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터미널에서 산의 입구인 법주사까지 고목이 우거진 오리숲길이 펼쳐진다. 궁금하다. 오리가 사는 숲인가? 오리에 관한 전설이 있는 곳인가? 정답은 둘 다 “땡”이다. 터미널에서 법주사까지의 거리가 ‘오 리’다. 1리가 약 392.7m니까 5리면 약 1964m다. 실제 거리도 2km 정도 된다. 미터법이 1960년대에 도입되기는 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예전 계량단위가 피부에 와 닿았으리라. 속리산이나 법주사를 찾아온 사람들이 터미널에 내려 길을 물었을 것이다. “법주사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동네 사람들 대답이 “이 길로 한 오 리만 가면 돼유~”였다. 그때부터 법주사 입구까지 이어진 숲을 오리숲이라 부르고 그 길 역시 오리숲길이라 했다.
보은 여행 코스
한낮에도 그늘로만 걸을 수 있는 오리숲길
솔숲 사이로 달리는 스카이바이크, 솔향공원
솔향공원은 속리산 소나무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공간으로 아름다운 솔숲과 소나무홍보전시관, 스카이바이크 등이 모여 있다. 먼저 소나무홍보전시관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소나무의 특징, 소나무의 역사를 비롯해 소나무로 만든 농기구와 생활용품, 소나무의 성장 과정, 우리나라 각 지역에 있는 유명 소나무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정이품송에 관한 기록과 사진도 볼 수 있다.
야외에는 귀여운 도깨비 조형물이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 적송, 백송, 반송, 전나무,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등 소나무를 품종별로 심어놓아 다른 점을 구분해보는 재미가 있다. 솔향공원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단연 스카이바이크다. 멋진 소나무는 보은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높이 뻗은 소나무 사이로 달리는 스카이바이크는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다. 형태와 운행방식은 다른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레일바이크와 흡사하다. 달리는 길이 지면이 아닌 3~9m 공중에 놓여 있다는 게 특별하다. 덕분에 잘 자란 소나무의 허리 정도 높이에서 숲을 감상할 수 있다. 한 바퀴 돌아오는 데 20여 분 소요되는데, 전체의 70%가량이 전동레일로 이뤄져 페달을 밟는 구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경사진 구간에서는 제법 스릴을 느낄 수 있다.
- 휴무 : 소나무홍보전시관(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기타임시휴관일), 온실(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동절기(12월~2월))
다양한 소나무를 감상하고 스카이바이크를 즐기는 솔향공원
솔향공원 내 소나무홍보전시관
소나무 허리 높이에서 솔숲을 달리는 즐거움, 스카이바이크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 리를 걸어요, 오리숲길
오리숲길은 속리산터미널에서 법주사까지 약 2km 구간을 가리킨다. 거리가 5리 정도 되는 길인데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뤄 오리숲길이다. 시작점을 터미널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 숲이 시작되는 지점은 속리산보건지소다. 여기를 지나면서부터는 여름 한낮에도 뙤약볕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짙은 그늘이 계속된다. 사내리야영장 입구까지는 야영장 이용 차량 외에는 거의 다니지 않는다. 야영장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전국아름다운숲대회’ 수상 안내판이 서 있다. 숲길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그 건너편은 레이크힐스 속리산호텔이다. 차량은 호텔 앞길을 통해 들어가고 오리숲길은 오로지 보행자를 위한 길이다. 여름철에는 오리숲에 돗자리 깔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보은은 예로부터 소나무로 유명한 고장이다. 오리숲길 또한 소나무가 많았으나 지금은 참나무의 한 종류인 신갈나무 세력이 더 강하다. 활엽수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소나무와 서로 경쟁을 하게 된다. 오리숲길의 초입은 소나무와 전나무가, 중간을 지나면서부터는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가 더 많다. 유난히 키 큰 나무가 많은데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무 굵기에 비해 키가 커졌다. 또 빈 공간을 찾아 가지를 뻗어가다 보니 길 위로 터널을 이룬 형상이다. 주로 산 위에서 자라는 조릿대 군락이 자리한 것도 독특하다. 우리 선조들은 이 조릿대를 베어다가 바구니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어 쓰곤 했다.
법주사 매표소를 지나면 숲이 더 울창하고 낮에도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청량한 공기, 기분 좋은 숲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걷다 보면 어느새 법주사 입구에 다다르고 오리숲길은 세조길에 자리를 넘겨준다. 세조길은 법주사에서 세심정 휴게소에 이르는 약 2.3km 거리다. 경사가 거의 없이 완만한 길로 이루어져 아이들이나 어르신도 걷기에 부담 없다. 원래 있던 등산로는 찻길을 함께 사용했는데 온전히 사람만을 위한 세조길이 조성돼 속리산의 자연을 가까이 호흡할 수 있어서 좋다. 속리산 등반을 할 경우 매표소에서 법주사, 세심정 휴게소를 지나 문장대에 올랐다가 돌아오는 데 5~6시간 정도 걸린다.
- 주소 :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405(법주사)
- 문의 : 043-540-3394(보은군 문화관광과)
- 이용시간 : 상시
- 웹사이트 : www.tourboeun.go.kr(보은군 문화관광)
전국아름다운숲대회에서 수상한 오리숲
사내리야영장을 지나 본격적으로 숲길이 시작된다.
신갈나무 고목과 소나무가 함께 있다.
오리숲길 끝에 법주사가 있다.
운치 있는 저수지 옆으로 이어진 세조길
세조길을 걷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노부부
호서 제일의 가람, 법주사
보은, 속리산, 법주사 세 단어는 마치 연관 검색어처럼 함께 붙어 다닌다. 속리산 입구 너른 평지에 자리한 법주사는 호서 제일의 가람이다. ‘호서’는 삼국시대 가장 중요한 호수로 여겼던 제천 ‘의림지’의 서쪽을 뜻한다. 진흥왕 14년(553)에 의신조사가 창건한 법주사는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와 모셨다고 하여 ‘불법이 머무는 절’이라는 의미로 법주사라 했다. 절 마당에서 올려다보면 속리산의 높은 봉우리들이 웅장하게 둘러싸고 있어 풍수지리에 조예가 없는 이가 봐도 명당임을 느낄 수 있다. 절에 들어서면 먼저 황금빛으로 빛나는 33m 높이의 미륵대불이 눈길을 끈다. 미륵대불 앞 팔상전은 국보 제55호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목탑이다. 보은 법주사 대웅보전(보물 제915호) 앞에는 쌍사자 석등(국보 제5호), 사천왕 석등(보물 제15호)이 자리하고, 법당 안에는 법주사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보물 제1360호)이 있다. 미륵대불 주변의 석련지(국보 제64호), 석조희견보살입상(보물 제1417호), 법주사 철솥(보물 제1413호)도 찾아보자. 국보 3점, 보물 13점, 충북 유형문화재 다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찰의 일상과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가 유명해 매주 참가자가 많다.
수령 약 600년의 아름다운 고목 보은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은 말티재 너머 속리산 입구에 버티고 서 있다. 정이품송의 유래는 조선시대 세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 연(輦·임금이 타는 가마)이 나뭇가지에 닿자 “연이 나뭇가지에 걸린다”라고 소리치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려 임금이 지나가도록 했고, 이에 감동한 세조가 그 자리에서 정이품이라는 벼슬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60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비바람, 태풍, 엄동설한을 굳건히 이겨왔던 정이품송은 지난 1993년부터 여러 차례 폭설과 강풍으로 가지가 부러지면서 지금은 예전의 환상적인 대칭구조는 잃었지만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 장엄한 모습이다. 보는 위치에 따라 수형이 달라 보이는 것도 재미있다. 일제강점기의 사진을 비롯해 주요 시기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고, 세조의 가마와 관련된 이야기도 정리돼 있다. 정이품송 아래 돌을 깔아 표시한 것은 옛사람들이 지나다녔던 속리산 옛길이다.
이름은 속리산하늘빛식물원이지만 속리산 근처가 아니라 보은 읍내에 자리한 개인 식물원이다. 고추, 상추를 심던 집 앞 텃밭에 하나 둘 야생화를 심고 가꾸기 시작한 것이 벌써 30여 년째, 아름다운 꽃들을 좀 더 많은 사람과 즐기고 싶어 식물원으로 문을 연 것이 10년째다. 입장료도 없고 딱히 정해진 운영시간도 없다. 늘 문이 열려 있고 꽃을 돌보느라 주인장은 항상 작업복 차림이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시기에 따라 피고 지는 꽃 덕분에 식물원에서는 항상 꽃이 화사하다. 화려한 덩굴을 이룬 장미, 풍성한 꽃잎이 우아한 작약, 분홍이나 보라 등 색색으로 피어나는 으아리, 강인한 줄기와 대비되는 하늘하늘한 꽃잎을 보여주는 꽃쥐손이, 여름철에 보기 좋은 창포와 붓꽃, 양귀비, 야생화 등 수백 종의 초본류와 나무가 어우러진 식물원을 걷다 보면 마치 비밀의 화원에 초대받은 것 같다. 자세한 안내판은 없지만 주인장에게 물어보면 꽃 이름이나 식생에 관한 내용이 줄줄 이어진다. 판매도 하는데 건강하게 자란 다육식물과 일반 꽃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야생화가 많아 구입하기 위해 일부러 찾는 이들도 있다.
- 주소 : 충청북도 보은군 보은읍 배다리길 19-12
- 문의 : 043-542-1645
- 웹사이트 : www.tourboeun.go.kr(보은군 문화관광)
계절에 따라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지는 속리산하늘빛식물원
비밀의 화원을 엿보는 즐거움이 있다.
온실에는 수십 종의 다육식물이 반긴다.
놀다 보면 저절로 수학 공부가 되는 펀파크
펀파크는 이름 그대로 즐거움이 넘치는 곳이다. 놀다 보면 어느새 수학 원리를 이해하게 되는 수학체험관, 버려진 폐품이 훌륭한 미술작품으로 변신한 에코아트 갤러리, 계절에 따라 물놀이장과 눈썰매장까지 갖춰 흥미와 공부, 예술과 수학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멧돼지, 용, 고래, 로봇 등 다양한 조각품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폐타이어, 자전거 체인, 녹슨 철판 등 작품의 재료가 남다르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재활용쓰레기를 재료로 해서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정크아트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정크아트의 대가 오대호 작가의 작품이 펀파크 야외는 물론 실내 갤러리도 장식하고 있다. 실내에 마련된 작품은 <걸리버여행기>나 <백설공주>의 한 장면을 표현한 것도 있고, 어릴 적 만화책에서 본 우주선, 움직이는 로봇 등 다양하다. 작품 설명을 해주는 큐레이터와 함께 둘러보면 훨씬 재미있다. 수학체험관은 수학을 공식으로만 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리에 접근하도록 체험형 전시로 꾸몄다. 처음엔 머뭇거리는 아이들도 전시물을 하나씩 만지고, 조작하고, 퍼즐을 풀어가면서 재미를 느끼고, 끝까지 해내고자 하는 의욕을 갖게 된다. 수학체험관 역시 전문 큐레이터의 설명과 시범으로 하나씩 체험하며 즐기는 게 좋다.
- 주소 : 충청북도 보은군 보은읍 보청대로 1414
- 문의 : 043-544-5553
- 이용시간 : 10:00~18:00(월요일 휴무, 단 겨울철 눈썰매장은 무휴)
- 이용요금 : 입장권 7000원, 입장권+수학체험관 1만5000원, 입장권+수영장 1만 원
탄부면 임한리 마을 입구에 자리한 솔밭은 보은 소나무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안개 낀 이른 아침의 풍광이 그윽해 일부러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오는 이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한낮이나 오후에는 방문객이 거의 없어 고요하다.
임한리 솔밭이 만들어진 것은 250여 년 전 마을 사람들이 소나무 100여 그루를 마을 입구에 심으면서부터다. 인위적으로 조림했지만 지금은 더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약 13만2230㎡(4만여 평)의 송림이 되었다. 양팔을 벌려 안아야 할 정도로 굵은 나무가 촘촘해 한여름에도 그늘이 짙다.
솔밭 바로 옆이 대추나무 과수원이다. 대추는 보은 특산물로 요즘 대추 꽃이 한창이다. 장마철과 겹치는 일이 잦아서 ‘대추 꽃 필 때 비가 많이 오면 보은 처녀 눈물이 비 오듯 한다’는 옛 이야기가 있는데 요즘은 비가림 시설을 해서 장마가 길어져도 걱정이 없다.
- 주소 : 충청북도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116-1
- 문의 : 043-540-3394(보은군 문화관광과)
- 이용시간 : 상시
- 웹사이트 : www.tourboeun.go.kr(보은군 문화관광)
마을 입구에 넓게 자리한 임한리 솔밭
2
50여 년 전 마을 주민이 심은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뤘다.
고목이 가득한 송림이지만 찾는 이가 없어 고요하다.
여행정보
✔ 여행 팁
1. 솔향공원 스카이바이크는 4인이 함께 탑승할 수 있다. 아이나 노약자는 앞좌석에 앉고, 뒷좌석에는 페달을 잘 밟을 수 있는 사람이 앉는 게 좋다. 탑승한 뒤 안전수칙과 이용법 안내를 받고 출발하면 된다. 주말 낮 시간에는 단체 이용객이 많으므로 사진 촬영을 하면서 느긋하게 즐기려면 아침이나 오후 3시 이후 방문하는 게 좋다.
2.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오리숲길 옆 계곡이나 펀파크 야외수영장이 있다. 오리숲길 계곡은 이용료가 없는 대신 탈의실이나 샤워장이 따로 없다. 펀파크는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워터슬라이드를 갖춘 물놀이장을 운영하며 탈의실, 샤워실, 매점, 그늘막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편리하다. 수영복, 튜브, 구명조끼 등은 개인이 지참해야 한다. 만수계곡, 서원계곡도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