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저녁에 남직원들과 자리를 옮긴 흥돈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남교사 4명 중 둘은 안 마시고 나와 이승하만 마신다.
난 술이 취하자 그들이 다 동문이라며 서로 친하라며 헛소리를 하고
이승하와 김용주에겐 행정실 직원을 염두에 두고 다른 직종과 소통과 통합에 노력하라고
혼자 잔소리를 한다. 난 말이 너무 많다. 윤수민이 데려가고 또 취한 날 데려다 주고 간다.
숙취를 날리려면 산에 가야 한다.
머리가 무겁지만 용기를 내어 떨쳐 일어난다.
사동마을로 들어가는 고개 중간 길가에 차를 세우니 5시 40분을 지난다.
정상까지 3.7km다. 서쪽 하늘 중간에 약간 쪼그라진 달이 환히 떠 있다.
랜턴을 켜고 산길로 접어든다.
잠깐 계곡을 지나 벌목한 능선에 서서 녹동과 거금대교가 있는 서쪽 하늘을 찍어본다.
예전엔 중간에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잠깐 내려가 보아도 안보여 다시 올라와
그냥 능선을 걷는다.
아주 더 예전엔 능선을 타고 나무를 헤치며 희미한 길을 걸은 적도 있지만
이제는 자신이 없어 다시 중간에 있을 등로를 찾아 숲앞을 따라 내려간다.
다행이 등산로가 나타난다.
쥐똥나무 파란 등로를 한참 지나니 임도 건너기 전에 또 벌목지가 나타난다.
출입금지판이 서 있는 임도를 둘러봐도 등산로가 안보여 벌목지로 돌아온다.
벌목지 끝에 희미하게 등로가 보인다.
숲사이를 지나 어느덧 키 만큼 자란 편백나무 사이를 오른다.
길 쪽의 가지는 누군가 잘라두었다.
사위가 조금 밝아진 듯해 랜턴을 끈다.
오르막은 생각보다 길다.
길 위에 드러난 바위를 올라 구비진 길을 돌아 내려간다.
남해바다가 환히 열린다.
도화의 화옥 단장 지죽의 땅덩어리들이 검게 바다로 들어가고 있고,
부지런한 배는 물살을 가르며 소리내어 움직인다.
적대봉 시산도와 손죽열도를 보다가 정상쪽으로 부지런히 걷는다.
풀은 제초되지 않았지만 길은 보인다.
정상에 이르자 7시가 되지 않았다. 동쪽 하늘은 붉지만 아직 해가 떠 오를 기미가 없다.
봉수대 계단에 앉아 셀카를 찍는다. 팔영산이 마복산 뒤로 희미하다.
산 아래 채석장에서 벌써 일을 시작했는지 중장비가 소릴 낸다.
동쪽으로 달린 리본을 보고 구암쪽 하산길을 알아보자고 내려가 본다.
한참을 내려가도 전망이 없어 돌아 올라온다.
7시 20분이 다 되어서야 동쪽의 약한 구름띠 속에서 해가 떠 오른다.
납작한 돌 위에 앉아 해를 보다가 후다닥 내려온다.
굽어진 작은 능선에서 돌아보니 해는 봉수대 옆 나무 사이에 올라오고 있다.
반은 달리듯 차로 돌아오니 8시 5분이다.
부지런히 학교 숙소로 돌아와 된장국에 햇반 하날 투여한다.
40분까지의 출근시각에 조금 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