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신수(神秀)
「상좌인 신수는 생각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는 것은 내가 교수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오조스님께서 나의 마음속의 견해가 얕고 깊음을 어찌 아시리오, 내가 마음의 게송을 오조스님께 올려 뜻을 밝혀서 법을 구함은 옳거니와, 조사의 지위를 넘봄은 옳지 않다.
도리어 범인의 마음으로 성인의 지위를 빼앗음과 같다. 그러나 만약 마음의 게송을 바치지 않으면 마침내 법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아무리 생각하여도 참으로 어렵고 어려우며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로다. 밤이 삼경에 이르면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남쪽 복도의 중간 벽위에 마음의 게송을 지어서 써 놓고 법을 구하여야겠다. 만약 오조스님께서 게송을 보시고 이 게송이 당치 않다고 나를 찾으시면 나의 전생 업장이 두터워서 합당이 법을 얻지 못함이니, 성인의 뜻은 알기 어려우므로 내 마음을 스스로 쉬리라.'
신수상좌가 밤중에 촛불을 들고 남쪽 복도의 중간 벽 위에 게송을 지어 써 놓았으나 사람들이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몸은 보리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나니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 묻지 않게 하라.
신수상좌가 이 게송을 다 써 놓고 방에 돌아와 누웠으나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오조스님께서 아침에 노공봉을 불러 남쪽 복도에'능가변상'을 그리게 하시다가, 문득 이 게송을 보셨다. 다 읽고 나서 공봉에게 말씀하셨다.
"홍인이 공봉에게 돈 삼만냥을 주어 멀리서 온 것을 깊이 위로하니, 변상을 그리지 않으리라.「금강경」에 말씀하시기를 무릇 모양이 있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 하셨으니, 이 게송을 그대로 두어서 미혹한 사람들로 하여금 외우게 하여, 이를 의지하여 행을 닦아서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법을 의지하여 행을 닦으면 사람들에게 큰 이익이 있을 것이니라." 이윽고 홍인대사께서 문인들을 다 불러오게 하여 게송 앞에 향을 사르게 하시니, 사람들이 들어와 보고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므로 오조스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이 게송을 외워라. 외우는 자는 바야흐로 자성을 볼 것이며, 이를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는 않으리라."
문인들이 다들 외우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훌륭하다! 고 말하였다.
오조스님이 신수상좌를 거처로 불러서 물으시되,
"네가 이 게송을 지은 것이냐? 만약 네가 지은 것이라면 마땅히 나의 법을 얻으리라" 하셨다.
신수상좌가 말하기를,
"부끄럽습니다. 실은 제가 지었습니다만 감히 조사의 자리를 구함이 아니오니, 원하옵건데 스님께서는 자비로써 보아주옵소서.
제자가 작은 지혜라도 있어서 큰 뜻을 알았겠습니까?" 하였다.
오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지은 이 게송을 소견은 당도하였으나 다만 문 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문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였다. 범부들이 이 게송의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견해를 가지고 위없는 보리를 찾는다면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문안으로 들어와야만 자기의 본성을 보느니라. 너는 우선 돌아가 며칠 동안 더 생각하여 다시 한 게송을 지어서 나에게 와 보여라. 만약 문안에 들어와서 자성을 보았다면 마땅히 가사와 법을 너에게 부촉하리라." 하셨다.
신수상좌는 돌아가 며칠을 지냈으나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4)정게(呈偈)
한 동자가 방앗간 옆을 지나면서 이 게송을 외고 있었다. 혜능은 한 번 듣고, 이 게송이 견성하지 못하였고 큰 뜻을 알지도 못한 것임을 알았다.
혜능이 동자에게 묻기를, "지금 외우고 있는 것은 무슨 게송인가?" 하였다.
동자가 혜능에게 대답하여 말하였다.
"너는 모르는가? 큰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고 죽는 일이 크니 가사와 법을 전하고자 한다. 하시고, 문인들로 하여금 각기 게송 한 수씩을 지어 와서 보이라 하시고, 큰 뜻을 깨쳤으면 곧 가사와 법을 전하여 육대의 조사로 삼으리라 하셨는데, 신수라고 하는 상좌가 문득 남쪽 복도 벽에 모양없는 게송[無相偈] 한 수를 써 놓았더니, 오조스님게서 모든 문인들로 하여금 다 외우게 하시고, 이 게송을 깨친 이는 곧 자기의 성품을 볼 곳이니,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나고 죽음을 벗어나게 되리라고 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나는 여기서 방아찧기를 여덟달 남짓하였으나 아직 조사당 앞에 가 보질 못하였으니, 바라건대 그대는 나를 남쪽 복도로 인도하여 이 게송을 보고 예배하여 주게. 또한 바라건대 이 게송을 외워 내생의 인연을 맺어 부처님 나라에 나기를 바라네." 하였다.
동자가 혜능을 인도하여 남쪽 복도에 이르렀다. 혜능은 곧 이 게송에 예배하였고, 글자를 알지 못하므로 어느 사람에게 읽어주기를 청하였다.
혜능은 듣고서 곧 대강의 뜻을 알았다.
혜능은 또한 한 게송을 지어, 다시 글을 쓸 줄 아는 이에게 청하여 서쪽 벽 위에 쓰게 하여 자신의 본래 마음을 나타내 보이었다. 본래 마음을 모르면 법을 배워도 이익이 없으니, 마음을 알아서 자성을 보아야만 곧 큰 뜻을 깨닫느니라.
혜능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 없네.
부처의 성품은 항상 깨끗하거니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 있으리오.
또 게송에서 말하였다.
마음은 보리의 나무요
몸은 밝은 거울의 받침대라
밝은 거울은 본래 깨끗하거니
어느 곳이 티끌과 먼지에 물들리오.
절안의 대중들이 혜능이 지은 게송을 보고 다들 괴이하게 여기므로, 혜능은 방앗간으로 돌아갔다. 오조스님이 문득 혜능의 게송을 보시고, 곧 큰 뜻을 잘 알았으나, 여러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하시어 대중에게 말씀하기를 '이도 또한 아니로다!" 하셨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