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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 : 울별이티
장르 : 새드
포토샵 모든 작품 : 자작
"너 같은 인간은 사람도 아니야."
“나 같은 인간? 넌 얼마나 잘났다고 사람들한테 날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데?”
“내가 언제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는데? 너야 말로 이상한 소문 퍼트려 다니지 마!”
“맞는 말이잖아. 가장이라면 가장답게…….”
언제부터 가족 싸움이 시작 된 것일까. 또 왜 우리는 같은 걸 반복하는 걸까. 매일 싸우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 혼자 덩그러니 울어야만 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할 때 눈물은 흐르기 시작한다. 아직 7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눈물을 다른 사람들의 인생의 반 이상은 다 흘린 것처럼 지쳐 가는데 이 눈물이란 건 쉴 새 없이 나오는 건지.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엄마와 아빠의 싸움에 두려워 방 안에서 이불을 뒤집고 울고 있다.
보통 가족들이 이 상황을 본다면 한 번 쯤은 하는 부부싸움이라 생각하겠지만 우리 가족에서의 부부싸움이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그것도 조금이 아닌 아주 많이……. 다른 환경 속에서 외동으로 자라 아무래도 쓸쓸하다고 느끼는데, 싸움을 해봤자 더 좋아지는 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엄마와 아빠는 왜 매일 싸우는 걸까. 7년이란 시간을 건너면서 질릴 때도 됐을 것 같은데. 얼마나 더 해야 그만 하려는지.
평소에는 항상 말싸움만 하다가 그만뒀는데 오늘은 다른 날 보다 조금 더 길게 싸운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이며, 옛 일을 꺼내어 말하거나 언성을 크게 높여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릴 정도로 말이다. 빨리 끝나기를 바라면서 여린 두 손을 꼭 잡은 채 눈물을 가득 품고 있는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그게 더 싸움을 악화 시킨 걸까. 이번엔 말싸움뿐만 아니라 아빠가 엄마가 말하는 도중에 뺨을 세게 내려친다. 그 충격에 할 말을 잃은 엄마.
“넌 그렇게 잘났어? 넌 네 처신 똑바로 다 했어? 어?”
“그 언성 당장 낮춰. 나르샤가 듣고 있잖아.”
나르샤라면 지금 방에서 이불을 덮은 채 울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나를 말하는 건가. 아빠는 두 손으로 허리를 짚고 눈빛 하나로 엄마를 때려 밟힐 정도로 밑으로 내려다본다. 그런 아빠를 보고 화를 억지로 참으려고 하는 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꾹꾹 참으며 볼을 몇 번 어루만져보고는 고개를 들어 아빠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아빠는 기가 차다는 듯이 실컷 몇 년 동안 싸워놓고 이제 와서 언성 낮추면 뭐하냐고 말한다. 다시 할 말 잃은 엄마.
엄마라면 반박을 할 수 있을 텐데 오늘따라 조용히 아빠의 신경질적인 말을 다 듣고 견딘다. 그런 엄마를 이불 속에서 보고 왜 엄마는 가만히 있는 건지 아빠한테 맞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소리 없이 더 울었다. 금방이라도 쓰러 질 것 같은 엄마인데 저런 엄마를 보고도 왜 아빤 지지는커녕 나무라기만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이불 속에서 나와 아빠한테 이러지 말라고 얘기 해주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 내가 나서봤자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더 화를 일으킬 것 같아 잠자코 이불 속에서 바라봤다. 계속 오가는 싸움. 그리고 가끔 가다 엄마를 폭행하는 아빠. 아빠는 엄마가 뭐라 반박을 하기 전에 주먹으로 엄마의 고운 볼을 때린다. 그 충격에 헤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아버린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엄마의 붉은 입술에서 붉은 피가 세어 나오더니 아무래도 붉은 입술이 더 붉어진다.
“나보고 꺼지라고? 매일 돈 벌어오는데 따끈한 밥도 못 먹고 사는 나한테 꺼지라고? 그래. 꺼져줄게. 나 같은 건 꺼져 줄 테니 두고 보라고. 인간 같지도 않는 것아.”
피를 흘리고 있는 엄마 앞에서 꿈쩍도 안 하고 또박또박 말하고는 내가 울고 있는 방문을 발로 차서 열고 장롱의 문을 활짝 열더니 아빠의 옷을 모조리 꺼내 주위 바닥에 널려 있는 큰 가방에 쑤셔 넣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깜짝 놀라 이불 속에서 나와 아빠 옆으로 가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뭐라 말을 꺼내려고 아빠의 등 쪽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언제부턴가 거리감이 느껴져 어색한지라 쉽게 만져보지도 못하고 뻗은 손을 뒤로 뺐다.
그 때, 엄마는 충격에서 깼는지 방으로 들어와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당장 그만하지 못하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의 아빠는 그 말을 들을 아빠가 아니기에 짐을 끝까지 싸고는 일어나서 엄마를 똑바로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 옆에 있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챙기고는 나가버린다. 결국 아빠를 한 번도 못 만져봤다.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아빠도 나의 부모님이다. 하지만 아빠의 손길은커녕 옷자락도 못 만져보고 그렇게 놓쳐버렸다. 그 때의 내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나르샤야 미안하다. 이 엄마가 미안해. 항상 이런 모습만 보여줘서.”
“아니야, 엄마. 난 괜찮아.”
“부모란 사람이 고작 자식에게 이 정도밖에 안 돼서 미안해.”
“아니야, 엄마. 난…….”
괜찮다는 말, 그 세 글자를 말하기만 하면 되는 건데 엄마가 처음으로 내게 펑펑 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날 뜨거운 품에 넣어 미안하다고 하니까 괜찮다는 말을 못했다. 아니, 엄마가 그러지 않아도 내 속은 이미 안 괜찮다는 것을 알기에 못했다. 그저 엄마의 ‘사과’를 핑계로 둘러 대고 울고 있는 엄마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는 것밖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가고 16살이 된 해,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일상 패턴에 지친 눈을 겨우 뜨곤 컴퓨터를 하고 있다. 매일 찌들리는 공부랴, 엄마의 잔소리랴, 집안 꼬라지랴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한 컴퓨터.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중독자라고 불릴 정도로 많이 했다. 더구나 내 꿈이 컴퓨터로 쓰는 기자라보니 말도 못 할 정도로 컴퓨터를 많이 했다. 하지만 계속 되는 엄마의 잔소리와 간섭. 그리고 공부라는 것 때문에 요새는 잘 안하고 있다.
그런데 이 때, 엄마가 내 방으로 들어오더니 넌 또 컴퓨터 하냐면서 잔소리를 하신다. 요 며칠 동안 안 켜고 이제 겨우 10분 했는데 또 컴퓨터라니. 난 10분밖에 안 했다면서 짜증을 내자 엄마는 나보다 더 짜증을 내면서 내가 자식을 헛으로 키웠다며 뒤에서 말한다. 그 말에 알겠다면서 한숨을 푹 쉬고 컴퓨터를 끄고는 책을 펴서 공부하는 척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혀를 차며 그래서 공부가 눈에 들어오겠냐고 말한다.
공부 해라고는 또 언제고 이러는 건지 엄마의 잔소리에 한 단어만 들어도 벌써 한숨만 나온다. 10분짜리 컴퓨터를 계기로 엄마는 했던 잔소리를 또 하고 또 한다. 도대체 우려먹는 걸로만 해도 몇 번 째 인지 질리지도 않나보다. 물론 잔소리란 상대방이 보다 좋은 모습으로 고쳐주기 위해서 하는 훈계이겠지만 엄마의 잔소리는 훈계가 아니라 그냥 반복일 뿐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한 쪽으로 듣고 한 쪽으로 흘릴 때, 다른 날과는 달리 나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한다. 바로 다른 옆집 자식하고 나랑 비교하는 거다. 옆집 아들은 공부도 잘하고 전교 1등인데다가 자기 자신을 관리 할 줄도 알고 말도 또박또박 잘하는데 넌 공부를 하기라도 하나 그렇다고 건강이라도 제대로 챙기기라도 하나 꾸미기라도 하나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면서 비교를 한다.
“네 꿈이 뭐? 컴퓨터 기자? 웃기마라 이 년아. 자기 처신도 똑바로 못하고 다니는 게 글을 쓴다고? 그런 걸로 해서 돈 많이 못 벌어. 공무원이나 선생님을 할 것이지 되도 않는 글로 써서 뭘 할래? 이것아 이제 중 3이 됐으면 정신 차려. 정신!”
“내 꿈 내가 정하는데 왜 엄마가 그래? 엄마가 내 인생 대신 사는 것도 아니잖아!”
“뭐? 인생 대신 살아? 허 참, 자식 하나 키웠는데 이런 소리…….”
“아, 몰라. 당장 나가! 공부 하는 거 안 보여?”
너무 화가 난다. 지금 내 심정, 울컥하는 마음 달래기엔 너무 치밀어 올라온 상태라서 자꾸 잔소리 하는 엄마를 방에서 내보내고 방문을 세게 닫고는 잠갔다. 지금 16살의 나이라면 대부분 내 또래 사람들은 꿈을 정해 놨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는 요리사나 선생님을 위주로 자신의 꿈을 얘기하면 대체로 흔한 꿈을 얘기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기자가 쓴 글을 보고 반해서 나도 한 번 써볼까 하며 취미로 붙다가 내 꿈을 기자로 정해야겠다 싶어서 매일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이 쓰는 것을 읽었다.
그런 취미, 그런 꿈. 내게 있어서 최고인 것 마냥 할 때마다 즐거웠다. 지금 내 나이에 중요한 공부 보다 더. 어쩌면 엄마한테 한 내 행동과 말투가 싸가지 없고 염치없고 재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16년 동안 시린 싸움만 봐와 지친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거다. 내 꿈 내가 정하겠다는데 왜 자꾸 돈으로 보고 그러는지. 사람의 꿈에 대한 직업은 단순히 돈 버는 기계가 아니다. 자신이 느끼는 만족감과 보람도 있어야 한다.
그걸 나보다 몇 십 년 더 산 엄마가 잘 알 텐데 왜 자꾸 사람에게 간섭을 하고 서로 화만 돋게 하는 건지. 이젠 지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하루 빨리 어른이 되어 이 간섭에서 빠져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정말 하루라도 빨리…….
“빨리 나가서 아빠한테 다 얘기해.”
“뭐라고?”
“내가 그걸 굳이 말해줘야 알아들어? 눈치 있게 잘 하란 말이야.”
“알았어. 왜 또 화를 내.”
“네가 하도 답답하게 굴어서 그런다. 빨리 가버려.”
시간은 흘러 저녁 8시. 매일 지지고 볶는 엄마와 나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러니 하게도 싸운 적이 없던 것처럼 같이 음식을 먹거나 TV를 시청한다. 하지만 조금만 내가 잘못 행동하거나 엄마가 이런저런 생각에 갑작스럽게 뭘 말하면 바로 싸우게 된다. 그래서 엄마 앞에서는 일단 자식이니까 최대한 참아야지 하면서 한숨을 몰래 툭툭 뱉곤 한다. 그 때 엄마가 또 뭔 생각을 한 건지 빨리 아빠한테 가서 얘기하고 오란다. 이건 또 뭔지…….
아빠한테 얘기 하는 거란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현재 아빠가 우리 집에서 가출하시고 다른 집에서 사신지 어느덧 9년.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앞두고 있는지라 이혼은 못 하고 서로 떨어져 살고 있다. 엄마도 솔직히 말해서 9년 동안 아빠를 못 만난 지라 조금은 그리운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엄마는 내게 아빠와 같이 붙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누누이 말하곤 한다. 그런 모습에 실컷 화 내 놓고 이런 소리를 하냐고 물으니까 하는 말이.
엄마와 내가 살면서 엄마는 현재 일을 하다가 끊다가 하다가 끊는 걸 반복해서 아빠가 어쩔 수 없는 가족이란 그 두 글자로 한 달에 100만원을 주시고 그 돈으로 엄마와 내가 생활을 하고 있다. 100만원이면 한 달에 넉넉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하다보면 돈 쓸 일도 많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더 살려면 아빠와 다시 붙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말만큼 쉬운 것인가. 양 옆에서 재촉을 하지 않나, 잔소리를 하지 않나 몸이 열 개라고 해도 모자를 판이다.
저번에는 몇 개월에 한 번씩 만났지만 요 최근 들어 엄마의 잦은 말로 인하여 몇 주일에 한 번 만나는 꼴이 됐다. 그래서 오늘도 또 가나 싶어서 껄끄럽다. 엄마는 말로 내게 시키지만 막상 가면 말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번 만나면 항상 밥을 같이 먹는데 밥 먹을 때 말하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아닐 때 말하려 해도 자꾸 자식이 그런 말만 하러 만난다고 아빠가 느낄까봐 그러지 못한다. 난 한숨을 쉬고 엄마가 뭐라 더 잔소리하기 전에 밖으로 나왔다.
“엄마는 잘 있나?”
“응.”
“일은 하고 있나?”
“응…….”
아빠도 엄마를 걱정하고 있는 걸까. 안 본지 9년이라서 서로의 얼굴을 이쯤이면 잊어가는 때인데 항상 만나면 아빠는 물어보는 게 2가지가 있다. 잘 있는지 그리고 일 하고 있는지. 항상 엄마가 일하면 하다가 안 하다가 하는 걸 반복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엄마는 일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과 또 싸우고 그만 둔 상태다. 만약 내가 엄마는 지금 일 안 하고 있다고 말하면 또 그 여자가 또 그러냐면서 밥 먹고 있는 도중에 주위에 밥 먹고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욕할까봐 거짓말을 했다. 휴, 이런 거짓말도 지친다.
밥을 먹다가 엄마가 아빠한테 말해라는 걸 그대로 말한다면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식욕이 없을까봐 말을 못하고 결국 밥을 다 먹고 아빠는 이러니저러니 엄마에 대한 욕을 하면서 차로 집까지 데려다 준다. 그리고 이제 헤어져야 할 때, 결국 몇 십 번 아빠를 만나면서 계속 밥만 먹고 이렇게 전해야 할 말을 또 못 전하나 싶어서 망설이다가 말을 하려고 할 때 아빠의 전화가 울리더니 곧 이어 아빠가 전화를 받는다. 그 때 흘러나오는 중년의 여자 목소리.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는 모르지만 딱 들었을 때 여자란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말하는 걸 봐서는 친한 사이인가 생각하며 아빠가 뭐라고 말하는지 유심히 들었다. 하지만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어떤 말에 대답을 하는지 파악을 못한 채 그대로 아빠는 폰을 끊곤 일하러 가야 한다며 말한다. 그 말에 난 알았다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내려가는 아빠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자 아빠는 손을 한두 번 흔들더니 내 시야에서 작아진다.
“또 말 못했어? 넌 뭐 아빠랑 밥 먹으러 만나? 놀러 만나냐고. 도대체 이렇게 어정쩡하게 만나는 걸로만 해도 몇 번 째야? 허이고, 너만 보면 답답해서 나가 죽고 싶다 정말. 야, 내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 어떻게 딸이란 자식이 징검다리 역할을 지지리도 못하는 지.”
그래. 뭐 내가 말이 없고 친화성도 좋지 않아서 학교에서 그리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타입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전교에 한 두 명 꼴 밖에 없다.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용기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건강한 것도 아니고 말을 조리 있게 잘 하는 것 역시 아니다.
난 항상 이렇다. 아무것도 못한 주제에 항상 이렇게 가족이란 틀 안에서 엄마랑 싸우기만 하고 매일 엄마에 대해 화를 내서 흥분한 아빠를 말리는 것. 그리고 평범한 게 아닌 그냥 반복일 뿐인 생활 속에서 숨을 토해내면서 꿈이란 것에 미쳐 생활 하는 것 그게 고작이다. 그런 내 모습을 내가 바라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날 보며 엄마는 답답하다고 느낀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힘들단 말이다.
엄마가 말 그렇게 안 해도, 아빠가 항상 핑계로 날 만나는 것을 뒤로 하는 것도 어떻게 아빠한테 말하고 어떻게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다. 눈치 없는 나라지만 하도 주위에서 입을 데서 다 안단 말이다. 다만 그런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럴 뿐인데. 차라리 내가 외동이 아닌 오빠나 언니가 있었더라면 서로 한 명씩 맡아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지도 모르는데. 정 아니면 동생이라도. 외동이란 게 정말 외롭긴 외롭구나. 알면서도 징검다리란 역할을 생각하면 그저 서럽기만 하다. 나 혼자라는 게. 만약 둘이었다면 조금은 쉽게 할 수 있을 텐데.
그 날 이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해서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시간도 이유 있는 반항 없이 잘도 흐르지. 학교에서 방학 전에 치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왔다.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보통을 유지했는데 이번에 컴퓨터를 꽤 많이 하기도 하고 공부를 할 때마다 눈에 보이겠냐면서 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화가 난 바람에 아무것도 안 했다. 그랬더니 결과가 엉망진창으로 나왔다. 전교 600명 중에 300명 안에는 들었는데 이번 시험엔 480등을 한 것이다. 떨어져도 한참 떨어져 버린 형편없는 성적. 이걸 엄마한테 보여주면 그 놈의 컴퓨터를 부숴버린단 말과 함께 몇 시간 동안의 길고 긴 잔소리를 할 게 분명하다.
안 봐도 비디오지. 이번 성적표는 나중에 나온다고 말하고 안 말 해야겠다 생각하고 성적표를 마구 찢어서 쓰레기 통 안에 넣었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학원에 갔다 온 다음에 집에 들어가자 엄마가 신발장 앞에서 떡하니 팔짱을 끼고 나를 밑으로 내려 본다.
“성적표 내놔.”
“성적표 아직 안 나왔어.”
“거짓말 하지 마. 오늘 나 온 거 다 안다.”
“오늘 안 나왔…….”
오늘 성적표 받은 것을 어떻게 아는 지 심장이 덜컹한 마음으로 아직 안 나왔다고 계속 말하자 엄마는 폰을 가지고 와 문자로 오늘 성적표 나갔다는 글이 있다. 그 글에 억지로 안 놀란 척 태연하게 엄마를 바라보다 엄마는 내 팔뚝 살을 꼬집으며 거실에 내동댕이치곤 똑바로 앉아보라고 말하곤 엄마 역시 바닥에 앉는다.
“저번에도 안 나왔다니 어쩌니 거짓말 쳐서 안 가지고 왔더니 이번에도 안 나왔단 말로 거짓말을 해? 내가 모를 줄 알아? 빨리 성적표 내놔.”
“………….”
“빨리 내 놔라고!”
“……찢어버렸어.”
“뭐라고? 이게 정말!”
내가 찢어 버렸다고 말하자 엄마는 내 머리를 몇 대 쥐어박고는 미쳤냐고 말한다. 내가 딸한테 미쳤냐고 말해도 되는 거냐고 말하자 엄마는 너 같은 건 자식도 아니라면서 미쳤다는 걸 미쳤다고 말하지 뭐라고 더 말해줄까 라면서 더 심한 욕을 했다. 평소 학교에서도 접할 수 있는 욕이라고나 할까. 엄마는 요새 성적 꼬라지 보니까 장난도 아니라면서 공부에 대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고 또 옆집 자식이랑 비교한다.
이번엔 나도 잘못한 게 있어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기미로 있자 엄마는 조금 침착한 목소리로 호흡을 고른 뒤에 진지하게 내 눈 똑바로 보라면서 말한다.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시울이 붉어진 엄마의 눈을 봤다. 기껏 자식을 키워 놨더니 결과가 이러니까 너무 분한 마음에 그런 걸까. 그 정도는 나도 이해한다. 충분히 화가 나고 억울하단 것을.
“나르샤야.”
“네.”
“난 이제 포기하고 싶다.”
“………….”
“딸이고 뭐고 간에 너 포기 하고 싶어. 엄마라는 것도 다 때려치우고 싶고 키우는 것도 때려치우고 싶어. 마치 너와 나 남인 것처럼 영영 모른 채 저 멀리 가서 살고 싶어. 하지만 난 지금 포기 못하고 있어. 너 하나, 친가에서 보란 듯이 키워주고 싶어서. 네가 내 하나 뿐인 딸이란 이유 그 하나로 버티고 있어. 정말 너 하나만큼은…… 열심히 키워주고 싶어서. 저번에 내가 한 번 말했지만 너도 알잖아. 친가에서 널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엄만 항상 내 모습을 보면 그 자체가 충격이겠지만 지금으로선 내가 조금 더 충격이 컸다. 내가 그렇게도 힘들고 지친 것일까. 엄마는 항상 ‘야’, ‘너’, ‘이 년’이라고 불렀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내 이름을 불러줬다. 그것도 구슬프게.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항상 반말을 했는데 존댓말로 엄마를 보던 눈을 밑으로 내렸다. 그러자 엄마가 하는 말이 날 포기 하고 싶단다. 너무 지쳐서 딸을 포기하고 싶단다. 그 말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엄마는 포기 하고 싶지만 하나 밖에 없는 딸이란 그 하나로 악착같이 이를 악 물고 버티고 있단다. 그런데도 난 항상 이 나이에 철없이 굴어대니 어디 안 슬픈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난 잠자코 듣다가 엄마의 입에서 나온 ‘친가’란 말을 들었다. 친가……. 다른 사람들은 친가가 좋다니 할머니가 보고 싶다니 친척들이랑 화목하게 모여서 논다니 그런 말을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친가는 다르다. 외가는 괜찮은데 아빠 쪽의 친가가 문제인 것이다.
친가는 현대와 다르게 옛 풍습이 조금 남아 있다. 남녀평등이란 요새 세상 속에 차별이란 게 있던 것이다. 친가 쪽에 사람들은 모두 아들을 낳았는데 우리 엄마 혼자 딸을 낳았다. 그래서 남자를 더 아끼고 여자를 천하게 본다. 즉, 내 또래의 친가 사촌들은 남자란 이유로 예쁨을 받고 잘 챙겨줬지만 난 여자란 이유 하나로 친가에서 버림받았다. 아니, 지금도 받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자란 이유로 차별을 받는 예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제사다. 친가에선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 거의 한 달에 한 번 제사가 있는데 내가 항상 친가로 가서 제사를 지낸다. 그 때마다 항상 날 따가운 눈초리를 줬다. 아마 그 눈초리가 16년 된 것 같다. 매일 헐뜯고 일은 일이랴 다 하고 몸은 몸대로 지쳐가고 그 상황에서 뭐라니 매일 시키기만 한다. 그리고 친가와 싸워 제사에 안 나오는 엄마를 들으라는 식으로 욕을 한다.
그런 것에 지쳐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안타까운지 아빠한테 전화를 해서 말해봤단다. 하지만 아빠는 가족이란 것 보다, 아빠의 아내란 엄마란 사람보다 친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엄마는 거짓말쟁이라면서 낙인이 됐다. 그 것도 어쩌면 부부싸움의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
“친가의 따가운 눈초리를 봐 오면서 너를 항상 품 안에 안고서 그 모든 시련들을 견뎌왔어. 가끔 걸려오는 사소한 시비마저. 그런 친가들에게 외동인 여자로 태어난 자식이지만 잘난 척 하는 아들보다 더 잘 되는 걸 보여주려고 열심히 키워왔어. 그리고 어느덧 넌 중학생이 됐어. 어느 정도 컸으니까 잘 따라주겠지 이정도 성적이면 잘 따라오겠지 하고 믿었어.
하지만 그냥 믿는 걸로만 돼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어. 자꾸 가면 갈수록 넌 밑으로 하락하더라. 그걸 막으려고 했지만 서로 부족한 게 많아서 못해줬어. 참 자식 하나 잘 키워줘야겠단 생각으로 했는데 내가 잘못 한 것 같다. 악 조건의 환경 속에 잘 버텨 와 준 너인 것 같은데 사람이 그렇더라고. 욕심이. 너 하나니까 악착같이 키우려고 했는데 그 방법이 틀렸나보다. 나르샤야, 정말 난 엄마란 것도 뭐고 간에 이젠 포기 하고 싶을 만큼 지쳤어.”
엄마의 기나긴 말을 끝으로 엄마는 몇 년 만의 눈물을 보여줬다. 엄마가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단 걸 대신 말해주는 엄마의 울먹거리는 목소리와 줄기를 타듯 흐르는 눈물에 눈물을 흘려버렸다. 나도 항상 정신을 차리고 잘 해야지, 잘 해야지 생각은 하고 있지만 너무 때 늦은 시기라서 마음만큼 고치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더 빨리 엄마의 마음을 알았더라면 적어도 덜 싸웠을 텐데 어쩌면 부부가 싸운 이유 중에 하나가 내가 처신을 똑바로 못해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난 미안한 마음에 휴지를 몇 장 뜯어 엄마의 눈물을 닦아줬다. 엄마는 괜찮다면서 다 내 잘못이라고 이렇게 늦은 밤까지 괜한 잔소리해서 미안하다며 어서 자라고 일어선다. 날 등지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난 힘없이 알겠다고 끄덕이곤 나도 죄송하다면서 말하고 내 방문을 닫곤 침대에 몸을 던져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뭐? 딸이라고? 그럼 그렇지. 네가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 꼭 지 같은 딸이나 낳고 말이야.’
‘너 같은 인간은 사람도 아니야.’
‘그 여자가 하는 게 원래 다 그렇지. 딸이 뭐야? 딸이. 촌스럽게.’
‘난 정말 포기 하고 싶다. 엄마란 것도 이 가족이란 것도.’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다. 이때까지 들은 아빠의 말과 엄마의 말. 그리고 친가에서 들은 말을 생각하니 하나하나 보면 부부싸움의 원인이 딱 하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만약…… 없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조금은 더 편하게 갈라지던 가 사이가 좋던 가 할 텐데. 왜 이제야 생각이 난 걸까. 엄마도 아빠도 아닌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우리 가족의 불협화음이 왜 ‘이것’이란 걸 생각 못했을까.
우리 가족이 항상 불행하던 이유를 안 난, ‘왜 이제 알았지.’ 라고 생각을 하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이유 하나만 없었더라면 이 모든 건 괜찮게 잘 굴러 갈 텐데 말이다.
“이제 이유를 알았으니까 그것만 처리하면 되겠지……. 내가 바보긴 바보인가 보다.”
어릴 때부터 쭉 부모의 시린 싸움을 봐 왔을 때 버릇이 생겼었다. 바로 도화지 크기만 한 하얀 종이로 비행기를 접는 것이다. 내가 상처를 받았거나 오늘 하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높은 하늘에 띄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보니까 이렇게 지금 상황에서도 무의식중에 종이비행기를 접고 있던 것이다. 이유를 알고 나서 조금은 홀가분한 느낌이 들어 이때까지 접었던 종이비행기를 하얀색 상자 안에 넣었다. 그리고 한 결심을 했다. 해서는 안 될 위험한 결심을.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왜 또?”
“엄마.”
“왜? 난 지금 설거지 하고 있어서 바빠. 뭔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해.”
“아니. 물어 볼 게 있어…….”
“뭔데?”
“엄마는 날 소중하게 생각해?”
며칠이 지나 덥던 날씨가 조금은 서늘할 때의 오후 5시경. 집에 돌아오고 나서 설거지 하느라 바쁜 엄마한테 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설거지 하던 걸 멈추고 갑자기 왜 이러냔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그러다가 엄마는 다시 뒤돌아 설거지를 하면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소중한지 안 소중한지 있단다. 그 말을 듣고 ‘아, 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
“엄마.”
“왜?”
“만약 엄마 주위에 있는 사람이 죽으면 어떡할 거야?”
“내가 아냐. 나랑 상관없는 사람인데 죽든가 말든가. 이상한 질문 할 바엔 공부나 해.”
사람이…… 죽든가 말든가 상관을 안 한다는 걸까. 엄마의 마음을 알고 고개를 미세하게 흔들고는 방으로 들어가 배터리가 한 칸 밖에 없는 폰으로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했는데도 안 받는 아빠.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아빠도 날 꺼려하는 걸까 생각하고 그만 끊으려고 할 때,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 나르샤야, 왜?
“아빠 지금 뭐해?”
- 어…… 아빤 일하고 있어. 또 밥 먹으러 가고 싶어?
“아니. 그러려고 전화한 거 아냐. 그냥. 그냥…… 아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아빤 내가 전화하는 이유는 항상 밥 먹으러 가는 줄 알고 물어보자 난 아니라면서 그냥 아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한 거라고 했다. 아빠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서……. 마지막이니까. 딱 한 번만 아빠의 목소리를 듣자. 1초라도 더. 어느 정도 아빠와 통화한 다음에 난 아빠한테 잘 하지도 않던 사랑한단 말을 했다. 그러자 아빠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본다. 그 말에 난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고개를 흔들고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종이비행기가 있는 하얀 종이를 꺼내려고 할 때 엄마가 반상회가 있다고 늦을지도 모르니까 밥 먹고 공부하고 자라고 말하곤 가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난 미처 중요한 말을 못했다.
아직 엄마가 돌아오지 않은 밤 11시경. 25층의 아파트인 우리 집의 옥상을 향해 올라갔다. 제일 중요한 원인도 알았겠다, 사랑한단 말도 했겠다, 내가 마지막까지 해야 할 일을 모두 한 것 같아 우울할 때마다 접었던 종이비행기기가 들은 하얀 상자와 배터리가 없는 폰을 들고 옥상의 문을 열었다. 꽤나 시린 밤. 내 마음도 이 공기처럼 시릴까.
이제 때가 온 것 같단 생각에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옥상의 난간에 올라갔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어 그 난간에 앉았다. 지금의 심정……. 너무 아찔하다. 보기만 해도 무서운데 평소에 용기 없는 내가 잘 해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마음, 모두 다 정리해 놓은 상태라서 난 하얀 상자를 열고 종이비행기를 들었다. 그리고 종이비행기를 하나씩 던지면서 생각을 하나씩 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용기 내는 말, 비록 내 앞에서 부모님이 듣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마치 듣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멋진 아빠와 예쁜 엄마가 있는 아주 행복한 한나르샤라고 합니다. 저는 처음으로 용기 내어 말하려고 할 테니까 마음속으로 잘 들어주세요.”
『나는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싸우는 부모 밑에서 자라왔고 그 밑에서 시린 싸움을 봐 왔습니다. 태어 날 때 여자란 이유로 친가에서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가나다’란 언어를 배울 때 ‘상처’를 배워왔습니다. 어느덧 지긋한 싸움을 본 지 16년입니다. 저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고 있는데 시간만 흐릅니다. 상처가 흉터가 되고, 흉터가 저의 뜨거운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흘렀습니다.
나는요,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쓸데없는 것에 미친 사람처럼 철없는 자식입니다. 그런 철없는 자식이 꿈이란 걸 믿고, 가족의 화목이란 단어를 믿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누가 뭐래도 제 딴에 참을 만큼 참아왔습니다. 하지만 참으면 병이 된다더니 그 말이 맞는 걸까요. 전 한 부모의 밑에서 우울증이란 마음의 병이 생겼습니다.
나는요, 더 이상 싸우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보기 싫어요. 도대체 우리 가족의 불협화음은 어디서부터가 시작인 걸까요. 저도 다른 가족들처럼 옹기종기 앉아서 사소한 TV보기라던 가, 어디 놀러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게 돌아오는 건 상처가 아닌 더 심한 흉터였습니다. 그렇지만 엄마와 아빠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니까 딸답게 징검다리 역할을 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서 징검다리 역할이란 너무나 컸기에 작은 제가 역할하기엔 너무나 버겁기만 한 존재입니다.
이런 저도 힘든데 엄마와 아빤 얼마나 힘들까요. 나보다 더 아픔을 겪고 싸우고 싶지 않아도 싸워야 했던 엄마와 아빠 사이에 놓인 저이지만, 엄마와 아빠가 저보다 더 많이 참아 왔을 거예요. 어쩌면 전 그냥 단순한 병이지만 엄마와 아빠는 평생 짊고 갈 치명적인 병을 앓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버티고 있는 엄마와 아빠인데. 전 그 사소하고 단순한 병을 못 이긴 것 같습니다.
그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죄송해요.’ 란 말 밖에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너무 소심해서 용기를 가질 수 없던 딸, 이런 딸이 정말 자식인 게 맞는 걸까요. 하나밖에 없으니까 열심히 살고 더 노력해야 하는데 전 이게 한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부부싸움의 원인을 안 것입니다. 바로 근본 적인 이유는 딸인 ‘저’인 것 같습니다. 절 사이에 놔두고 서로 등지고 있는 엄마와 아빠를 보니 제가 태어난 게 잘못 된 거라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저란 자식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러니 엄마와 아빠. 잘난 자식이 들어와야 할 텐데 이 못난 자식이 잘못 들어 온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절대 태어나면 안 될 존재인데 행복한 가정의 분위기를 망가뜨려서 죄송합니다. 기껏 키워주셨는데 자식이란 사람이 이 정도밖에 못 돼서 죄송합니다. 너무나 못난 자식……. 저 같은 못난 사람, 이제 사라져 줄게요. 모든 원인이 나 하나 때문이니까.』
마지막 비행기를 남긴 상태로 전화가 울렸다. 폰의 화면을 보고 난 얕게 웃어보였다. 엄마구나……. 받을까 말까 생각을 하다가 아까 못 한 말이 있는 것 같아 전해줘야 할 것 같아 전화를 받았다.
- 너 지금 어디야? 어디 있는 거야? 빨리 말하지 못해?
“엄마. 나 지금 무서워요.”
- 뭐? 너, 너 지금 어디야?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무서운데 조금은 홀가분한 것 같아요.”
- 나르샤야,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엄마. 그냥 제 말 잘 들어줘요. 엄마, 항상 건강하고요. 이젠 제가 없으니까 항상 행복하세요. 못난 자식, 항상 엄마한테 못된 말썽만 피워서 죄송해요. 못된 짓만 하고 먼저 가서 죄송해요.”
- 너 지금 어디야? 응? 너 혹시…….
“네. 그 혹시가 맞아요. 전 지금 하늘 꼭대기에 있어요. 응석도 못하고 용기도 없고 해서 못 말했던 저이지만 지금 만큼은 전달해주고 싶은 게 있어요. 엄마……. 정말 사랑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엄마한테 미처 전해주지 못했던 말. 그건 사랑한단 말. 난 그 말을 마치고 폰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배터리 없는 폰을 하얀 상자 옆에 놔두고 마지막 비행기를 집고 천천히 일어서서 그 비행기에 내 마지막 할 말을 실었다.
“엄마, 아빠. 다음 생에는…… 저보다 멋진 자식 만나서 항상 행복하세요. 먼저 먼 나라로 가서 죄송합니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난 마지막 종이비행기를 힘껏 힘을 실어 저 멀리 던졌다. 그 어떤 종이비행기보다 멀리 멀리 하늘을 가로 지르는 종이비행기. 그 종이비행기는 계속 하늘을 날다가 내가 천천히 앞으로 걸으며 한 생각을 하고 몸을 던지자 그 종이비행기는 나를 따라 밑으로 추락한다.
‘정말 다음 생에는 저 같은 불길한 자식 말고 저보다 멋 진 자식 만나서 항상 행복해야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웃어야 해요. 못난 자식, 못난 행동만 하다가 이렇게 떠납니다. 이때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울별이티라고 합니다.
아하하... 가상은 슬프시다고 하시던데 소설 내용은 전혀..
눈물이 안 날 정도로 허무하게 끝냈어요 ㅠㅠ
비루한 소설을 쓴 전 여러분들을 볼 면목이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 쓰는 새드라서 싱숭생숭 하네요.
이 일은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누구라고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나르샤란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결코 해서는 안 될 결심을 했습니다. 아주 위험한 결심을요.
모든 부부싸움의 원인이 자신이란 걸 깨달은 나르샤는 고된 생각을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도, 실제의 그 주인공도 모두 먼 나라에 부모보다 먼저 갔습니다.
항상 자신에게 싸움만 보여준 미운 엄마와 아빠지만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키워주셔서
멋진 아빠와 예쁜 엄마라고 한 게 아닌 가 싶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챙겨준 부모님.
그 부모님보다 세상을 먼저 뜬 나르샤. 나르샤란 순 우리말로 사랑이란 뜻입니다.
현생엔 비극으로 끝난 나르샤이지만, 다음 생엔 항상 사랑을 받는 나르샤가 되길 바라며 이 소설을 마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저의 소설을 봐 주시느라 감사합니다.
다음엔 이번 우수작가모집에 응모한 '고목'을 주제로 한 단편을 낼 예정입니다.
시간은 다소 걸릴 예정입니다. 글 실력이 형편없는 울별이티의 소설을 봐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넌 울었니. 안 울었니. 처음으로 새드 단편을 썼을 때 네가 하나도 안 슬프단 말에 오기가 붙어서 미친듯이 써봤단다 아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만족하는 거니 만 거니 아닌 거니 싫은 거니 소설 작품이 없이 없어서 우는 거니 ㅋㅋㅋㅋㅋㅋㅋ
으헝헝 울뻔했어 ㅋㅋ 하지만 난 강인한 녀자ㅋㅋㅋㅋㅋㅋ 이런일로 울지 않아!! 훌쩍 ㅠ^ㅠ 크헝헝헝헝!!!!!
다음엔 널 울릴 목적으로 눈에 불을 키고 해야겠다 ㅋㅋ 봐줘서 고맙고 다음에 보자고 ㅋ
아 진짜 슬퍼요 아 뭐라고 써야될지를 몰르겠네용 제친구한테전화해서 울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내친구가 안믿어요 ㅠㅠ 그친구가 누군진 아시리라믿어요 그럼 추천하고가요 안녕히계세요ㅡ
☆ ㅋㅋ 아고고 정말 우셨어요? 부족한 글 솜씨라서 ㅋㅋㅋ 안 우실 줄 알고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 그 친구가.. ㅋㅋ 믿길 바라며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늦게 봤네요. 가상부터 찡했던 소설이라서 읽겠다고 다짐했는데, 읽고나니깐 더 찡한게 눈물찔끔합니다. 실제로 주위에서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살아오던 환경.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주위에도 그런 친구가 있거든요. 정말 잘 보고갑니다. 나르샤…안타까워요….
☆ 저 역시 나르샤와 비슷한 환경이라서 누구보다 공감이 잘 되고요 소설 쓰면서 ㅋㅋ 처음으로 눈물 찔끔 거렸다죠. 부족한 글 솜씨로 쓴 소설, 잘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나 울어 버려네요..ㅜㅜ
☆ 어쿠 정말요? ㅠㅠ 안 슬프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는데 ㅋㅋㅋ 조금은 다행? 이란 생각이 들어요 ㅠㅠ 글 실력 부족한 소설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그냥 울어버리게 됐어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 저, 정말 우셨나요? ㅠㅠ 막상 가상은 슬프게 해서 기대치를 올렸는데 소설 내용 보시고 실망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예요 ㅠㅠ 이렇게 리플 써주셔서 감사하고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눈에 눈물이 고였는데.. 눈물이 떨어지지는 않아 ㅎㄷㄷ 나는 눈물이 메말른 뇨자? 근데 난 저런 엄마가 있었으면 가출할 것 같아.. 증말. 저런 엄마가 다 있음 ㅎㄷㄷ 진짜 슬펏어!! 처니 누르고 갈께!
☆ 이런 곳에도 추천을 눌러주다니 정말 고맙소 ㅋㅋㅋ나 역시 내 소설 보고 눈물이 고였지 흐르지는 않았어. 아니다 딱 한 방울 흘렸나 몰라 ㅋㅋㅋ 어쨌든 나름 가족의 사정이 있으니까 엄마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 즐거운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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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과 공감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주인공을 보며 좀 더 힘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레이시님 화이팅!
눈물이 흘르지않아 슬퍼 요.. 근데 너무슬픈내용이랄까요 ㅜㅜ 아... 너무슬프네요/// 추천할게요]
☆ 하하 그게 바로 저의 단점이라고 할까요. 보통 다른 소설보고도 잘 안 우는 메마른 감정 때문에 소설 속에서도 그렇게 슬프게 적을 수 없나봐요 ㅠ 앞으로 더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추천 고맙습니다! 곧 심킬 가지고 올게요 ㅠㅠ
우옹 심킬 심킬을 기다렷쳐요
끝에서눈물날뻔 ㅠㅠㅠ 어허헝..너무슬펐어요! 부모님께잘해야겠다는생각했어요! 잘보고갑니다!
☆ 부모님은 해준 게 많은데 자식이 못 느끼는경우가 많죠. 저도 이 소설을 통해서 조금은 반성하고 열심ㅎ 살아보려고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아....정말안타까워요 많이힘들었을꺼예요ㅠ 저는 나르샤가 자살이라는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가네요ㅠ
☆ 많은 고뇌 하에 결국엔 안타까운 선택은 했지만, 나중에 보다 좋은 딸로 태어나길 바래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자살은 하지마 ! 나르샤가 오해하고있는 부분도 많을꺼야... 친정에서 얼마나 나르샤를 생각하고 사랑하고있단 걸...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자살을 선택하지않고 2탄이 나왔으면... 모든 오해를 풀고 행복한 모습을....보고싶은데...
나르샤... 실제 나르샤는 아직 죽지 않았잖아? 힘내!... 행복할 내일을 향해!...
나두 나르샤처럼 딸이라 차별받나? 할때많았지.... 그런데 아니란걸 뒤늦게 알았지!..
나르샤도 얼릉 깨닳고 모든 오해를 풀고 ..... 사랑해... 나르샤~ ^ ^
☆ ㅋㅋㅋㅋㅋ 나르샤한테 편지 쓰는 건 줄 알겠어
ㅋ 난 나르샤가 누군지 아니까.... ^ ^
편지쓴거 맞어! ....ㅋ
나두 추천했는데 ... 뭐없냐? ㅋㅋ
난중 맛난거 쏴라... ㅎㅎ
☆ 저 사람이 누구라고 안 다 말해 ㅋㅋㅋ 뭘 쏴 ㅋㅋㅋㅋ 안 쏴 ㅋㅋㅋ
쏴!~~~~~~~~~~~~ 난 피자좋아해....ㅎㅎㅎ
조금 조금 알거 같습니다 ㅠ.ㅠ 저도 가족상황이 좋지 않고 친가쪽에서도 아들쪽만 우대하고 ..할머니한테 공장가서 남동생한테 공부해줄 돈 보태주라는 말이 막 생각이 나네요 ㅠ_ㅠ ㅎㅎ 울었습니다! ㅠㅠ 슬프네용 ㅎㅎ 나르샤는 정말 끝까지 엄마아빠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요. 세상에 변치않고 있는 예쁜 마음이 정말 많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ㅠㅠ.....ㅎㅎ
☆ 네. 나르샤가 힘들지만 힘을 낸다면 좋을텐데 안타깝게 됐죠 ㅠㅠ 많이 밀린 소설인데도 찾아오셔서 감사합니다!
슬퍼요
아 그런가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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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요? ㅠㅠㅠ 안 슬프면 어쩌나 걱정 정말 만히 했는데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폭풍 눈물이예요. 왜 이렇게 슬퍼요..ㅠㅠ
☆ 정말인가요??? ㅠㅠㅠㅠㅠㅠ 슬프다니 다행이네요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슬퍼요...에휴..
☆
으허어엉어엉어어어어어ㅓ어엉어ㅓㅇ어ㅓ어어어어어엉
☆ 아쿠쿠.. 별로 안 슬픈 내용인데 우시면 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그냥 눈물만 ㅠㅠㅠ 한참 오래 된 거라서 찾는 것도 힘드실텐데 이렇게 보시니 깜짝 놀랐습니다!! 현재 이 소설은 중편으로 나왔구요 중편이 보고 싶으시다면 인소닷창작완결방에 들어가셔서 제목을 쳐 주시면 나올거예요! 그게 더 슬퍼용 ㅠ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과외해야 되는데 ㅠㅠ 눈물자국으로 들어갈라니까 ㅠㅠㅠ 아 진짜 너무 슬퍼요..제발 현실에서 다신 이런일 안일어났으면 좋겠어요 ㅠ 작가님 글 잘보고 갑니다.
☆ 이렇게 한참 묻히고도 더 묻힌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잘 보셨다니 다행이고요 이 소설은 현재 중편으로 만들어져 완결방에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면 찾아보시고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잘보고 가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