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사 '무급' 한계…미 셧다운에 캐나다 하늘길 '막히나'
미 40개 공항 10% 감편 '쇼크', 에어캐나다 연결편 '혼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 사태가 37일째 이어지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미국 항공 당국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전례 없는 대규모 항공편 감축 조치를 단행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7일 부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댈러스 등 20여 개 주의 40개 주요 공항에서 항공 교통량을 10% 감축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조치는 10월 1일 셧다운 시작 이후 한 달 넘게 급여를 받지 못하고 주 6일 초과근무를 소화 중인 항공 관제사들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다.
브라이언 베드퍼드 연방항공청장은 "항공 역사 35년 동안 이런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며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7일, 4% 감축을 시작으로 주말을 거치며 감축 폭을 1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하루 최대 1,800편, 약 26만8천 명의 승객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감축 조치는 공식적으로 '국제선'을 제외했지만, 캐나다 여행객들의 피해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국내선 항공편의 대규모 취소·지연이 캐나다를 오가는 항공편과 연결편에 연쇄적인 파동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 캐나다는 "정상 스케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미국에서 운항하는 모든 항공사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우리 역시 제한적이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의 지연을 겪고 있다"고 확인했다.
특히 에어 캐나다의 미국 내 파트너인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해 환승하는 고객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 캐나다는 이들 승객을 대상으로 변경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선의의 정책'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포터 항공 역시 연방항공청의 인력 부족으로 미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이미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일부 시장에서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터 측은 월요일까지 일부 미국행 노선에 대해 무료로 일정을 변경해주고 있다. 웨스트젯은 아직 운항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으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행 항공편에만 그치지 않는다. 북미 항공 여행 시스템은 고도로 통합되어 있어, 미국 공항의 지연이 캐나다로 향하는 항공기에도 연쇄적인 지연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영공'이다. 토론토-밴쿠버 노선이나 멕시코로 향하는 항공편의 상당 부분이 미국 영공을 통과한다. 이 영공을 관제하는 인력 역시 무급 근무 중인 미국 관제사들이어서, 미국을 목적지로 하지 않는 항공편조차 지연될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캐나다 교통부는 24시간 운영 센터를 통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캐나다 공항을 출발하는 여행객들은 사전에 항공편 상태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감축 대상 40개 공항에는 뉴욕(뉴어크 포함),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댈러스 외에도 애틀랜타, 덴버, 올랜도, 마이애미, 샌프란시스코 등 캐나다인들이 자주 찾는 인기 관광지와 핵심 환승 공항이 대거 포함됐다. 뉴욕, 휴스턴, 시카고 등 일부 대도시는 여러 공항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승객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에도 비상이 걸렸다. 페덱스의 거점인 멤피스 공항과 UPS의 허브인 루이빌 공항도 감축 대상에 포함되어 물류 대란도 우려된다.
항공사들은 연방항공청의 발표 단 한 시간 전에야 관련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어떤 항공편을 취소할지 선별 작업에 들어가는 등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델타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은 환불 불가 항공권 소지자에게도 환불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프런티어 항공은 "다른 항공사의 예비표를 미리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여행협회는 "셧다운이 항공 시스템을 불필요하게 압박하고 여행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의회에 조속한 셧다운 종료를 촉구했다.
연방항공청은 자금 부족으로 인해 언론의 정규 문의에도 응답하지 않고 있으며, 자동 이메일을 통해 "자금 부족으로 인해 일상적인 언론 문의에 응답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