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의 신화와 민족주의
과거의 역사는 미래를 위한 교훈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왜곡된
역사를 학습할 경우 우리의 현실을 읽어내지도 못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19세기 말 '코리아(Korea)'에 대해 서구인들이 기록한 원전자
료들을 모으고 있다. 과거 일제는 '식민사관'으로 우리의 역사를 날조했는데,
혹시나 이에 대한 반발로 우리 스스로 '과도한 민족주의 역사관'을
키워온 것은 아닌지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과거 서구인들의 목격담 가운데 의외의 내용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19세기 말의 한반도가 다인종(多人種) 지역이었다는 기록들이다.
일본이나 중국을 가면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비슷하여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한국인은 개개인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눈동자가 갈색이고 머리칼이 검지만, 한반도의 어느 지역을 가도
눈동자가 회색인 사람, 푸른색인 사람, 머리칼이 붉은 사람들이 함게 섞여
산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배달의 자손', '한민족', '단일민족'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터였기에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없다.
근대화 이후 국경선이 확고해지며서 북방으로부터의 이민족 유입이 줄어들었고,
붉은 머리칼이나 유색(有色)의 눈동자가 유전적으로 열성이어서,
혹은 머리염색약이 발달해서 그런지 몰라도 최근에는 우리 주변에서
눈동자와 머리색이 독특한 사람을 보기 힘들다.
그러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그 부모가 외국인이 아닌데도 머리칼이
붉거나 눈동자가 회색이었던 친구들 기억이 난다.
얼마 전 국내의 한 의학자에 의해서 한국인의 유전형질 분포가 조사되었는데,
70~80%가 북방계이고 20~30%가 남방계이며, 코카서스 등 다른 인종도
일부 섞여있다는 것이었다. 남북한을 막론하고 우리처럼 '민족'을 강조해온 나라
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형질 조사와 서구인들의 목격담에 근거한다
면 우리가 생각하는 '민족'이 결코 '혈통'이나 '인종'을 의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족주의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약소국의 민족주의와 강대국의 민족주의가
그것이다. 일제강점기의 우리와 영국 식만통치기의 인도인들의 민족주의는 후자에
해당한다. 전자는 '선'이고 후자는 '악'이다 혹자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민족주의는 한 물 간 사조라고 비판한다.
'세계화'의 기치를 걸고 모처에 '영어마을'이 생기고, '이중국적'을 합법화하자는
외침까지 들린다. 그러나 민족주의를 비판하면서 어느 한 강대국에
동화하여 기생하려는 심리는 과거 일제강점기의 '친일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 일 ·중 · 노'라는 4대강국의 틈에 끼어 있는
한반도이기에 '약소국으로서의 저항적 민족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민족주의가 혹 엇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 우리의 민족주의를 '혈통주의'로 착각하여, 최근 우리나라에
유입된 다른 '민족'이나 '인종'들을 멸시하는 것은 아닌지.
혹 그들의 '혼혈자손'들을 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혹 우리의 사회제도가
그들의 '국적취득'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잘 살펴야 한다.
강대국의 간계(奸計)와 압제에 저항하는 민족주의는 '선'이다.
그러나 약소국을 무시하고 괴롭히는 민족주의는 '악'이다. 부처님께서는
인종과 계급은 물론이고, 모든 생명체가 평등하다고 가르치시지 않았던가?
김성철 교수의 불교하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