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573〉
■ 밤 지하철을 타고 (정호승, 1950~)
지하철을 타고 가는 눈 오는 밤에
불행한 사람들은 언제나 불행하다
사랑을 잃고 서울에 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끝없이 흔들리면
말없이 사람들은 불빛 따라 흔들린다
흔들리며 떠도는 서울밤의 사람들아
밤이 깊어갈수록 새벽은 가까웁고
기다림은 언제나 꿈속에서 오는데
어둠의 꿈을 안고 제각기 돌아가는
서울밤에 눈 내리는 사람들아
흔들리며 서울은 어디로 가는가
내 사랑 어두운 나의 사랑
흔들리며 흔들리며 어디로 가는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눈 오는 이 밤
서서 잠이 든 채로 당신 그리워
- 2014년 정호승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열림원)
*어제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모처럼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자고 일어나 밖을 보니 창문 밖이 온통 하얗더군요. 눈앞에 있는 메마른 산 숲과 갈빛 잎새들이 남은 단풍나무에도, 주차장의 지붕에도 온통 하얀 순백의 세상이었습니다. 영하를 들락이는 날씨에 쌓인 눈들이 조금씩 녹는 중이라선지 다른 때보다 더욱 아름다운 설경에 절로 탄식이 나오더군요. 마치 시골로 내려온 첫해 겨울, 함박눈으로 쌓여있던 집주변의 순수한 경관에 감탄했던 그 심정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대도시에 살면서는 첫눈이 내릴 때나 잠시 설렐 뿐 대체적으로는 무덤덤하게 지냈다는 생각입니다. 이 詩의 서울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이 詩는 눈이 오는 겨울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도시인들의 삶에 지쳐 방황하는 모습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이 詩에서는 눈이 내리는 밤임에도 아무런 감흥 없이 지하철을 타고 평소와 같이 분주한 삶에 부대껴서 피곤한 모습으로 불빛에 흔들리며 귀가하는 풍경을 담담하게 묘사합니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피곤함에 지쳐 몸을 지하철에 맡긴 채 흔들리면서 때론 졸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어쩌면 마음속으로 눈을 맞으며 갈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시인은 이렇게 눈 오는 밤 지하철을 타고 가는 이들을 불행하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불행한 이유는 이들이 사랑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군요. 그들은 사랑을 잃고 대도시에서 매일 반복되는 쳇바퀴같은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서‘서서 잠이 든 채’로 그리운 당신을 보고파 하며, 흔들리며 떠돌고 있다고 말이죠.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