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속에 즐거움이
우리 카페에 탁구동호회가 만들어진지도 벌써 백일이 넘어섰나 보다.
처음엔 일여덟 분이 참여하셨지만
이젠 연인원이 쉰 명을 넘어서고
한 날에 오시는 분들도 스무 명에 가까워졌으니
더 오시면 수용할 체육관이 없어 걱정해야 할 즐거운 비명이다.
몸을 다지는 운동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파트너가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있으니
탁구도 그중의 하나이다.
둘이 마주 서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에
땀에 촉촉이 젖어드는가 하면
웃음이 배어 나오면서 근육은 단단해지고 유연성은 더해지니
어찌 아니 즐거우랴.
혼자의 개성을 맘껏 들어내려면
홀로 함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개성들이 합해지면 또 다른 즐거움을 연출하느니
그게 바로 합주나 합창의 묘미일 것이다.
홀로 연주하거나 노래함을 솔로라 한다면
둘이 함께 함을 듀오라 이르며
셋이 함께 함을 트리오라 이르고
넷이 함께 함을 콰르텟이라 이르며
다섯이 함께 함을 퀸텟이라 이르는데,
흔히 솔로라 하면
플라시도 도밍고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또는 호세 카레라스를 드는 모양이지만
석불(石佛)을 빌릴 것도 없이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니
자신이 제일이란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어울림 속에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했으니
탁구는 둘이 하는 것이어서 듀오의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환상적인 듀오는 누구일까?
그것도 사람마다의 취향에 따라 달리 말하겠지만
남녀가 부부로 만나 화목하는 게 제일이 아닐까 싶은데
남편이 어르면 아내가 답하고
아내가 부르면 남편이 달려가니
이를 일러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하던가.
둘이 어울리고도 화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동상이몽(同床異夢)이 그것이요
오월동주(吳越同舟)가 그것이니
이들을 일러 불협화음이라거나 빙탄불상용이라 한다.
어제는 탁구동호회 나들이를 위한 예비나들이를 해봤다.
하루쯤 짬을 내어 물가나 산기슭에 스며들어 쉬어보자는 것인데
회원 중에 양평 어디쯤에서 전원생활을 하신다는 분이 있어
들려보기로 했던 것이다.
혼자 가면 솔로가 되겠지만 한 분이 따라준다 했으니 듀오요
또 한 분이 따라준다 했으니 트리오요
또 한 분이 따라준다 했으니 콰르텟이요
다시 또 한 분이 따라준다 했으니 퀸텟이겠는데
한 분이 더 따라준다 했으니 섹스텟이 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오중창은 있지만 육중창은 없는 법이요
승용차도 다섯 명을 초과할 수는 없으니
차 한 대를 추가해 두 대의 트리오를 편성해 다녀왔다.
나들이 결과는 다른 회원이 자세히 소개해주셨거니와
자연 속에 노란 벌개매취의 꽃물을 들이고
나댈 것도 없이 조용히 은거하는 두 부부의 듀엣이
석양빛에 비끼어 보기에 더욱 좋았다.
덥다는 말복도 이렇게 보냈으니
오늘은 회원들을 따라 합창반에 들려 쉰 목울대라도 울려보고
다시 돌아오는 탁구동호회의 듀엣을 기다리리라.
(2007년도 잠실구장 시절의 회상)
40년 가까이 함께 직장생활을 했던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기에
이제 상건달이니 건들건들하며 지내노라 했다.
그랬더니 한번 만나자는 거였다.
옳다. 나에게 걸려들었구나.
일요일은 명동의 어느 교회에 나가고
월요일은 병원 몇 군데 들려 환우를 위로해야 하고
화요일은 개척교회 일로 일을 좀 봐야 하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이미 일정이 잡혔으니
금요일에나 시간이 난다는 것이었다.
옳다. 딱 걸려들었구나.
드디어 금요일 잠실역에서 만났으니
잠실 탁구장으로 끌고 가는 수밖에...
함께 진주지방으로 출장을 갔던 일이 벌써 50년이 넘었나 보다.
일주일의 일과를 마치고 주말이 되자 뿔뿔이 흩어져 휴일을 즐기는데
제일 막내인 우리 둘은 아는 데도 아는 사람도 맺은 인연도 없었으니
松竹園 여관방에 앉아 잡지도 뒤적이다가 장기도 두다가
종업원과 농담도 해보다 그랬지만
무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의기투합해 찾아간 곳이 탁구장이었다.
가는 길에 샤르망(프, charmant)이라는 의상점이 있었는데
창문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여인네가 하도 고와
한참이나 기웃거리던 일이 생각난다.
그나 나나 그때나 지금이나 똑딱 볼 수준이지만
떨어진 공을 주을 때면 "샤르망 샤르망" 하면서
킥킥거리던 중에
어지간히 땀을 흘린 뒤엔
또 그 샤르망을 지나 숙소로 돌아온 일이 생각나는 것이다.
오늘 한 시간 여 함께 탁구를 하면서
나는 그때의 일을 떠올렸는데
이 친구는 무슨 생각을 떠올렸을까...?
연신 옆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고 나 혼자 웃고 말았다.
그러나 저러나 동호회에 입회하라 했더니
더 배우고 나서 입회하겠다는 건데
배울 시간이 따로 있는 줄 아는 모양이다.
어느 황혼의 부부가 성생활로 갈등을 빚고 있다고 했다.
남편은 용기가 부족한 것이던지
의기소침해하면서도 속으로 중얼거리기를
"하면 된다. 하면 된다." 라며 자기 최면을 걸었다는 것이고
부인은 돌아누워 중얼거리기를
“되면 한다. 되면 한다." 했다는 것인데
물론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겠지만
이제 인생을 연습할 시간이 어디 있더냐.
그냥 들이대면서 어울려보는 거지.
(2008년도 잠실구장 시절)
나에겐 잠실구장이 많은 이야기들이 얽혀있는 곳인데
이젠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곳 <5670 아름다운 동행>에 들어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신사리 탁구모임에 들어와 봤다.
매주 월요일에 운동하고 점심 먹고
티타임을 가지면서 즐기고 있는데
누구누구, 누구누구, 누구누구...
이렇게 어울려 즐기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길지 모르겠다.
5670 아름다운 동행
신사리 탁구동호회 회원들이시여!
즐겁게 어울리시라~
위 글은 얼마 전 탁구 동호회에 올린 글이다.
오늘 아침 허주(虛舟)님이 올린 글을 읽노라니
위 글을 꺼내보고 싶어졌다.
앞으로 구십, 백을 바라보며 산다는데~
그의 주변엔 늘 사람들이 따른다.
그 비결이 무언진 모르지만
작은 몸뚱이에, 어린 나이에, 참 즐겁게 사는 사람이다.
비록 나는 따르는 사람도 없고 늘 외롭지만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영화관에 가는 이유가 배우와 벗하자고 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그냥 바라보고 즐기기 위해 가는 거다.
이러구 저러구 할 것도 없다, 보면 다 안다.
그저 내 인생 내가 즐기자.
*사진은 홀로 쓸쓸히 간식을 먹는 도반이올시다.ㅎ
첫댓글 도반선배님과 허주님은 둘도없는
그야말로 인생의 도반이 아니십니까 ᆢ
두분 모두 장수하시고 늘 강건 평안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마워요.
그런데 그것도 얼마나 갈지 모르는 일이죠.ㅎ
십여년전에 카페를 친구따라 간댔더니 남편과딸이 엄마 카페서 만난 인간은 믿는게 아니야 라던 이야기를 되새기며 지납니다요.ㅎ
건필 하십시오.
그럼 나둥~~~?
😆
웃다가 가네요.ㅎ
하하하~ 혼자 드셔도..
외로워 보이진 않으십니다..ㅎ
그런가요?
뭐 생긴대로 사는거라네요.ㅎ
@도반(道伴) 선배님은 '내공'이 있으시니까요..
선배님의 서정적이고 맛깔나는 글에서
다시금 젊은 시절이 아쉬워집니다.
그나 저나 어쩌다 팽당하셨는지 모르지만..
팽 하면 팽하고
땡 하면 땡하는거지 뭐.
그러다 딩동댕 하는 날도
있을테고.ㅎ
@도반(道伴) 힘내시어요!
@뜬구름 재주 좋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