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다섯 살인 김예지씨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무언가를 본 적이 없다. 자신의 얼굴은 물론 엄마, 아빠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시각장애인과 비슷한데 그는 듣지도 못한다. 언제부터 못 들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세 살 무렵 천둥이 친 어느 날 예지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귀 옆에 냄비 뚜껑 두 개로 ‘쾅’ 소리를 냈을 때도 반응이 없었다. 병원에 가서 검사했더니 레오파드(LEOPARD) 증후군 진단이 나왔다. 피부의 이상과 청각장애 등을 동반하는 보기 드문 유전 질환이다.
예지씨는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상태로 25년을 살았다. 그가 ‘살았다’는 말보다 부모가 그를 ‘살게 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예지씨는 아직 자신의 욕구와 뜻을 전달하지 못한다. 손짓과 몸짓, 표정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화가 나면 자신을 때리는 예지씨 미영씨는 자해 행위가 예지씨가 불만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얘는 화가 나면 머리를 땅바닥에 그냥 들이받아요.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밤에도 그래. 말리면 오히려 강화되니까 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데 집에선 그게 안 돼요. 이 건물 사는 사람들이 다 일어나야 하니까요. 나중에 보니까 내가 얘하고 주짓수라고 하나? 그걸 하고 있더라고요.”
정부 “알아서 해라”에 늦어진 교육 8살이 되자 초등학교에 보내라는 통지서가 왔다. 부모는 시청각장애인인 딸을 맡길 수 있는 기관을 찾아보려 했다. “애 아빠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계속 전화를 했는데 ‘부모가 직접 알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교육부, 복지부 쪽에서는 좀 잘 알까 했는데 우리만큼 모르더라고요.”(미영씨) 부모는 취학을 3차례 미룰 수밖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인천의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혜광학교에 입학했다. 예지씨가 11살이 됐을 때였다. 학교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학교는 예지씨와 같은 데프블라인드 학생을 가르친 경험이 없었다. 예지씨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커버렸다. 다만 학교에 다니면서 겨우 기저귀를 떼게 됐다. “지나고 보면 ‘어렸을 때 빨리 교육을 받게 했으면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 깨닫게 되잖아요. 항상 뒷북을 치는 거야, 제가 항상…”(미영씨)
미영씨는 일기를 쓰고 있다. 미지의 세계인 딸을 이해하기 위한 관찰기다. 어렵게 들어간 초등학교에서 여름방학 숙제로 일기 쓰기를 내준 일이 계기가 됐다. 미영씨는 ‘예지는 할 수 없는데 내주나 마나잖아’라고 생각했다가 ‘아니지. 예지의 하루하루를 적어보자’며 딸의 숙제를 대신 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26일의 일기는 ‘예지의 기분이 매우 좋다’로 시작한다.
“(예지가) 내 무릎에 앉아 가슴에 안겨 웃고 논다. 두 손으로 내 목을 감싸고 얼굴을 더듬기도 했다. 예지가 내 목을 만질 때, 예지 이름을 불러봤더니 웃는다. 목의 울림을 느끼고 웃는 것인지, 그냥 기분이 좋은 건데 우연히 반응을 보인 건지 알 수 없다. 예지가 내 입술을 만지면 나도 예지 입술을 만지고, 목을 만지면 나도 목을 만져줬다. ‘나는 엄마, 너는 예지’라고도 말해줬다.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영씨와 자엽씨는 딸의 기록을 다큐멘터리 영화 ‘달에 부는 바람’으로 남겼다. 사생활을 내보여야 하는 부담감에 한참을 망설였다고 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에 TV에도 나가고 영화도 찍어놓은 거예요. 예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이런 사례들이 또 있을 거란 말이죠. 이런 아이가 또 다른 사례에 연구도 되고, 시행착오를 좀 덜 겪었으면 해서였어요.”(미영씨) 하지만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세 가지 욕구 표현만 했으면” 미영씨와 자엽씨는 딸을 돌보는 일이 점점 힘에 부친다. 특히 낮과 밤이 따로 없는 예지씨의 생활의 그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예지씨는 졸리면 자고 안 졸리면 깨어 있다. 부부는 그가 깨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선잠을 잔다. 취재팀이 방문하기 전날 밤에는 예지씨가 부엌에서 칼을 꺼내 갖고 놀아 기겁을 했다고 한다.
부부는 정체된 삶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쯤이면 자녀들 결혼 생각할 나이인데 예지는 행동이 유치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아이가 정신적으로 크지 않으니까 거기에 우리 생각이 멈춰있어요.”(미영씨) 사회생활은 사실상 없어진 상태다. “그냥 요렇게 셋이 만날 붙어사는 거예요.”
부부는 딸이 헬렌 켈러처럼 자라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은 자신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예지씨가 3가지 표현만 익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프다’ ‘먹고 싶다’ ‘화장실 가고 싶다’ 3가지만 하면 돼요. 욕심 같아선 손담으로 자기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면 진짜 좋죠. 근데 다른 거 바라는 건 욕심이고 그 3가지만 하면 좋겠어요.”(미영씨)
자엽씨는 다른 소원을 이야기했다. “제가 (하늘나라) 갈 적에 (예지도) 같이 갔으면 하는 게 제 소원이에요. 제가 집사람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먼저 가겠죠. 나 갈 때쯤 (예지도) 가야 집사람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 거 아니에요.”
하늘도 무심하다.... 이런 장애가 꼭 생겨야한다면 적어도 의사소통 하는 법이라도 익힌 후에 생기지 아니 적어도 세상에 스러지는 감정 말고도 지속 가능한 의미가 존재한다는걸 알게는 해주시지.... 태어날때부터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면 촉각 외엔 어떤 자극도 없고 문자도 점자도 모르고... 저 분의 세계엔 문화나 의사소통이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겠지...
첫댓글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하지 ㅠㅠ 외국은 교육이나 생활 부분에서 좀 나으려나?
아.. 정말 기적이라는게 일어나서 정말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계속 건강해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장애인관련 법이랑 복지 진심으로 엄청강화해야되고 비장애인 의식개선 이뤄져야돼 진짜..
ㅜㅜ
이렇게 보기 드문 장애를 가진사람한테 전담하는 복지사가 붙는게 힘든일인가? 학교를 3년동안 찾아다녔다는게 너무 안타까워..
아 정말 너무 마음 아프다ㅠㅠㅠㅠㅠ
볼수도..들을수도없다면..얼마나힘들까 ㅜ
생각만했는데 숨이콱막혀 ㅠㅠ
아효 ㅜㅜㅜ진짜 가슴이 턱 막힌다...
어떡하지... 어떡해........ 이거 뭐 어떻게 좀...
시청각장애인 교육에 대한게 전혀 마련이 안돼있나ㅠㅠ너무 안타깝다..진짜 엌덯게 가르쳐야하지
화장실 언급하시는거보니 지금은 변의가 있다는 게 전혀 전달이 안 되어서 부모님이 급작스럽게..사후에 알게 되는 모양이네..정말 힘드시겠다
기사 보면 학교 다니시면서 기저귀를 뗐다고 나왔어! 변의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긴 하는 듯
지난번에 다른 영상 봤는데...태어날때부터 눈도 안보이고 소리도 안들렸으니 정말 세상이 있다는 것 조차 모르고 본인 머릿 속 세계에서 살아간다는게 너무ㅜㅜㅜ
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정말 어떻게... 할수 있는게 없을까...
https://m.blog.naver.com/99james/222018293028
이거 읽어봐 대박이야...;;
대박..ㅠㅠ
아 진짜 이렇게 교육 받을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하..ㅠㅠ
하늘도 무심하다....
이런 장애가 꼭 생겨야한다면 적어도 의사소통 하는 법이라도 익힌 후에 생기지
아니 적어도 세상에 스러지는 감정 말고도 지속 가능한 의미가 존재한다는걸 알게는 해주시지....
태어날때부터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면 촉각 외엔 어떤 자극도 없고 문자도 점자도 모르고... 저 분의 세계엔 문화나 의사소통이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겠지...
세상에 신은 없다 너무 안타까워서 아침부터 코끝이 찡하네 .... 이 사회가 예지씨를 위해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이 1도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함
정부는 참..
엄마가 매일 일기쓰셨다는데 너무 슬프다 아이를 조금 더 잘 살게 해주고싶은 맘이 너무 드러나서
아 ㅂ마음아패.. 진짜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개뿔없는 나라..
고생이 말이 아니셨겠다 진짜ㅜㅜ
제발 기적이 일어나서..예지씨가 듣고 말하고 볼 수 있길...현대의학이 얼른 발전할 수 있었으면..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때문에 알게되었는데 내가 다 너무 안타깝고 막막해서 눈물이 나고 잠을 잘 수가 없네... 예지님 본인도 그리고 나중에 먼저 떠나야 할 부모님 마음도 정말 감히 가늠조차 안된다 정말 신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