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기 한의사님이 한살림에 기고한 글입니다. 내용이 좋아 올립니다.
아토피에 관한 글을 청탁 받은 이후 오랜 시간 망설였습니다. 의료인으로서 글을 통해 확실한 치유의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데 아토피에 있어서 저에겐 그런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염치없이 원고 청탁에 응한 것은 제가 아토피에 대해 할 말 많은 의료인 중의 한 사람인 까닭이며, 아토피에 어떤 한약이 좋고, 어떤 음식이 좋다는 식의 여러분이 이미 다 알고 계신 이야기 이외의 것을 말씀드리고픈 욕심 때문입니다.
아토피는 한의사인 저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6년 전, 환자를 처음 보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아토피 환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었기에 특별한 관심으로 아토피 연구를 시작하였고, 음식을 비롯한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마이너스 건강법을 바탕으로 아토피 완치에 도전했습니다. “아토피는 현대 문명에서 비롯하는 환경병”이라는 아토피의 원인을 명확히 인식한 덕에 치료 효과를 얻은 아토피 환자들로부터 감사의 편지와 전화를 많이 받곤 했습니다만 점점 많은 아토피 환자를 보면서 아토피에 대한 저의 자만은 곧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토피는 결코 의사 한 사람의 노력,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의 정성만으로는 부족한 난치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음식과 한약으로 아토피가 해결되리라 확신했던 저를 겸손하게 만든 안타까운 일들을 지난 6년간 적지 않게 겪었으니 마이너스 건강법(minusclub.org 참조)을 철저히 실천했는데도 호전이 없다며 매일 같이 전화로 하소연하는 분들, 한약을 먹었더니 더 심해졌다며 따지는 분들, 2차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분들을 뵙게 되면서 그 동안 받았던 감사의 편지와 전화는 쉽게 잊혀지고 치유에 대한 자신감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저는 아토피 독소를 몸밖으로 발산시키는 치료법을 사용하는 까닭에 치료 중 아토피가 더 심해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를 가리켜 배독(排毒)이라 하는데 아이들일수록, 스테로이드를 많이 사용한 환자일수록 심하게 나타나지요. 그런데 이것이 비록 치료과정이라 할지라도 환자의 입장에선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몸이 더 가렵고, 진물까지 나니 특히 소아환자의 부모님들로서는 오히려 걱정이 가중되나 일단 피부가 가렵고, 진물이 나면 이를 멈추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물론 스테로이드, 히스타민을 사용하면 바로 가라앉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증상만 개선할 뿐 치료 방법이 아님을 한살림 회원 여러분이 잘 아실 겁니다. 양약을 쓰지 않는 한의사들은 스스로 개발한 연고를 통해 배독의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려 노력하니 한방치료에 있어서 아토피 치유의 성패는 연고와 같은 외용약을 통해 2차 감염을 막으면서 배독의 어려움을 덜어내는 데에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 역시 처음엔 아토피 전문 한의사분들의 자문뿐만 아니라 온갖 민간요법에 관심을 가져 외용약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외용약도 쓰지 않습니다. 같은 외용약이라도 사람마다 그 반응이 달리 나타나 치료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까닭이죠.
아토피에 바르면 좋은 약초와 연고들이 수없이 많이 소개되고 있음은 그 어느 것도 확실한 치료약이 아님을 뜻합니다. 이는 단지 체질의 문제가 아니라 아토피의 원인이 바로 환경에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기에 아토피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는, 생활 환경의 개선 없이는 양약은 말할 것도 없고, 한약과 외용약 등도 소용없음을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아토피의 가려움과 진물은 병리 현상이 아니라 생리 반응으로서 인체가 병을 치유하기 위한 극도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소를 몸밖으로 밀어내려는 자연 치유의 과정이 바로 가려움과 진물이기에 아토피는 가려울 때까지 가렵고, 진물이 날 때까지 나야 완치되지 당장에 가려움과 진물을 멈추려 든다면 곧 재발합니다. 아이들일수록 치료 과정에서 배독 현상이 심한 것은 그만큼 성인에 비해 자연 치유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전 아토피 치료의 핵심을 가려움과 진물의 멈춤이 아닌 자연 치유력을 도와 더 이상 가렵고 진물이 나지 않을 때까지 완전히 독소를 빼내는 것이라 여깁니다.
현 문명시대에 아토피가 이처럼 극성부리는 것은 음식과 공기를 통해 입과 코로 들어오는 엄청난 독소들을 우리 인체가 스스로 정화해 내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이에 우리 몸은 체내에서 완전히 정화해낼 수 없는 독소들을 몸밖으로 밀어내려는 최후의 방법을 동원하지요. 사람에 따라 그 독소를 피부로 발산시키려 하고, 소변과 배변, 땀 등으로 내보내려 하는데 피부를 통해 내보려는 사람들에게서 아토피가 생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아토피란 독소를 피부 밖으로 쫓아내는 자연 치유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입니다. 아토피 환자에게 오히려 고혈압, 심장병, 당뇨와 같은 성인병이 적다는 연구 보고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만 이는 결코 왜곡된 보고가 아닙니다. 독소를 몸 안에 그냥 쌓아두었다가 결국 만성질환의 형태로 병이 터져 나오는 일반인들에 비해 아토피안들은 외부에서 독소가 유입되면 바로 피부로 통해 내보내는 이유에서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아토피는 치료가 아닌 관리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한방의 도움으로 자연 치유력이 증강되어 인체내의 해독 처리량을 늘림으로써 피부로 밀려나가는 독소의 양을 줄이는 방법도 좋고, 아예 독소가 피부가 아닌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출되게 하는 법도 좋으나 애당초 외부, 음식과 공기를 통해 유입되는 독소량을 줄이는 것이 근본 해결책인 까닭이죠. 따라서 아토피는 병원에서만 치료할 수 있는 개인적 질환이 아니라 한살림과 같은 환경 공동체의 도움으로 개선되는 사회 질환입니다. 제가 아토피에 있어서 겸손할 수밖에 없음은 이러한 점 때문이며 항상 한살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소위 난치병이라 부르는, 병원에서 치료 못하는 병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사회 질환이오니 좋은 음식과 약을 찾기 이전에 환경 문제를 반드시 점검하시길 바라며 이에 큰 힘을 주는 한살림에 깊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손영기 손영기한의원 원장
부언)
배독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차콜'을 사용하는 것도 그 중 한가지 입니다.
차콜 사용시에는 반드시 식품첨가물 또는 의약품 허가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식품첨가물로는 생활참숯의 '적송차콜'이 유일하며, 의약품으로는 한농제약의 '흑'이 유일합니다.
참고 : www.NaturalHealth.or.kr
첫댓글 눈아프네요
맞는말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