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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한반도 인권과 평화 주제로 세미나
북향민 비롯해 남한 사회 안의 인권 해결도 중요
'북한 주민 인권' 문제는 그동안 북한 정권을 비판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주로 이용됐다. 이런 흐름과 달리 북한의 인권을 보편적 관점에서 보고, 실질적 해결 방안과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0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한반도의 인권과 평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발언자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동시에, 남한의 인권 특히 북향민(북한 이탈 주민)의 인권 문제 해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백장현 박사(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가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와 쟁점’을 주제로 발제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를 채택하면서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 북한인권결의는 총회에서 매년 채택되고 있다. 북한은 겉으로는 결의안을 “허위와 날조로 일관된 악선전 문서”라고 반발하지만, 유엔 인권협약에 선별적으로 가입하는 등 체제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유엔의 개선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 인권 정책을 펼친 미국, 일본과 유럽연합의 태도는 매우 다르다. 백장현 박사는 유럽연합이 북한의 발전과 빈곤퇴치를 위해 실질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미국과 일본의 북한 인권 정책은 일관성이 없고, 정세에 따라 북핵 문제,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선택적으로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방식 또한 유럽연합은 나라 간 수교를 통한 지원과 대화, 압력을 모두 사용하는 반면, 미국과 일본은 압박 위주로 북한 인권에 대응하고 있다. 또 미국은 북한의 인권을 자유권 중심으로 인식하고, 생존권과 직결된 인도적 지원을 대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백 박사는 이것이 “인권의 총체성과 상호 의존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백장현 박사. (이미지 출처 = 천주교 의정부교구가 올린 유튜브 영상 갈무리)
역사적 맥락에서 인권은 자유권(시민적, 정치적 자유, 양심, 사상,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 참정권 등)뿐 아니라 사회권(생존권, 건강권, 교육권 등), 평화권 등도 포함한다. 그러나 인권의 개념과 현실 적용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백 박사는 이런 논쟁이 “이론적 차원의 순수한 논쟁이 아닌 개별 국가의 이익과 연결된 정치적 논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인권은 보편적이고, 불가분적이고,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연관되어 있다”고 분명히 한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선언을 들며, 자유권, 사회권, 평화권, 발전권 등 인권의 여러 내용 가운데 하나만을 부각하는 주장은 인권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권의 보편성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는 자유권, 사회권, 평화권, 발전권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느 부분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느냐의 문제인데,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할 때는 생존권을 우선해 식량 지원 등 인도적 지원에 치중하고, 핵 문제 해결이 시급할 때는 평화권을 우선하는 식이다. 백장현 박사는 또한 모든 단계에서 자유권 신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북한의 인권이 단계적으로 나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문수 박사(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는 ‘가톨릭 사회교리로 보는 북한 인권’을 발표하며, 한국 천주교회의 역할을 제시했다. 백장현 박사와 마찬가지로 그는 사회교리 관점에서 인권의 보편성과 여러 인권의 내용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불가분성 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교회가 인권의 보편성을 인권의 제1원리로 승인하고, 이 보편성 원리를 민족, 인종, 이데올로기, 신념의 차이를 넘어 적용하며, 따라서 교회는 북한 인권 문제에 교회 고유의 방식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인권의 상호성을 강조하며, 자국의 인권 상황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완벽하게 인권을 보장하는 나라만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적받는 쪽이나 지적하는 쪽 모두 인권 실현에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박문수 박사. (이미지 출처 = 천주교 의정부교구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갈무리)
그는 사회교리는 규범이지 실천 방안이 아니기 때문에, 인권 문제에 관해 경험이 풍부하고 통찰력 있는 교회 바깥 인물, 단체, 정부로부터 실제 적용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또 인권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하며, 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는지, 진심인지, 그 목적이 평화와 인권 신장에 있는지 묻고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또한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서 자유권을 유독 강조하는 것을 지적하며, 인권을 선택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끝으로 박문수 박사는 한반도의 평화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한국 천주교회가 북한 인권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사회 안의 몇 안 되는 NGO”라며, 이 세미나를 계기로 한국 교회가 북한 인권에 체계적이고, 인권적이며, 평화적 접근을 시도하길 바란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지석 목사(국경선 평화학교)는 이전과 다르게 북한 인권을 정치적 도구가 아닌 인권의 보편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 이 세미나의 의미라고 짚었다. 정치권에서처럼 개신교 지도자 가운데도 북한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방법으로 북한의 인권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교회 안의 인권을 다루는 단체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진 상임활동가(천주교인권위원회)는 “북한에 대한 적대감으로 북한의 실상을 왜곡하거나 과정해선 안 되고, 무력, 군사적 압박, 경제 제재 등 인권의 원칙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북한의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북한 인권 실태 내용의 대부분은 북향민(북한 이탈 주민)이나 북한을 체류했거나 방문했던 외국인의 증언을 토대로 한다.
그는 “불확실하거나 근거가 약한 사례를 폭로하는 방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북한 인권에)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남한이 북한을 유엔 등 국제사회로 나오게 하고, 유럽연합처럼 남한도 북한과 인권 대화를 하는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2015년 이전까지 유럽연합과 북한은 14차례 정치 대화를 나눴으며, 이와 별개로 2001년 인권만을 주제로 인권 대화를 2차례 한 바 있다.
20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한반도의 인권과 평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미지 출처 = 천주교 의정부교구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갈무리)
전수미 변호사(화해평화연구소 이사장)는 대북전단에 관한 내용과 지난 4월 미국 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연 대북전단 금지(개정 남북관계발전법) 관련 청문회 증인으로 참여한 경험을 나눴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대북전단은 북한의 지도자와 남한의 전, 현직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며, 대북전단을 받아 본 북향민들은 반감, 거부감을 느꼈고, 대북전단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기반으로 미국 톰 랜토스 인권위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그는 그러나 “접경지역 주민의 입장이 미 의회에 전혀 전달되고 있지 않으며, 미국 측과 오래전부터 소통하던 소수의 북향민의 목소리를 전체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접경지역 주민에게 대북전단 살포는 목숨이 달린 생존 문제이고,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청문회에서 느낀 미 의회 분위기는 한국 정부가 북향민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 상당수가 정착하기 힘들고, 어떤 이들에게는 대북전단에 대한 후원이 생계수단이 된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못하게 하려면 취약계층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북향민 인권 강화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에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고, 북한과의 인권 대화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는 북한 인권을 포함해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보장할 만민법이 없다고 지적하며,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때부터 실질적으로 사법이 가능하도록 국제기구의 개혁과 쇄신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격적으로 세미나에 앞서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는 북한과 인접한 지역을 담당하는 교구의 교구장이기에 대북전단 살포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소식을 전부터 자주 들었다며,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많은 이가 알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미나를 후원한 고양시 이춘표 제2부시장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남북 간의 인권 문제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 차원에서 포괄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해 하나하나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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