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16) – 고마리(1)
고마리
가만히 들여다보면
슬픔이 아닌 꽃은 없다.
그러니
꽃이 아닌 슬픔은 없다
눈물 닦고 보라
꽃 아닌 것 없다
―― 복효근, 「꽃 아닌 것 없다」
2023년 9월 19일(화), 세곡천
고마리(Persicaria thunbergii (Siebold & Zucc.) H.Gross)는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높이는 70~100cm
로, 가시가 있으며 흰색 또는 흰색 바탕에 끝에 붉은빛이 도는 꽃이 가지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뭉쳐서 핀다. 열매는
수과(瘦果)를 맺으며 들이나 골짜기에 나는데 한국, 우수리강,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다음은 김종원의 『한국식물생태보감1』에서 골라 옮겼다.
늦여름 메밀꽃 필 무렵, 농촌 들녘을 가로질러 흐르는 좁은 물길에는 고마리가 가득하다. 우리나라 전역의 고랑,
도랑, 개울에서 사는 대표적인 한해살이풀이다. 한반도에서 정착농경이 시작된 이후로 농부들에게 낯익은 야생초
다. (…) 고마리가 좋아하는 입지는 큰 비가 내리면 고랑에 물이 가득차서 흐르고, 가물 때라도 연중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다.
고마리는 깨끗한 곳에서 더러운 곳까지 살 수 있는 수질 범위가 넓은 편이다. 전통 농경의 평균 수질에서 흔하게
출현한다. 소똥찌꺼기가 섞인 수질에서 살 수 있지만, 산업폐수가 섞인 물터에서는 결코 살지 못한다. 질소와 인산
성분이 풍부한, 이를테면 부영양화 된 물터에서 수질 개선에 한 몫을 한다.
고마리는 고만이, 고맛잇다, 꼬마리 등으로도 부른다. 이름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고마리 잎 모양에서 소 얼굴을
가면처럼 덧씌우던 옛날 옷가지 고만이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일본에 있다.
일본명 미조소바(ミゾソバ, 溝蕎麦) 또는 우시노하타이(ウシノヒタイ, 牛の額)이다. 미조소바는 도랑(溝)이나 고랑
에 사는 메밀이라는 뜻이고, 우시노하타이는 잎 모양이 소의 얼굴(像)을 닮은 데서 비롯하는 이름이다. 한편 고마리
의 한자명 戟叶蓼(극협료)는 갈라진 창 모양처럼 생긴 잎 모양에서 붙여졌고, 鹿蹄草(녹제초)는 사슴 발굽을 닮았다
는 잎 모양에서 비롯한다.
고마리의 명칭 유래에 대한 또 다른 추정은 두 말의 복합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말의 무늬를 통해서 살펴
볼 수 있다. 식물학적 기록으로부터 고마리라는 한글 명칭의 최초 기재는 1937년으로 1957년의 고만이보다 앞선다.
하지만 음운(音韻) 규칙으로 봐서 고마리는 고만이에서 유래하는 말이지, 고마리에서 고만이가 유래하지는 않는다.
고만이가 앞선 명칭이라는 것이다. 고만이는 가장자리 또는 모서리(고샅)를 뜻하는 ‘고’와 심마니, 똘마니와 같이
사람을 일컫는 뜻으로 ‘만이’ 또는 ‘만’과의 합성어다. 즉 고마리는 고만이라는 말에서 왔으며, ‘가(언저리, 가장자리)
에 사는 것(놈)들’이라는 뜻이다.
개골, 개골창, 개울, 골, 고랑, 구렁 등은 모두 동원어인데, 물의 뜻을 포함하는 우리말 고에 잇닿아 있다. 논이나 밭
에 물을 대거나 빼기 위해 만든 좁은 통로 즉 고랑과 이어지는 물길을 ‘물꼬’ 또는 ‘고’라고 한다. 결국 고마리는 고랑
에 흔하게 사는 생명체이기에 생겨난 이름으로 추정된다.
고마리는 마디풀과로 꽃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萼)이다. 꽃은 분홍빛이며, 드물게 백색 꽃도 핀다.
고마리의 번식전략은 그 무엇과도 경쟁되지 않는 집요한 구석이 있다. 땅에 붙어살면서, 마치 가는 줄기(葡蔔莖)처
럼 수많은 줄기로 분지하면서 뻗어 늘 큰 무리를 만든다. 땅에 닿아 분지한 줄기 끝에는 폐쇄화(閉鎖花 ; 백색으로
꽃은 피지 않지만 꽃가루받이를 함)가 있고, 자가수분을 통해 종자를 만든다. 작은 곤충들의 도움으로 수분하는
정상적인 꽃에서 만들어진 열매와 개골 바닥 폐쇄화에서 만들어진 열매의 형태가 똑같기 때문에 구분할 수 없다.
(…)
농촌 도랑이 시멘트로 포장되고, 물 흐름이 인공적으로 조절되고, 제초제가 과도하게 살포되면서 고마리 서식처는
크게 위협받고 있다. 물 흐름을 지독하리만큼 조절하는 곳에서는 여기저기 몇몇 개체가 보일뿐 군락을 찾아보기 어
렵다. 버드나무 종류의 수풀 속에서는 수반종(隨伴種)으로 띄엄띄엄 함께 살고 있다. 고마리가 우점하는 식물군락은
인간의 농경문화와 자연습지생태계가 어우러졌다는 증거가 되는 지표식물사회(indicator plant community)다.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지속가능한 토지이용은 농촌도랑에 고마리가 군락을 만들어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첫댓글 고마리의 '고만이'가 쇠뿔에 얽어서 소 머리에 씌운 가면일 수도 있다는 거군요.
어릴 때 소 머리에 그런걸 씌웠던 기억이 나긴 하네요.
고마리의 잎을 가만히 보니 소 머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꽃은 쇠뿔처럼도 보이고요. ㅎㅎㅎ
그럼 일본어 우시노하타이(ウシノヒタイ, 牛の額)는 소의 이마빡이라는 뜻이니까, 결국 일본인들이 한국의 고마리를 그대로 따라 한 거겠군요.
미조소바(ミゾソバ, 溝蕎麦)는 みぞ(溝)가 개천, 도랑이라는 뜻이니, 개천의 메밀꽃이라는 건 모양을 보고 그렇게 이름 붙인 거겠군요.
고마리의 고가 고랑의 고, 물꼬라는 뜻일 수 있다는 것도 공감이 가네요.
고마리는 매번 볼 때마다 유리세공품처럼 보입니다.
아이들 머리끈에 다는 장식품같다고나 할까요....
구경 잘 했습니다.
즐거운 추석명절 되세요.
도랑에 이런 에쁜 꽃이 있다니 신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