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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이별
the middle of summer, farewell…
바람이 분다.
찌는 듯한 여름 더위를 커버하는 기분좋은 바람이다. 그것도 잠시,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가자 다시 푹푹찌는 더위는 지금이 7월 중순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듯 나를 마치 가스레인지 위의 프라이팬처럼 뜨겁게 달궈대고 있었다. 이마에서 시작한 땀방울 하나가 뺨을 타고 흐르고, 턱을 따라 죽 ㅡ. 목 선을 따라 섹시하게 선을 긋고 가는 땀방울 하나는 이내 내 옷 속으로 숨어버린다.
몸서리 쳐진다. 간지러워.
「으… 찝찝해.」
집에 가면 바로 샤워나 해야겠다.
한 여름 이별
the middle of summer, farewell…
빨리 집에나 가서 샤워하려던 내 의지는 전화 벨소리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의 번호가 액정에 떠있었기에. 금세 통화버튼을 누르고 낭랑한 목소리로 그를 맞이했다.
『만나자, 나와.』
「어디로ㅡ?」
『…아, 그냥 내가 갈께. 어디야?』
다정한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행복으로 이끈다. 천상 유토피아에 내가 위치해 있는 것만 같은 공상 속에서 나는 빠져나오지 못한다. 심장은 행복감에서 요동치며 헤어나오지 못한 채 허우적 대고, 나는 그를 더 깊게 사랑하게 된다. 그의 경우에는…
전화를 끊은지 5에서 10분정도 되었을까, 금세 그의 차가 내 앞에 섰다. 마침 근처에 있었나보다.
「와…우리 통한 거야? 근처에 있었나보네. 」
「근처에 거래처가 있어서 업무 때문에 있던 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왜 그래?」
「뭐가.」
「갑자기 왜 그렇게 매몰차.」
그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나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눈빛도 이상하다. 뭐, 지금 만나자고 한 게 마치 헤어지자는 이별선고를 하기위해 이렇게 부른 것같다는 동물적 직감이 몸에 찌릿ㅡ 흐른다. 설마, 설마 그렇겠어? …
「헤어지자고 불렀어…어느정도 눈치는 챘겠지만.」
아니, 전혀.
한 여름 이별
the middle of summer, farewell…
「헤어지자고 불렀어…어느정도 눈치는 챘겠지만.」
내가 눈치를 채고 있었을 거라고 단정짓고 있었다는 그의 태도에 더 화가 났다. 어이가 없어, 누구 마음대로 헤어지고 말고야. 갑자기 그를 원망하고 그를 힐난하려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이유가 뭐야.」
「이별에 이유가 어디있겠니.」
맞는말이다, 하지만…
「우리, 여기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어떻니.」
그를 사랑한다, 나는 아직 그를 사랑한다. 그와 헤어질 준비도, 그를 보지 않고 살 준비도. 모두 아직 하지 못했다. 이별 예행 연습도 하지 못했는데… 그는 나를 떠나려고 한다. 숟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지루하게도 많이 봐왔던 구질구질하고 흔한 로맨스, 그 끝의 이별. 눈물 콧물 다 짜내면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며 쟤네는 참 고생한다. 했는데…원래 연애하고 헤어지면 다 눈물이 나는 걸까. 가슴 속이 복잡했다. 그저 이별하면 쉽게 잊혀질 것만 같던 사랑은 7년 세월 간에 내 발을 쇠사슬로 꽁꽁 묶어 놓아 버렸다.
26 살 인생 처음 다가온 이별은… 그저 낯설고 두렵기만 했다.
한 여름 이별
the middle of summer, farewell…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떴다.
어디인지 모를 곳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이리저리 얽힌 기억의 퍼즐 중 한 조각을 집어들고는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싣는다. 순간, 그와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기 시작한다. 첫만남, 프러포즈, 데이트, 첫키스…… 그리고 이별.
「……」
그는 어디있을까. 이 어두운 곳에 나를 두고.
한 여름 이별
the middle of summer, farewell…
눈을 또 한번 감았다가 떴다.
지금 나의 앞에는 19살의 때묻지 않은 모범생이었던, 그가 서있다.
「잘 부탁해.」
내 옆자리였던 그. 항상 시험을 치면 점수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던 나로써는 매일 1등만 하는 그가 동경의 대상이자 범접할 수 없는 신기한 존재로 여겨졌다. 어떻게 시험만 쳤다하면 1등인 걸까. 불가사의 한 그의 성적에 관심을 갖고 그에게 공부하는 비법이라도 뜯어내려고 그의 뒤를 쫓아다녔던 것을 시발점으로, 어느새 우리 사이에 ‘어색함’ 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와 나는, 어느새 ‘연인’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관계가 되어있었다.
프러포즈는 화려하고 사치스럽지 않았지만 감동적이었다. 붉은 장미꽃 여러송이로 나에 대한 자신의 열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는 그는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한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가 내 손에 끼워줬던 커플링.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바치는 다이아몬드 반지는 아니지만 내게는 그 반지가 그어떤 비싼 반지보다 소중하고 값어치 있는 것이었다.
데이트는 그저 소박하게 손을 잡은 채 땅에 딛는 발걸음을 맞춰서 길을 걸어가다가 박자가 엉켜서 넘어질 뻔 하기도 하고 매운 떡볶이를 입으로 불어가며 서로 먹여주고 근처 싼 의류점에서 헐값에 커플티 도 맞춰입고, 커플모자 도 쓰고. 팬시점에서 서로의 취향에 맞춰 선물도 사주고…
우리 둘의 첫키스는 학교에서 옆자리에 앉은지 딱 1년이 되는, 대학에 입학한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했다. 학교를 마치고 데이트 중이었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인해 우산을 챙겨오지 못한 터라 문을 닫은 작은 가게 앞에 서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다가 눈이 마주쳐서 순간적으로 한 것이었다. 키스라기보다는, 입맞춤?
…그런 모든 것들이 행복했던 우리인데. 지금 우리는 왜 이러고 있을까.
한 여름 이별
the middle of summer, farewell…
「…미안해.」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뜨자, 다시 아까 전의 현실로 돌아와 있다. 나는 어디에 위치해 있었던가. 어떤 몽상에 빠져있었던 걸까, 구질구질한 옛 감정따위 그의 안중에도 없는 사랑놀음을 부여잡고 나는 뭘 하고 있나…….
「이제 그만하자.」
그와 함께 했던 오랜 시간들, 다 추억으로 묻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고 만은 시간들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그에게 해준 것이란 무엇일까. 항상 받기만 해왔던 나. 사랑을 줬다고 하기에는 나와 그의 사랑이 같은 양으로 비례했기에 할 말이 없다. 그를 편하게. 또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것은 쉽게, 편하게 놓아주는 것 뿐일까. 그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있다. 그의 이별통보를 받아들여야 하나, 그러면 그를 만났을 때 한달음에 달려가 안아보고, 사랑한다 속삭이는 것 또한 할 수 없는 걸까.
이별.
우리에게는 없을 줄 알았던, 꿈 속에서나 나타났었던 단어였다. 숨이 막혀왔다. 폐부가 조이고, 점점 더 다가오는 이별을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 로 실감하고 있었다. 가슴 한 구석이 뜨끈해지더니 금세 식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기도 하고, 말그대로 호흡을 배가시키는 이별은 내 목을 죄여오고 있었다. 이별, 그의 새 애인의 이름이 이별이라면 웃기겠다. 이별은 곧 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어울리지 않아, 그에게는 너와의 이별이 어울려.
「헤어져…」
「…그래,」
「……」
「보고싶을 거야, 아주 많이…」
이별은 간단하고 그가 귀찮아 하지 않도록.
「…먼저 가.」
「간다,」
애써 담담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의 뒷모습이 까만 점이 되어 내 시야에서 완벽하게 벗어났을 때 즈음, 때맞춰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무심결에 켜놓았던 TV 에서 잠시간 오늘 오후에는 장맛비가 내린다고 했었다. 비가 내리기 전에는 집에 들어갈 거라 예상하고 우산을 챙기지 않았는데. 하,
비가 내려도 나는 피하지 않았다. 비는 내 몸을 적셨다. 마치 아까 전의 내 땀방울과 같이 뺨, 턱선, 목… 그와의 이별은 그렇게 장맛비 처럼 갑작스럽고 짧게 다가왔다. 비오는 날, 오늘. 그는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이니깐 우산을 챙겼겠지. 내가 우산을 챙겼을까, 하고 지금 쯤의 시점에서 내 모습을 예상해 봤을까? 미처 대비하지 못한 그의 이별통보에 당황하여 허둥대다가 뻔하게 다 티나게 이별? 그깟 게 뭔 대수냐는 듯 발연기를 오글거리게도 펼쳐대더니 칠칠치 못한 게 비까지 맞아서 거지꼴이 되어있겠네. 하며 병신같은 년. 하면서 욕하고 있을까, 잘 헤어졌다는 둥 그런 얘기를 하고 있을까.
「…보고싶다…어디 있어,」
혼자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여기에 있다.」
…그건 아니었던가.
그는, 다시 돌아왔다. 우산을 들고, 내게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아주면서. 그리고, 옅은 미소로…
「집에까지 데려다 줄께.」
한 여름 이별
the middle of summer, farewell…
이게 무슨 글인가요…닉네임 바꾸는 김에 쓰는 방법조차 싹 - 다 갈고
왔습니다. 새드엔딩인지 해피엔딩인지 모를 결말이네요. 결말은 독자분 들 께 맡길게요. 어
떻게 쓰다보니깐 주인공 이름이 없어요! 장애소설… 그렇다고 도용 하시면 안 됩니다…아무
튼 저는 14 여자구요, 친신하고 반모 다 환영이요.! 해치지 않아요 다가오세요^0^
첫댓글 결말이 모호 하네요... 어쨌든 헤어진 건 사실이니까 안타깝네요...
그런가요..나름 해피로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아 뒷내용...궁금한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ㅎ.ㅎ .. 번외쓰기가 좀 애매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