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아스의 입에서 최고위급 시마법이 연속적으로 터져나왔다. 타임 듀레이션으로 평소의 수십배로 빨라진 화염의 화살들과 그 주위를 감싸는 불꽃의 파도가 공간의 주관자를 가로막는 몬스터들을 태워나갔다. 마법진과 룬어, 그 어떤 과정도 생략한채 완전히 의지에 각인된, 그야말로 시동어 하나, 손짓 하나로도 발동시킬수 있는 시마법의 신. 공간의 주관자. 정화의 신. 에델바이스가 창조의 신이라면, 세리아스는 정화의 신이었다. 그리고 그 정화의 도구는..
"이곳은 모두 끝냈습니다."
..라고 말하며 찬란한 13장의 날개를 펄럭이며 세리아스에게 다가오는 자였다. 세리아스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유쾌히 말했다.
"그래, 그래. 루시퍼. 너도 다 끝냈지? 자아! 그럼 나이트레드에게 나가기 전에 마지막 선물로 이거나 주자."
그녀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진홍의 신전을 박살내주자. 자아! 간닷!! 선 블래스트(Sun blast)!! 프레슈어 써클(pressure circle)!!! 마지막으로 깨끗이 태워서 소금이나 뿌려줄까? 메테오(Meteor)!! 슈팅 스타(Shuting Star)! 꺄하하하핫!!"
..가공할만한 태양의 진동파로 신전을 허물어뜨리고 둥그렇게 퍼져나가는 압력의 원으로 가루로 만들어버린 뒤, 마지막으로 운석을 떨어뜨려 완전사살해버리고 슈팅 스타를 소환해 싹 태워 흔적도 없이 만들어버리는 일을 세리아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해치워버린 뒤, 루시퍼에게 업혀 자신의 정화의 신전으로 날아갔다(꺄하하하하!!).
"..앞으로는 주의하십시오."
"알았다구! 쳇, 그까짓 신전 하나 새로 지으면 될거아냐!"
다음날 아침. 팡테온으로 불려나간 세리아스는 신들에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증오의 눈길을 온몸 가득히 받고 있었다. 자기 신전을 깡그리 박살낸 세리아스에 대한 분노에 불탄 나이트레드가 정식으로 고소를 해버렸던것이다. 물론, 언제나 그런 일이지만 세리아스에게 그런게 통할 리가 없었고. 적당히 형식적인 문책 좀 받고 끝났던 것이다. 결국 나이트레드만 억울하게 된 것이다. 뭐, 사실 책임은 자기한테 있었던거니까 별다른 다른 말도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팡테온을 나오며 세리아스는 기지개를 쭉 폈다. 옆에는 변함없이 루시퍼가 따르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걷던 세리아스는 문득 궁금한 듯이 루시퍼를 바라보았다.
"근데말야. 너, 왜 나이트레드정도되는 녀석의 명령을 받고 날 찾아온거야? 너정도면 다른 천사한테 시킬 수도 있잖아? 귀찮게시리. 뭐, 나로서는 잘된 일이지만말야. 빨리 말해봐."
"..한번, 들러보고 싶었습니다.
"응?"
세리아스는 경악했다. 저 냉철한 카리스마의 11 대천사의 수장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니!! 사진이나 한방 박아놓을까.. 라고도 잠시 생각해보았던 그녀였다. 그토록 루시퍼의 저런 표정은 드물었다. 세리아스는 한번 까르르 웃고 나서는 주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았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장난스레 변하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의 손끝에 신력(神力)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신력이 새들에게 명중하자, 새들은 이내 세리아스에게로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오기 시작했다. 세리아스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새들에게 루시퍼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너도, 루시퍼 저 표정은 토픽감이지?"
그 순간, 새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고 느껴진것은 루시퍼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세리아스는 루시퍼의 등에 업혀 날아가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래도.. 내가 널 잘못만들지는 않았구나.. 루시퍼.."
"..그런가요."
세리아스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고는 다시금 목청을 가다듬었다. 천상계의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