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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
통진두레문화센터 화요 브런치 콘서트 다녀와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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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참 높았다. 바람은 적당히 산들거렸고 코끝에 닿는 공기도 상쾌했다. 통진두레문화센터의 화요 브런치 콘서트를 보러가는 길은 약간의 기대감까지 겹쳐져 살짝 들뜨기까지 했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는 ‘해설이 있는 오페라’. 문화공간이 적은 김포, 그 김포에서 다양한 주제의 브런치 콘서트가 기획되고 진행되는 것은 늘 여유에 목마른 우리들에게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이미도 몇 차례 진행된 콘서트를 다른 일로 놓친 것을 아쉬워하며 통진에라도 이러한 공연장이 있음에 기뻐하며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공연장은 단출했다.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었고 생각보다 무대는 작았다. 김용 관장님이 인사말과 함께 이 날의 주제인 ‘피가로의 결혼’에 대한 설명을 하셨다. 소프라노 이점례씨와 베이스 이병기씨가 부를 노래는 피가로의 결혼 중 피가로와 스잔나의 결혼을 앞두고 백작부인의 마음이 담긴 ‘사랑을 주소서’와 피가로로 인해 사랑하는 여인을 백작에게 보낸 의사가 피가로가 결혼을 하지 못하기를 바라며 부르는 ‘복수’라는 곡이었다.
늘 그렇듯 오페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이다. 큰 극장의 오페라 공연은 자막이 있어 그 내용과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막 보랴 공연 보랴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오늘 오페라 전체 공연이 아닌 그 중의 한 곡을 집중해 들으니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이지만, 이미 들은 해설과 연결되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표정, 분위기, 강약의 조절 등을 통해 이미 내 마음에는 그 노래 전체가 들어와 있는 듯 했다. 노래의 언어라고나 할까……. 백작부인의 불안한 마음과 의사의 결연한 복수의 의지가 몸 전체로 이해되고 알아졌다면 과장일까…….
따라 부르진 못하지만 익숙한 음률에 함께 흥얼댈 수 있는 ‘케세라세라’ ‘산아’ 등도 관람자들을 충분히 젖어들게 했다. 물론 그 절정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었다. 선율에 절로 몸이 움직이고 미소를 짓게 되고 손을 까닥거리며 음악에 흠뻑 빠져들 수 있게 해 준 그 노래. 노래를 들으며 왠지 아침의 그 창문에 새가 지저귀고 있고, 나뭇잎은 반짝거리고 햇살은 따스하게 내비치고 행복한 얼굴의 내가 침대에서 기지개를 피는 듯한 장면들이, 소리들이 나를 스쳐갔다.
작은 공연장은 사라지고 가슴 가득 가을이 담겼다. 좁은 공간은 사라지고 마음은 하늘을 날았다. 바람이 노래가 되고 황홀한 사랑이 공연장에 흘렀다.
나만의 느낌만은 아니었다. 관람자들 모두 환호성을 질렀으며,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음악에 관심이 없어도, 오페라를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우리들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내가 사는 김포에서 이런 감동의 공연이 있을 수 있음이 또한 행복했다. 이러한 공연장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인근의 고양시는 문화공간이 많은 곳이다. 공연장도 많고 공연도 많다. 마음만 내면 찾아가서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니 오페라 공연이니 골라가며 괜히 우아한 척 폼도 잡을 수 있다. 대중가수들이 여는 콘서트도 다양하다. 맘 편하게 따라 부르며 춤도 출 수 있다. 하지만 김포의 여건은 당연히 그렇지 못하다. 공연장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기에 문화생활의 누림에 대한 욕구는 더욱 크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 그래도 행복했다. 나의 김포에서 작지만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어서 그리고 앞으로도 계획된 공연이 더 준비되어 있어서 그 기다림에 더욱 행복하다. 참고로 다음 공연은 11월4일 11시에 계획되어있다. 역시 해설이 있는 오페라로 ‘라 트라비아타’가 준비되어 있으며, 청산에 살리라, A love until the end of time 등의 익숙한 노래들도 들려준다하니 그 날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