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거짓말
최 병 창
보고 싶어서 눈이 짓물렀다는 말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는 말
거짓말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보는 눈과 듣는 귀는 달콤해진다
말이야 번듯하지만 하는 짓을 보면 가당치 않은 것이 어디 한둘이랴
몸을 풀었다거나 멀쩡한 기운이 도망갔다거나 하는 말들은 폼새에
어울리지도 않지만 약발이 닿지 않는 거리는 그야말로 멀고도 가까웠다
분수를 차리지 못한 날씨가 제법 으스스하다
제정신 아닌 것이 어디 한둘이랴
생각해보니 먹는 입이 달콤해질 때까지 나도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니
천애의 고아가 따로 없다
뜬금없다던 숨겨둔 비밀같이 수상한 것은 입과 눈이 아니라 약발
떨어진 날씨 때문이었으니 맛도 없이 눈치만 본다는 거짓말은 잔인하게도
유효기간이 없었다
맛이 없어도
맛이 있는것 같이
지금도 중얼거리는 입과 눈처럼.
< 2004. 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