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아침 전주에서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전쟁이다.
시간과의 전쟁,
조금 늦었거나 이른 것뿐인데,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안달을 하는 것이다.
성도에서 정시에 출발하고, 인천공항에 정시에 도착했다.
쓰찬성, 적확히 사천성의 성도에도 비가 내렸고,
비행기가 출발해서 오는 동안에도 비가 내려
창밖에 앉았음에도 어디 한 군데 트인 대지를 보지 못하고,
오직 검은 구름, 흰 구름만 보고 도착한 인천공항,
일곱 시 25분이었다.
그리고 짐을 찾고 전주로 오는 버스를 탄 것은 여덟시 30분 차,
김포공항을 거ㅗ치고 정안과 익산의 금마를 거쳐
전주에 도착한 것이 자정 넘어 12시 17분, 집에 오니 열두시 27분,
긴 여정이 마무리 되는 시간이었다.
그래, 산다는 것은 쉬지 않고, 어딘가로 가고 그리고 돌아오는 것,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오지 않고 돌아가면서 막을 내리는 것이다.
기내에서 비행기가 대기 불안으로 흔들릴 떼 문득 불안감이 들기도 했지만,
금세 마음속에서 정리를 했다.
어느 때 가든 서운할 것이 무엇인가, 그것도 운명이겠지,
사천을 떠나기 전 들어갔던 무후사는 제갈공명을 모시는 사당이었다.
그 안에 천하를 통일했던 유비와 관우, 그리고 장비를 비롯한
헌 칼 휘두르듯 했다는 조자룡을 비롯한 천하 걸출의 사람들이
눈을 부릅뜬 채 서 있었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서 있지는 않지만 자웅을 겨루었던 조조가
지금 중국 사람들에게는 본 받고 싶은 영웅이라는 말을 해설자에게 들었다.
비록 역사 속에서는 패자로 남았지만,
조조처럼 살아라. 조조처럼 현명해라.
요즘 중국 사람들의 유행어라고 한다.
살아생전에 제갈공명은 사람의 마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무릇 인성이란 무엇보다도 살피기 어렵다.
아름답고 추한 것(美醜)은 분명히 구분이 가지만 마음이란 부별하기 어렵다.
따뜻하고 선량한 듯하지만, 도둑질하는 사람이 있고,
겉으로는 공손하지만 속으로 속이는 사람이 있으며,
겉으로는 용감하지만 속마음은 겁쟁이인 사람이 있고 힘을 다하는 듯하지만,
불충不忠한 사람도 있다.
사람됨을 아는 것이 그처럼 어려운 것인데,
사람됨을 아는 일곱 가지 길이 있다.
그 첫째가. 시비를 물어서 그 뜻을 살피는 길이요,
둘째는. 말로써 몰아붙여 그 변하는 모습을 살피는 길이요,
셋째는. 계책을 물어 그 아는 바를 살피는 길이이요.
넷째는. 어려운 상황을 알리고 그 용감성을 살피는 길이요.
다섯째는. 술에 취하게 하고 그 품성을 살피는 길이요.
여섯째는. 이익을 제시하여 그 청렴성을 살피는 길이요.
일곱째는. 어떤 일을 기약하여 그 신용을 살피는 길이다.
제갈량의 <사람됨을 아는 길>이라는 글이다.
그래서 그가 택한 사람이 유비였고,
그래서 패한 사람이 조조였다.
그가 노래한 단가가 하나 남아 있다.
“잔 잡고 노래하거니
한 평생이 얼마나 되던가.“
사는 것은 한 순간,
모두가 왔다가 간다.
영웅도 그냥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도,
티베트에서 사천으로 이어진 여정의 마지막을
제갈공명의 사당에서 마무리하며
함께했던 모든 분들,
서용원 선생 가족들,
박영희 선생님,
최영배,선생, 임홍균 선생 내외,
그리고 노근태 뚱딴지 내외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7년 10월 11일, 비 내리는 전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