칩셋을 탑재한 메인보드는 1% 내외의 저조한 판매율만을 기록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칩셋 제조사별 시장 점유율을 나타낸 것으로 인텔의 1강과 AMD, 엔비디아의 2중 체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인텔 칩셋의 경우 약간의 굴곡은 있지만 꾸준히 5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이어가고 있으며, AMD 칩셋도 빠른 상승세를 보이며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는 12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AMD와 대등한 모습을 보였지만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10%대로 추락했다.

2008년 12월 ~ 2009년 1월 - 칩셋 제조사별 점유율 (%)
이 같은 결과는 역시 내장 그래픽의 높은 판매량과도 일맥 상통한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인텔은 최근 G31 칩셋의 판매량이 급상승하면서 내장 메인보드와 일반 메인보드에서 모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또 AMD는 일반 메인보드에서는 큰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내장 그래픽 메인보드의 판매는 인텔 못지 않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경우 전통적인 강세를 보이던 내장 그래픽 제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전체적인 판매량도 감소했다.
- 내장 / 일반 메인보드 시장 점유율
다음으로 지난 2달간의 그래픽 코어를 탑재한 메인보드와 일반 메인보드의 판매율에 대해 알아보았다. 전체 시장 중 그래픽 내장 메인보드가 약 68%의 판매율을 차지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그래픽 내장 메인보드가 이처럼 높은 판매율을 보인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7년에는 60%, 2008년에는 67%로 매년 판매량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이렇듯 내장 메인보드가 높은 인기를 끄는 것은 그래픽 성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하반기를 전후해 출시된 내장 메인보드는 왠만한 보급형 그래픽카드 못지 않게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면서 가격적인 면에서도 유리하고, 그래픽카드를 사용한 시스템에 비해 전기를 적게 쓰고 정숙하다는 환경적인 장점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웹서핑이나 HTPC와 같은 세컨드 PC의 수요도 점점 늘고 있는데다, 불경기일수록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내장 그래픽카드의 독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칩셋별 시장 점유율
지난 08년 하반기 메인보드 시장은 인텔 G31과 AMD 780G의 가파른 상승세를 가장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내장 그래픽을 탑재한 G31 칩셋의 폭발적인 성장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G31 칩셋은 저렴한 가격과 무난한 그래픽 성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시장을 점령해 갔고, 지난 상반기까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내장 그래픽 제품 i945GC의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또한 AMD의 780G 메인보드도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으며, G31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높은 그래픽 성능과 폭넓은 확장성, 10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 등 많은 장점을 갖추고 있어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때문에 2009년 상반기까지는 계속해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P45의 성적은 예상밖의 저조한 모습을 보이며 '주류'의 자리에서 다소 멀어지고 있다. 과거 P35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교한다면 대조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경기 침체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저렴한 보급형 메인보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15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 때문에 당분간 내장 그래픽 메인보드의 자리를 위협하는 제품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08년 하반기 메인보드 칩셋별 시장 점유율 (%)
지난 두 달 간의 메인보드 판매량에서도 역시 인텔 G31과 AMD 780G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시장에서 두 제품의 판매량만 합쳐도 44%에 육박한다는 점은 놀라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009년 들어 780G의 판매량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G31의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는 사실이 눈에 띈다.
또한 P43 메인보드의 인기도 간과할 수 없느 부분이다. 아직 P45를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이지만 10만원 초반대의 저렴한 가격과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최근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P45에 이어 '메인스트림' 제품에서 또 하나의 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엔비디아 칩셋을 사용한 제품은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Geforce6150+nF450 칩셋을 탑재한 제품만 겨우 4%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을 뿐 다른 제품들은 순위권에서 멀어지면서 계속된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큰 기대를 모았던 지포스8000 시리즈 메인보드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세대 교체에 실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대체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이상 역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좋지 않은 소식이 이어지는 현실이지만 경기 침체가 소비자 PC 시장까지 빠르게 넘어오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쏟아지고 있다. 메인보드 내장 그래픽 코어의 성능이 좋아진 것은 반길 일이지만 가격 때문에 저가형 제품과 내장 그래픽 제품이 인기를 얻는다는 점은 다소 씁쓸한 결과다. 올해에는 코어 i7을 비롯해 페넘 2까지 새로운 플랫폼이 자리잡아 PC 시장에 활기가 돌아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