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내 친구의 "첫 경험"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첫 경험이라고 하니 귀가 쫑긋거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 나이에 새삼스레 무슨 첫 경험을 얘기 하겠습니까?
퇴근후 쇠주약속 때문에 차를 놓고 전철을 탓다니 뭡니까.
근데, 전철 안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내 친구를 힐끔 거리더니 좌석을 양보하더라는...
정말 웃지 못할 쇼~킹한 얘기를 들었지요.
친구는 처음 경험한 일이어서 얼마나 황당했던지 그 다음날 비통한 마음으로 나에게
흐느끼듯 전화를 했습니다.
나는 어릴적에 마흔이 넘어선 꼰대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까 하고 몹시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십 불혹(四十 不惑)"은 공자처럼 경지에 오른 사람이나 할 수 있는거지, 보통 사람들은
아무데나 혹(惑)해서 더럽고 치사스럽게 연명한 줄 알았단 말입니다.
그래서 늙은다는게 무조건 싫었던 것이죠.
나에겐 가끔씩 펼쳐보는 노신(魯迅)의 산문집이 있습니다.
중국의 대 문호인 그가 지금 내 나이에 썼던 <청년아,나를 딛고 나아가라> 란 책의 한
대목을 소개 할까 합니다.
< 진화에는 신진대사가 필요하다. 새로운 것은 기쁘고 용감하게 나아간다. 장년이나 낡은것
도 마찬가지 앞으로 즉 죽음으로 나아간다.>
< 늙은 사람은 길을 비켜주면서 젊은이들의 길을 재촉하고 격려해 주며 나아가게 한다.
도중에 구멍이 있으면 자기가 죽어 메우면서 그들을 가게 해야 한다.
인류는 바로 이 길을 걸어왔다>
끔찍한 주문이죠?
앞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뒤에 오는 이들을 위해 경험을 내 주고 어깨만 빌려주면 될 줄
알았는데... 자기 주검으로 구멍까지 메워 후배들에게 고른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소신껏 온 몸으로 실행하고, 그러다 쓰러지면 길에 난 구멍으로 기어 들어가
메우란 소리며, 그리고 그 위로 새 청춘들이 걸어가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생각하기 싫은 세상이치가 아니가 합니다.
어젯밤,
그간 보이지 않던 흰머리가 생겼길래 거울을 보며 한탄식을 좀 했지요.
그랬더니 마누라가 한마디 합니다.
"천년 만년 살라구..? 때가 되면 늙은거야..... 우리가 늙지 않으면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이 돼?"
가슴이 쓰렸지만 그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어 조용이 침묵으로 일관 했더니 마눌이...
기회는 이 때다 싶었던지 기어이 한 마디를 더 뿌리며 내 가슴에 비수를 꽂습니다.
"가만보면....가정이나 사회에 별 공헌도 없는 사람들이...늙어 가는건 딥다 걱정하데..?
왜, 자기도 늙은게 서러워...? 이젠 줄기세포인지 뭔지...황우석박사도 다 거덜나고....
자기 살맛 안나겠다?"
나에겐 아직 첫 경험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일 올 수도 있고, 다음 달에 올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는 내게 느닷없이 이 첫 경험이 찾아오면 뭐라고 해야 할지 아직 준비도 못했습니다.
"아이고, 이거 아닙니다..." 라며 두손을 세차게 흔들어야 할지....
"그래....고맙네...! 나는 괜찮으니 그대로 있게..." 라고 젊잖을 떨어야 할지....
안그러면,
"아니,... 먼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어?.... 씨~발! 사람을 어떻게 보고...!"
라며 웃통을 벗고 발악을 해야 할지....아직 준비도 못했습니다.
(무랑태수 님의 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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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 험
황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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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14 10:4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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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랑태수는 무랑태수고만. 마음의 준비랄게 뭐 있겠나? 세월이 가면 누구나 겪는일 아닌가 그렇다고 서러워나 말고 열심히 자기 생활에 충실하면 젊어진다고 생각하네 삶에있어 중요한건 이름 석자라고 생각하네(송포 생각)
늙어 가는건 딥다 걱정하데..? /걱정안되는 사람 있나여~
아직 시퍼런 나이에 깜작 놀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