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무 달라 선택한 남편…지금은 닮은꼴인 이유?수십 년 같이 사는 부부, 식단-생활 습관 공유... 같은 질병 앓을 가능성 높다
김용 기자
90세-100세 시대를 사는 부부는 서로의 건강을 지켜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배우자를 고를 때 키가 작은 사람은 키 큰 상대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과 달라야 2세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기대감과 함께… 외모나 성격, 경제력 등 나와 반대의 배우자를 선택한 경우 수십 년이 지난 뒤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부부는 서서히 닮아가는 것일까?
교육 수준, 생활 습관 등 나와 비슷한 사람 선호?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남녀 커플들의 특징을 다룬 200개의 논문을 토대로 유럽인 약 8만 쌍의 학력, 흡연-음주 여부, 정치적 성향 등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그 결과 커플들의 82~89%가 비슷한 특성을 공유한 반면, 3% 정도만 완전히 다른 특성을 보였다. 교육 수준이 비슷했고 흡연-음주-운동 등 생활 습관, 정치적-사회적 성향까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이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호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이 논문은 이미 나온 연구들을 종합해서 분석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오랜 기간 식단 공유하는 부부들… 식성 닮아 가는 이유?
우리 주변에선 종교, 가치관이 달라 갈등을 빚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 과거 유명인들의 이혼 사유 중 하나가 ‘성격 차이’다. 다소 모호하지만 성격 차이로 사사건건 부딪힌다면 같이 살기 힘들 수도 있다. 부부는 수십 년 동안 같은 음식을 먹는 경향이 있다. 결혼 전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던 야내가 남편의 ‘싱겁다’는 잔소리에 소금이나 진한 양념을 추가하다 보면 수십 년 후 자신도 짠 맛에 길들여 있을 수 있다. 결국 관련 질병도 나란히 앓을 수 있다.
부부 나란히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정신 건강도 영향 받아
식단은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고열량,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 짠 음식, 탄 음식 등이 그 것이다. 부부 중 한쪽에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등이 있으면 배우자도 건강한 음식을 먹는 다른 부부에 비해 위험도가 높아진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한쪽 배우자가 아침 식사를 거르면, 다른 배우자도 아침을 안 먹을 가능성이 7배 높았다. 부부는 정신 건강도 서로 영향을 받아 한쪽에 우울증이 있을 경우 다른 배우자에게 같은 상황이 될 위험이 3.8배 높았다. 지속적인 우울감이 같이 사는 배우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90세, 100세 시대는 건강수명이 중요…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부부 중 한쪽이 노쇠한 경우 배우자도 같은 상황이 될 가능성이 3~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결국 90세, 100세 시대는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이 중요하다. 한쪽이 치매에 걸리면 간병은 누가 할까? 남편이나 아내가 중병에 걸려 누워 지내면 배우자는 건강할까? 부부는 결국 일심동체다. 늙고 병든 몸을 보살펴 줄 사람은 그래도 아내, 남편 밖에 없다. 임종을 앞두고 눈물 흘리고 후회하면 부질없는 일이다. 건강할 때 서로에게 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