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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28 하지수 30 류도진 30
《 멋진여자 》
30살이 된 지수.
그리고 그의 애인 영화배우 도진.
그리고 우연히 나타난 민재.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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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생방 10분전이야!! 아직도 린 안왔어? 나참, 돌겠네 정말!!"
프로그램의 PD가 린의 대기실 문을 뻥 차고는 소리친다. 현재 시각 5시 50분. 6시에 시작하는 생방송 가요프로그램의 MC를 맞은 린이 아직
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PD의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다. 말그대로 방송사고인 셈이다. 그것도 대형사고.
"아휴, 돌겠다 정말! 지수씨, 지수씨한텐 연락없어?"
"기다려봐요. 곧 오겠죠. 말도없이 프로그램 펑크낼 애가 아닌거 아시잖아요"
"아니 지금, 십분전이라고 십분전!! 대신할 MC도 없고, 이미 저번주에 린이 오프닝하는거 광고까지 나갔는데, 돌겠다 정말!!"
린의 담당 스타일리스트이자 대형 스타일회사의 팀장인 하 지수. 나는 아무런 일이 없다는듯 조용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보고있다.
난 수많은 스타일리스트를 교육, 관리하고 있으며, 대형기획사에서 스타일링팀 'MM'에서 팀장을 맞고있다. 서른이란 비교적 젋은 나이에 성
공의 길에 들어섰다. 이십때의 나는 이런 일이 닥치면 안절부절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의지 했겠지만, 이제 서른이란 나이를 먹은 나는 이러
한 상황속에서도 잡지를 볼수있는 힘이 생겼다. 잡지를 본다고 정말 잡지를 보는 것은아니다. 지금은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걸 알 뿐더러, 우
리팀이 지금 같은 상황에 의지 할곳은 나뿐이라 애써 태연한척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사람들 까지도 어쩔줄 몰라할테니 말이다.
"린씨! 이제 도착하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고 말고가 어디있어! 사고야 사고! 그것도 대형사고라구!!!"
"거참, 이PD님 나가주세요. 그런소리 할 여유가 없잖아요."
헐레벌떡 린이 대기실에 들어오고, 지수는 잔뜩 화가난 PD를 밖으로 내쫒는다. 잘 정돈된 단발의 갈색웨이브를 한 지수는 머리를 뒤로 쓸어내리며 린의 상태를
파악한다. 전에 스케줄이 있어서 그런지 메이크업은 꽤 괜찮은 상태이지만 옷이 문제이다. 준비해놓은 의상을 갈아 입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고, 지금 린이 입은 옷은 방송컨셉에 맞지 않으니 말이다. 타이트한 흰소매티에 긴 핑크 쉬폰 스커트. 잠시 눈을 감은 지수는 한숨을 쉬고는 린을 쳐다본다.
"이번 컨셉은 러블리. 대본 봤으니 알고있지?"
"미안해 언니..정말 미안해. MM팀도 미안해요"
"됬어. 그런소리 할여유없어. 지연씨 몇분남았어?"
"8..8분이요!"
"가위, 물감가져오고 치크(볼터치)준비해. 그리고 헤어팀은 바로 스튜디오가서 세팅해"
"네! 팀장님"
'MM'의 헤어팀과 보조에게 필요한 것을 지시하고, 대본을 건내받은 린의 스커트를 가위로 잘라내버린다. 그리곤 준비해둔 구두와 악세사리
를 착용시킨뒤 핑크와 레드색의 물감을 린의 티셔츠에 뿌린다. 제작년, 의상을 디자인 해볼까 하고 짬을 내어 배운 페이팅을 이럴때 써먹는
다는게 내키진 않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이것도 다행이다.
"어제 새로산 스커튼데.."
"으이구, 아직도 정신 못차렸어? 정신차리고 뛸준비 됬지?"
구두와 악세사리를 착요 린과 마주보며 미소를 띄고는 스튜디오로 뛴다. 스튜디오로 도착하자 잔뜩인상을 쓴 총 프로그램 감독이 버럭 화를
낸다. 촬영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지수씨, 4분남았어!"
"휴 충분해요. 헤어팀! 준비해놓은 헤어는 시간관계상 취소야! 한쪽으로 느슨하게 땋아줘!"
"네!"
시간이 없어 준비해둔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까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나는 린의 메이크업을 고치기 시작했다. 치크를 강하게 포인트를
주고는, 내 귀걸이를 빼 린에게 걸어준다. 준비된 귀걸이보다 지금 린의 의상에는 내 귀걸이가 더 어울리니 말이다. 어느정도 준비가 끝난
뒤.. 생방송 1분전. 린을 무대로 내보낸다.
완벽주의자로 통하는 내가, 단 10분만에 그것도, 준비되지 않은 스타일링을 해서 방송에 내보낸적은 처음이다. 완벽한 인생의 오점이라고
할수있다.
그래서 그런지 'MM'스타일링팀들도 모두 지수의 눈치를 본다. 그만큼 지수는 준비가 철저하고 완벽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꽤 괜찮게 내보냈고, 역시 린이다 싶을정도로 잘 소화해내어서 불행중 다행이다. 아마도 오점보다는 경험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할듯 싶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린은 대기실 밖에서 연신 스텝과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지수밖에 없는 조용한 대기실에 들어온다.
나는 팔짱을 끼고 무표정한 얼굴로 린을 가만히 보고있고, 린은 평소 내성격이 얼마나 완벽한지 잘 알고 있기때문에 더욱 미안한 표정이다.
나는 '자 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보시지' 란 얼굴로 린을 쳐다보고, 그런 나의 앞에 미안해 죽겠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린이 앉는
다.
"알았어. 정말 미안해. 반성하고 있다구~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마. 꼭 취조 받는 범죄자 된 기분이잖아..."
"8년동안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던 앤데, 어떻게 그것도 생방송 10분전에 나타나?"
"..휴우.. 이틀간 밤새고 오늘 오후 두시에 잠들었어. 매니저한텐 내가 알아서 가겠으니 깨우지 말라고 하고 잠들었는데 글쎄 일어나보니 다
섯시 반인거야.. 딱 두시간만 자고 일어나려 했는데 말이야.."
나와 린이 신인일때부터 함께한 횟수로도 벌써 8년이다. 나도 린도 그땐 뭣도 모르는 새내기였기때문에 순수함과 열정으로 뭐든 덤벼들었
다.
그래서 서로 상의해가며 컨셉을 만들었고 새로운 도전을 겁내지 않았다. 가수인 린의 앨범마다 완벽하고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그 덕
분에 나는 언제나
'완벽한 스타일링' 이란 키워드가 늘 붙어다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잘못된건 그냥 놔두지 않았고, 수정의 수정을 거쳤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였지만, 완벽하단 수식어에 걸맞게 행동했고, 이미 그것이 내 모습이라는듯 자연스러워 졌다. 그 노력 덕분인지 린은 대 스타가 될수있
었고, 나도 잘될수 있었다. 오늘 처럼 긴박한 상황에서도 몇분만에 린의 의상을 파악하고 무대에 내보낸것도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뜻이다.
처음 시작했을때 없었던, 스타일리스트를 해온 8년이란 시간에 여유와 관록이 생긴것이다.
"정말 너도 참.. 이바닥 하루 이틀인거도 아니잖아. 너만 밤새는것도 아니고, 매니저 그리고 우리팀까지 모두 같이 하는데 생방송 앞두고 잠
자는게 말이나 되니? 나도 오늘로써 꼬박 삼일째야. 정신차리자 정말.. 발 한번 미끌리면 그대로 게임오버인거 알면서 왜그래?"
"미안해. 미안해~"
난 협찬된 의상과 준비해둔 것들을 내보이지 못했다는것에 괜히 린에게 화를낸다. 나만 준비한것이 아니고 우리팀이 나름 보수작업을 거치
며 준비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쓰면 쓰고 아니면 아닌것이 되지 못한다. 일종이 그들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린에게 쏘아붙이는 지수의 옆구리를 쿡찌르며 애교를 부리는 린. 함께한 시간만큼이나 친자매 이상으로 서로를 대하는 그녀들이기 때문에
따가운 말들도 애정으로 느껴지고 아무리 잔뜩화가 나더라도 서로의 얼굴을 보면 피식하고 웃어진다.
그 바쁨속에서도 웃고 서로 즐거운것을 보면, 둘은 어느새 잠도 못잘만큼 정신없는 이 일상이 익숙해졌고, 이미 그것을 즐기고 있는것은 아
닐까..
"아참, 너 다음 스케줄있잖아. 빨리 이동해. 또 늦지말구."
"잉? 언닌? 언닌 안가?"
"컨셉 맞춰서 'MM'팀에게 보내놨어. 너만 가면되."
경력이 쌓이고 'MM'팀장자리를 맞게되면서 스타일링을 내가 하는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시키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MM'은 대형 스타일회
사의 최고 스타일링팀이고, 난 그 팀의 팀장을 맞고있다. 'MM'에는 헤어,메이크업,코디까지 수십명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우리팀은 린만 관
리하는것이아니라. 다른 연예인들을 많이 맡고있기 때문에 여러군데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난 그런 후배들을 교육하고 팀을 운영하는 입
장에 있다보니, 촬영장소 하나하나를 다 가지 못한다. 마음 같아선 다 돌아다니며 빠진건 없나 보고 싶지만, 늘 시간에 쫒기다 보니 어느 한
부분은 포기할수 밖에 없어진다.
'MM'팀은 지수에게 자료를 보여주고, 지수는 그 자료들을 수정,보안 결정을 내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온전히 지수의 책임이된
다. 그런 책임을 무릅쓰고 일하고 있기때문에 더 완벽해지고 더 냉정해진 것은 아닐까. 마냥 웃으면서 넘기면 그들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하지 않고 대충 대충 일을 처리할테니 말이다.
"집으로 갈꺼야?"
"음..아마.."
"봐, 집에가서 혼자 할꺼도 없으면서!"
"..쉴꺼야! 할게 없긴 왜 없어... 삼일째 잠도 못자서 정말 죽을지경이란 말이야"
한동안 쉴틈 없이 바쁘다가 집에 가면, 나른함과 피곤함이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원인모를 외로움이 밀려온다.
애인도 있고, 돈도 있고, 동료도 있지만 집에오면 왠지 모를 혼자가 된 느낌이 된다. 어릴때부터 부모님들을 하늘로 보내고 할머니와 같이 산
지수는 혼자있는 외로움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있다. 몇년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젠 정말 혼자가 됬다는게 집에가면 느껴지는 듯하
다. 그래서 일부로 일을 더 만들고, 집에가서 곧장 뻗을수 있게 일한다. 그 외로움을 잠깐이라도 느끼기 싫기 때문에...
"아참, 오늘 도진오빠 화보 촬영하잖아! 내가 촬영하는 스튜디오 바로 옆아니야?"
"..그래? 그랬었나.."
"뭐야~ 연인이 뭐 그러냐? 그러지 말고 같이가~"
"됬어..일하는데 뭐 하러가.."
"일하니까 가야지! 언니 얼굴보면 도진 오빠가 힘이 불끈 불끈 솟을꺼아냐!"
도진. 류도진. 내 애인이자 유명한 영화배우이다. 5년전 린과 도진이 함께 CF를 찍으며 나도 처음 만나게 되었다.
린이 어느정도 인지도를 높이면서 많은 방송국을. 나와 왔다 갔다 했었고, 도진도 스케줄이 많기때문에 자주 나와 마주쳤다.
4년전 도진과 린이 프로그램 공동MC를 맡으며 같은 대기실을 사용했고 린의 스타일리스트인 나도 덩달아 친해지게 되었다.
자주 만나니 서로 마음이 맞았고, 린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서로 끌리게 되어 연인이 되었다.
그리고.... 벌써 연애 3년차가 되었다.
"지연씨, 커피 한잔만"
"네. 팀장님. 카푸치노 맞으시죠?"
"응"
"언닌 꼭 카푸치노만 마시더라?"
"그러게~하두 많이 마시다보니 이젠 습관이 됬나봐. 다른건 맛이 없는거 있지?"
"참 취향 특이하셔~"
린의 등쌀에 못이기는척 결국 촬영장소에 도착했다.
내심 도진이 보고싶었다. 도진의 영화 스케줄때문에 한달동안 보지 못했고, 유명한 배우다보니 늘 기자들이 붙어다녀 전화도 자주 못했다.
요즘들어 도진이 나에게 애정이 식은것 마냥 느껴진다. 연애 초에는 아무리 바빠도 잠깐 얼굴 보려고 찾아 왔었는데 말이다. 요즘은 더 바빠
져서 그렇겠지..?
지수는 여러가지 생각으로 잔뜩 굳은 얼굴을 풀려고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한다. 그리곤 시킨 커피를 기다리며 린의 촬영 자료를 들추어본
다. 분명 어제도 보았던 자료지만 수정할것이 없는지, 다른것을 매치하면 더 효과가 좋을지 또 생각해본다.
"이미 완벽해 지수씨~ 하여튼 유별난건 알아줘야 한다니까~싱긋"
"어머, 주리씨 이게 얼마 만이에요. 잘지냈어요? 이번 촬영 사진감독 맡은거에요?"
"응~린이랑도 오랜만에 작업해보네. 그나저나, 나 애기 낳았을때 보고.. 그러니까.. 한달만인가?"
"네, 한달이요. 근데 왜벌써 나왔어요? 좀 더 쉬시지..아참, 딸이였죠? 주리씨 닮아 이쁘던데요~?"
"하하. 지수시도 참~ 지수씨도 빨리 결혼해서 예쁜딸 낳아야지~"
"..하하 글쎄요.아직은 뭐.."
"참, 뭐 대답이 그래~? 옆 촬영장에 있는 도진이 들으면 섭섭하게~"
"아니..뭐..그냥..하하"
머쓱한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보이는 지수. 그럼 주리는 지수의 어깨를 토닥이고 웃으며 저리로 가버린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서서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난 괜히모를 주늑이 든다. 나이가 30줄에 들어서니 '결혼'이란 단어가 대화주제로
많이 거론된다.
요즘시대는 결혼 안해도 능력이 있으면 잘산다고는 하지만, 3년씩이나 연애 하고있는 애인을 두고 '나 혼자살꺼에요' 라고 말하진 못하니 말
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진과의 연애를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것은 아니다. 오래 동안 같이 일한 사람이나 믿을수 있는사람들만 아는 것이다. 직업
이 배우다 보니 스캔들에 민감하고, 또한 지수도 알려지기 원하지 않는다. 도진과의 연애가 알려지면 늘 기자가 따라 붙을것이니 하는 일에
방해가 될테니 말이다.
"팀장님 여기요"
"아, 고마워"
여러 생각을 하고있는 지수에게 그의 비서 지연이 커피를 내밀었고, 지수는 지연에게 살짝 미소를 보인뒤 곧장 일어선다. 그리곤 바로 옆인
도진의 촬영장소로 향한다.
찰칵 찰칵.
플레시가 터지고 하얀 배경 앞의 검은 양복을 입은 도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수는 구석에 있는 의자로 가서는 커피를 홀짝이며 도진을
쳐다본다. 몇분쯤 흘렀을까 촬영을 하던 도진이 지수를 발견하고는 잠간 촬영을 멈춘다.
"십분만 쉬었다 갈께요~"
도진이 촬영을 멈추고 지수앞으로 걸어온다. 그럼 지수는 도진을 향해 입만 살짝 웃어보인다.
"왠일이야?"
"..옆에 린 촬영하거든.."
"그래?"
왠일이라니.. 전혀 반갑지 않은 얼굴을하곤, 넥타이를 고쳐만지는 도진. 난 그런 도진을 보며 억지웃음을 짓는다.
요즘은 도진과의 거리가 아주 멀게만 느껴진다. 이게 남들이 말하는 권태기 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분명 서로 사랑스럽게 쳐다 보고있지 않은
건 확실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대기실로 자리를 옮긴 두사람. 숨막히는 어색함속에 지수는 도진을 가만히 쳐다본다. 그럼 도진은 상황을 돌리기
위해 지수가 들고있는 커피를 쳐다본다.
"또 커피들고 있냐? 오늘은 몇잔째냐"
"세잔"
"잘~한다."
그냥 '몸상해'란 말한번 해주면 될껄 비꼬는듯한 말투의 도진. 그러다 문득 나만 이 거리감을 느끼는건 아닐까란 생각이든다.
아직도 류도진이란 사람은 날 끔찍히 사랑하고 있을수도 있잖아..? 잠시 나혼자만 느끼는 거리감일수도 있어.
이런 기분나쁜 거리감을 떨치기 위해 난 도진에게 질문을 한다. 사랑하면.. 아니 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알수 있는 질문.
"당신, 내가 마시는 이 커피 말이야. 뭔줄알아?"
"뭐?"
"이 커피 말이야."
"그 커피가 뭐? 종류를 맞추라는 거야?"
끄덕-
"내가 개인줄 아냐? 냄새만 맞고, 커피 종류를 맞추게?"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는 도진. 그런 도진을 보며 지수는 입술을 꼬옥 깨문다.
린도, 비서도, 심지어 일주일전 팀에 새로 합류한 이름도 가물가물한 사람도 내가 '카푸치노'만 마시는걸 알고 있는데, 3년동안 사랑한다고
만나왔던 사람이 그것을 모른다니.. 항상 카페에 갔을때도 '카푸치노'만 먹어왔고 하루에 세잔 네잔 습관처럼 마시는데 그것조차 모른다는
것..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순간까지도 나와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지 않는 도진에게 무척 화가난다.
"정말 몰라?"
"나참, 너 왜그래? 한달만에 만나서 뜬금 없이 커피 종류를 물어보질 않나, 그걸 모른다고 화를 내질않나."
"넌 항상 이런식이야. 내가 뭣 때문에 기분이 상해줬는지는 알아주지도 않지. 오늘도 그래. 한달만에 만났는데 말할때 딴데 쳐다보고! 눈도
마주치지도 않고!"
"왜이래 정말? 나 일하는 곳까지와서 이렇게 성질부려야 겠어? 안그래도 피곤한데 왜이래? "
"너만 일해? 나도 일해! 너만 피곤해? 나도 피곤하다구! 근데 난 노력했어! 눈도 마주치려했고, 웃으려고했어! 그런데 넌뭐야? 뭐냐구!"
"..후..그러길래 왜 와서그래? 서로 안피곤할때 보면 좋잖아"
"뭐?..왜 와서 그러냐구? 내가 오면 안되는 곳에 왔니?...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넌.. 넌 날 사랑해서 만나니, 아니면 정때문에 의리때문에,
할수 밖에 없는 스케줄처럼 날..만나니?"
"....."
"됬다... 정말 모르겠다. 좀 쉬어야겠어. 갈께"
듣고싶지 않은 말이 도진의 입에서 나올까봐 재빨리 돌아선다. 난 남들이 보기엔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사람 처럼 보이지만, 사랑 앞에선
너무나도 여린 여자로 변한다. 아마..어릴때부터 사랑을 듬뿍받고 자라지 못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혼자 밖에 남지
않은 세상에서 나에게 남은건 도진밖에 없다. 그래서 더 안타깝게 매달리게 된다.
지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체로 대기실 문을 열고 나와버린다. 하지만 도진은 담배 한개를 입에 물뿐 지수를 잡지 않는다.
"나쁜자식, 개자식.."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이를 꼭 깨문 입에서 욕이 흘러나온다. 택시를 잡으려 팔을 흔드려는데, 핸드백을 린의 촬영장에 두고 왔단 사실이 생
각이난다.
정말 되는일도없지.. 린의 촬영장은 도진의 촬영장을 지나가야 했고, 핸드백은 린의 촬영장에 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난 집에 걸어가
기로 한다.
스타일리스트 직업 특성상 짐도 많고 시간 약속도 잘지켜야 하기때문에 택시를 타는건 습관이되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1월. 오랜만에 해가 지고있는 어둑어둑한 길을 걸으니,
한결..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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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소입니다.
오랜만에 소설로 찾아뵙네요!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다음편에는 민재가 나올꺼에요!!!!
30대가 된 지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될꺼구요.
많은 사람이 나올테니 기대해주세요.
과연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 많이해주세요.
코멘달아주는 센스!
코멘읽으며 힘을 얻는답니다!
그럼 다음편에 뵈요.
업쪽 = MM
첫댓글 오! 가상이 강동원~ㅋ 재미있네여! 담편도 폭풍연재부타깅용
MM 정말 나쁜자식 개자식이네요 ㅠㅠ
MM 쪽지보고왔어요ㅋㅋ
완전 재밌어요!
MM 와 기대대요!!!!!!!!!!!!!!!!!!!
MM
MM,,,잘보고갑니다~
MM 다음편 기대돼요!
MM
우와 스타일리스트 ㅋㅋㅋㅋㅋㅋ가상싱크로울 100퍼 ㅋㅋㅋㅋ!!!!
MM강동원보고 꺄! 소설보고 우왕~ㅋㅋㅋㅋ가상캐스팅 너무 맘에들어요
MM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거 같아요~! 가상캐스팅도 잘어울리구 ㅋㅋㅋ
MM 재밌어요!!!!!!잘보고가요~
MM 와 ㅋㅋ 재밌어요 ㅋㅋㅋ 가상하고 잘어울리는거 같아요 ㅋㅋㅋㅋ
MM 너무 재미있어요 ㅜㅜ..끌리는 소설 ㅋㅋㅋㅋ
MM 기대되요~~~~~
아재밌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도진이진짜나쁜것같네요. 담편도기대할게요!
MM 도진이는 민재한테 지수를 뺏기고 그때 찾겠죠?ㅋㅋㅋ
MM오오 ,전 연애인얘기소설 너무좋아요 !!!
MM 성격이 안맞는 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잼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