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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설 한편 쓰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예요-
한번 삘받으면 좔좔 뽑아져 내지만
아닌 이상은 아예 손도 안 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오늘 대략 2시간 정도 시간이 걸려서 3편을 썼는데
몽땅 다 날아가버린 거 있죠 (울먹)
그래서 다시 복구하는데 화가나서 제대로 못썼어요
으엉으엉 처음껀 꽤나 마음에 들어서 계속 써내려갔는데
날아간 것 만큼 잘 쓰지 못한 것 같아서 속상해요.
그래도 재밌게 봐주세요-
30편을자축하며. 완결까지 내도록 힘 많이 주세요!
※_030
다음 날
"지금 뭐하는 거야?"
"뭐가요!"
"아직도 삐져있는 거야?"
"안 삐졌어요! 내가 뭐 어린앤가?"
"어린애 맞구만"
"아니라구요!"
"아니라는 사람이 그게 뭐야?"
"..뭐가요!"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얼굴만 쏙 빼놓으면 단가?"
"흥"
아무 래도 저 여자 단단히 삐진 모양이다.
저렇게 유치하게 마냥 어린애 같은 얼굴로 저러는 걸 보니
미안하면서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뭐요!안 삐졌다니까 계속 왜 이래요!"
"안 삐졌다면서 너야 말로 왜 이렇게 어린애 같이 구냐고!"
"치! 몰라요 빨리 회사나 가요!"
이 어린아이 같은 여자가 회사를 가란다.
당신은 삐져서 방에서 나오지도 않은 사람이 말이다.
어젯 밤 잠을 자면서도 내내 등을 돌리고 누워 있질 않나 뽀뽀해주고 안아줘도
얼굴만 빨개질 뿐 도무지 내색을 하지 않았던 녀석이였다.
"니가 그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회사를 가?!"
"왜 못가요!"
"나더러 마냥 삐져있는 널 두고 회사를 가라고? 차라리 영감한테 맞고 말겠다."
"안 돼요! 빨리 회사 가아"
"알았으니까 나와. 배웅 안 해줄꺼야? 회사 가지 말까?!"
"칫."
결국은 현섭에게 못 이겨 방에서 슬금슬금 나오는 그녀였다.
아무래도 어제 엉덩방아 찐 게 꽤나 충격인 모양이다.
그 때부터 삐져서 저러고 있는 걸 보면.
자신의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어오는 하영의 모습이 귀여워 죽겠다.
병아리 잠옷을 입고 슬렁슬렁 걸어온다.
"이제 됐죠? 빨리 가요!"
"계속 그렇게 뾰루퉁 하게 삐져 있을거야?!"
"안 삐졌다니까!"
"어쭈 이젠 소리까지 질러?!"
"으엉으엉 왜 자꾸 나 괴롭혀요 으엉으엉 안 삐졌다니까 삐졌다고 하고 으엉으엉"
"피식 알았어 울지마 우리 애기"
그러더니 하영을 안아준다. 잔뜩 억울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칭얼거리며 우는 걸 보니. 마누라를 데리고 사는 게 아니고
7살짜리 꼬맹이를 데리고 사는 기분까지 들게 한다 이 여자는
"내가 엉덩이 얼마나 많이 아팠는지 알아요? 으엉으엉 그것도 모르고 우엉"
"미안하다고 했잖아 바보."
"훌쩍 알았으니까 빨리 회사 가"
"울지마."
"알았다니까 빨리 회사 가아!"
"나참, 예전까지는 회사 가지 말라고 그렇게 난리더니 이젠 회사 가라고 난리야?"
"빨리 가. 아버님한테 당신 혼나는 거 싫어."
이 여자 오늘도 내 걱정이다.
눈물이 닦으며 칭얼거리는 하영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안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싶은 심정.
"빨리 가라니까 왜 자꾸 멀뚱 하게 서 있어?!"
"그건 그렇고 이봐 ."
"왜!"
"또 은근슬쩍 말 놓네?!"
"헙.."
얼굴까지 빨개지는 하영
이 남자 도무지 틈이 없다.
조금 삐져있다는 이유 만으로 파고 들어갈 생각이였지만 정말 대단한 남자다.
조금의 틈도 용납치 않는 대단한 남자. 포기다 포기.
백기를 들어버리는 하영.
"피식."
"웃지마요 하나도 안 이쁘니까!"
"푸하하."
"웃지 말라니까아!! 그리고 이젠 다신 반말 안할꺼니까 알아서 해요"
"그러던지. 회사 가야겠다."
"잘 다녀와요."
"응 다녀올게."
자신보다 키가 작은 하영에게 몸을 굽히더니 입술에 입을 맞추고 문을 나선다.
나서자 바로 자신의 층에 서는 엘르베이터에 몸을 싣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하영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미소를 보여준다.
아 이런 벌써 부터 이렇게 약해져서 쓰나.
'방금 본 얼굴인데 이렇게 미치게 그립다니. 이거 중독성이 심하구만'
현섭을 보낸 하영이 집으로 들어온다.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된 하영이 소홀했던 혁을 만나러 가기로 맘 먹는다.
대충 치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 하영.
In.하루카.
딸랑
오랜만에 들리는 효과음에 하영은 그저 신났을 뿐이다.
하영이 들어오자마자 bar에 앉아있던 혁이 일어나더니
"오!병아리?"
"오랜만이야 혁아 잘 지냈어?"
"이거 섭섭한데?"
"뭐가?"
"언제부터 우리가 잘 지냈냐는 말을 할 만큼 멀어졌지?"
"피식 글쎄요!"
"요즘 친구는 안중에도 없고 서방이랑 노느라 바쁘지 이것아?"
"그러게 말이야. 한창 신혼 분위기 나는 것 같아. 미안 혁아."
"피식 그래도 찾아준 게 어딥니까 병아리씨 뭐 먹을래 오랜만에 왔으니까 맛있는 거 다 쏘마"
"정말? 우와! 신난다!"
"밥 먹었어?"
"아니 아직."
"그럼 밥부터 먹어. 세호야 이거."
새로운 종업원인지 꽤나 깔끔하게 생긴 남자 한명이 혁의 부름을 받고 나온다.
그리고서 메뉴판을 보더니 이것 저것 골라주자 세호라는 사람은 알았다며 주방으로 들어가고
하영은 그런 세호를 멀뚱히 바라본다.
"소룡씨는?"
"글쎄."
"글쎄라니? 그만뒀어?"
"......잘 몰라."
"잘 모른다는 건 또 무슨 소리야!"
"피식."
그저 웃기만 하는 혁의 모습이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웃어주는 하영이였다.
다음 말을 꺼내려던 하영이 오늘 따라 귀에 익은 딸랑 효과음에 시선을 그쪽으로 옮긴다.
그리고서는 들어오는 두 사람에 의해 눈이 커진다.
"소룡씨?"
"아 오랜만이네요."
"응. 그건 그렇고 일 안 하고 어디 갔다 오는 거예요?"
"글쎄요."
"어라? 오늘 왜 이래 다들? 글쎄라니요. 그만 뒀어요?"
"잘 몰라요."
"잘 모르다니요."
"그냥 다시는 여기서 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형 나왔어 서린이랑"
"어떻게 둘이 같이 와?"
"아직 말 안했나? 우리 사귀기로 했어."
"....!!!!!!"
서린과 소룡은 하영의 옆 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자 서린은 왠지 모르게 혁의 눈치를 보며 멀뚱멀뚱 거린다.
"뭐 먹을래? 맛있는 거 먹고 싶은 거 시켜. 내가 널 위해서 팍팍 쏜다"
"너 계속 말 깔래?"
"뭐 어때. 사랑하는 사이엔 그런 거 없어."
소룡의 마지막말에 서린은 얼굴이 붉어지며 혁이를 바라본다.
하지만 혁은 두 사람의 연애사엔 관심없다는 듯이 일만 할 뿐이다.
"먹고 싶은 거 시켜. 그리고 형은 잠깐 나 좀 봐."
"그래-"
그러더니 두 사람은 외부인 출입금지 라고 써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남겨진 하영과 서린은 어색이 흘렀다.
"유하영씨 맞죠? 혁이가 병아리라고 부르는"
"아...절 아세요?"
※_031
"네. 저도 혁이의 친한 친구라고 생각되는 사람이니까."
"아..그렇군요"
"임서린이라고 해요."
"아 전,"
"알고 있으니까 됐어요. 사실 나 하영씨 잘 알아요."
"네? 절 어떻게-"
"혁이 녀석이 매일 입에 달고 다는 사람 하영씨 였으니까. 내가 무슨 말만 하면 하영씨 이름부터
하영씨 걱정부터 했었거든요 저 녀석."
"아.."
"그래서 누군지 참 궁금했어요 그런데 문득 저번에 bar에 들렀을 때 하영씨가 있더라구요
혁이랑 이야기 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방해하기 싫어서 그냥 간 적 있었어요."
"..."
"그 후로 몇 번 봤었는데 하영씨는 아마 모를 거예요."
"아 죄송해요."
"죄송할게 뭐가 있어요. 참 엉뚱한 사람이네요 하영씨."
"...."
"나 하영씨를 보면서 꽤나 많이 질투하고 시기했었어요. 미워하기 까지 했었는 지도 몰라요."
"무슨.."
"나 사실은 혁이 녀석 좋아하거든요"
"네에!?!?!?!"
무언가 생각을 하듯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결국 내뱉은 말이 혁이 녀석을 좋아한다는 말이였다.
그 말에 당황한 하영은 이 여자가 왜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지? 라는 얼굴로 바라봤다.
"고백했었어요. 좋아한다고 그런데 보기 좋게 차였죠."
"!!!"
"나 참 불쌍한 여자죠. 그 녀석에게 차이면서 많은 생각을 해봤어요 물론 수준 이하의 생각도."
"..?"
"만일 내가 하영씨라면 혁이 녀석이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을 까 싶어서요"
"네? 저..전"
"남편이 있다고요?. 피식 미안해요 그 것도 알고 있어요"
"아."
"나 진짜 웃긴 여자죠. 그런 생각하고서 나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내 실 상황이고 현실이예요 그만큼 절실하니까."
"그런데 왜 소룡씨랑."
"나 말이예요 혁이 꽤나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아마 그 녀석 만난 그 날부터 좋아했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그 녀석과 나 사이는 정말 다른 사람들이 질투할 정도로 친한 친구였어요. 친구. 친구.
난 그 어린 나이에도 혁이 녀석과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다가가고 싶었는데 도무지 용기가 안났어요
그래서 유학도 다녀왔어요."
"아.."
"바보 같이 그런데도 유학 다녀와서 제일 먼저 찾은 게 혁이 저 녀석 이였어요.
잘 지냈는지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여자친구는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미치겠더라구요"
"..."
"하영씨가 내게 물었죠. 그런데 왜 소룡이랑. 나 사실 많이 지쳐있었거든요.
처음 그 녀석을 좋아하는 날부터 여지껏 한번도 그 녀석 잊어본 적 없으니까.
그렇게 절실하게 사랑했었거든요 그래서 많이 지쳐있었나 봐요.
그래서 용기내서 고백했것만 보기좋게 차이고, 힘들었어요."
"....."
"그래서 버팀목이 필요했는지도 몰라요 어찌보면 소룡이 녀석을 이용했다고 해도 맞는 말이예요.
나 참 못된 여자고 참 나쁜 여자예요. 그 녀석은 날 위해 무엇이든 해줄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그 녀석 곁에 있기로 마음 먹었는 지도 몰라요."
"아.."
"어렷을 적에 엄마가 나더러 그랬어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면 행복할 수 있다고. 내가 백날 사랑해도 날 사랑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을거래요
그 사랑에 아프고 힘들어서 금방 쓰러져 버릴 거라고 그렇게 말했죠."
"......"
"그래서 더 그랬는지 몰라요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면 나의 모든 걸 받아줄 수 있을 거라고.
소룡이가 그러더군요. 자신을 사랑 안해도 된대요. 혁이를 사랑하는 나를 포함해서 사랑하겠대요"
"......."
"나 참 못됐죠. 나 하나 힘들지 않겠다고 소룡이 녀석 이용했으니까. 나 정말 나쁜 사람이죠."
"네. 서린씨 참 못된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네요"
"!!"
"서린씨 정말 못된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네요"
자신의 말에 한치의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듯 바로 대답해 버리는 하영때문에
당황한 건 오히려 서린쪽이였다.
그러나 당당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영의 다음 말이 궁금해졌다.
"서린씨는 뭐 때문에 그렇게 자신의 사랑에 당당하질 못하는 건가요.
그렇게 몇 십년을 사랑했다면서 그 기간이 아깝지도 않던가요."
"..?"
"내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잘 못되지만 그래도 난 사랑을 하면서 항상 외치는 게 그거예요
적어도 어디에서든 내 사랑엔 당당하자고. 내 사랑엔 한 없이 강해지자고 생각했어요
그게 내 사랑이고 그게 그 사람을 위한 거니까."
"무슨 말인지 잘.."
"지금 서린씨는 서린씨의 사랑에 자신이 없는 거잖아요. 한번 차였다고 그걸로 끝내버렸잖아요.
그 만큼 사랑하고 기다렸던 게 얼만데 벌써 이렇게 풀이 죽어있잖아요.
그렇게 서린씨의 사랑은 작던가요?"
"뭐라구요?!"
"흥분하지 말고 들어요. 난 지금 서린씨를 충고하려는 게 아니예요.
서린씨가 알지 못하는 부분을 일깨워 주려는 거예요."
"......"
"사랑이라는 거 그렇게 쉬운 거 아니잖아요. 서린씨도 알고 나도 알고.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요. 말 처럼 쉽기만 한다면 이 세상에 아파할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한번씩 아픈 사랑 해보지 않은 사람도 없고, 행복하기만 한 사람도 없어요
누구나 사랑하면서 겪어 가는 단계를 서린씨는 밟고 있을 뿐이라구요"
"...?"
"내가 서린씨를 나쁜 사람이라고 한 거, 못된 사람이라고 한 건, 소룡씨를 이용해서가 아니예요.
나도 한번쯤은 그런 생각해 본 걸요. 내가 힘들지 않을 수만 있다면 어느 사람이든 상관없다.
내 사랑에 지쳐 다른 사람에게 기대볼까라는 생각 안 해본 사람.
이 세상 천지에 아무도 없어요."
"..."
"사랑은 그런 거예요. 힘들더라도 이겨내 가는 게 사랑이라구요.
그런데 내가 지금 화가나고 서린씨가 미워 보이는 건 나도 당신과 똑같은 과정을 거쳤으니까
나도 당신처럼 힘들고 많이 치이고 버려지고 상처받고 많이 해봤으니까 알고 있는거예요
난 말이예요 짝사랑이라는 하면서 내 마음 받아주지 않은 그 사람을 미워하고
또 미워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미워했다가도 그 사람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텨냈던 사람이예요."
"...아."
"그 사람이 있어야 내가 있고 그 사람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안 되버리니까.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어줘야 내가 유하영이라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믿었으니까. 그게 내 사랑이고 신조였으니까
바보 같이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천치라고 해도 상관없었으니까
내가 그 사람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또 믿었으니까. 그게 내 사랑이니까."
"!!!!!!"
"그랬어요. 나 사랑은, 나. 서린씨만큼 길진 않았지만 그래도 3년이상을 혼자 짝사랑했어요
안다고 했죠. 내 남편. 강현섭이라는 사람이예요 내 남자. 그 남자 사랑하면서
힘들고 괴롭고 아팠던 적 너무 많았지만 나 결국 그 남자한테 사랑한다는 말 받아냈어요"
하영은 행복한 듯 웃으며 자신에게 무언가 힘을 주는 말을 하고 있다.
힘내요! 라고 말 하는 건 아니였지만 그녀의 나긋나긋한 말투에 이미 서린은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힘들어서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몇 번을 이겨내고 몇 번을 견뎌냈어요
그리고 난 그 사람의 마음 가졌어요. 서린씨도 할 수 있어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어요 포기하지 않으면 되요.
그리고 서린씨의 사랑에 당당하기만 한다면 이겨낼 수 있는 거예요."
"하영씨-"
"약해지지 말아요. 혁이 녀석에 대한 서린씨의 사랑 약해지지 말아요.
이겨내요 견뎌내면 강해질 수 있어요 포기하지 말아요 서린씨"
"고마워요."
"아.고맙긴요. 내가 서린씨한테 상처 준 건 아닌가 너무 미안해요.
그리고 아까 못된 사람이라고 한 거 나쁜 사람이라고 한 거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화가 났어요"
"피식 아니예요 오히려 고맙기만 한걸요"
"..네?"
"나 하영씨 보면서 질투 했다고 했잖아요. 병아리 병아리 그런 애칭 나한테는 없었으니까.
그러면서 많이 미워하기도 했는데...혁이 녀석에게 첫번째 친구가 될 수 없음에 화나고 미웠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왜 당신이 내가 아닌 첫번째가 될 수 있었는지
혁이 녀석에게 그런 애칭을 받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힘든 사랑끝에 남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는지
사랑 앞에서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
그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는 강함
어디서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엄청난 마음
그게 그 모든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거군요.
서린은 하영을 아무말 없이 바라본다.
이 작은 여자가, 이 약해 보이는 여자가 자신보다 훨씬 낫다고
내가 이 여자 앞에서 한 없이 작아보이는 느낌이다.
참 사랑스러운 여자다.
"식사 나왔습니다."
"같이 먹어요! 혁이 녀석 많이도 시켰네."
"피식, 저기 하영씨 나 말이예요"
"네?"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런데 서린이 부르는 말에 하영은 조물조물 거리며 서린을 바라본다.
"내 자랑같이 들릴 지는 모르지만 나 꽤나 도도하다고 소문난 여자예요"
"아."
"자존심도 강하고 지는 거 정말 싫어하는 여잔데··· 참 신기하죠"
"뭐가요?"
"하영씨 앞에서 꽁꽁 숨겨 놓았던 내 마음 이렇게 털어놓은 거 말이예요.
잠깐 만났지만, 몇 십년을 알아온 것만큼 편하고 좋은 거 있죠."
"정말이요?!"
"나 사실 낯을 많이 가려요. 그래서 사람들이랑 친해지기 어려운데, 하영씬 참 좋아요"
"헤헤 다행이예요!"
"다행..이라뇨?"
"사실 처음에 서린씨가 저한테 혁이 녀석 이야기 할때, 조금 당황했거든요
왜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나 싶어서요."
"피식 그랬어요?"
"네 미안해요. 하지만 나도 서린씨 이야기 들으면서 나랑 똑같은 사랑을 했다는 생각에
마구 마구 정이 가고! 그랬거든요. 사실 서린씨의 엄청난 파워에 반했어요!"
"파워요?"
"몇 십년을 사랑한 거요! 막 그런 거 너무 멋있는 거 같아요! 꺄아!"
"피식 귀엽네요 하영씨."
"으아..귀..귀여워요?"
"네.많이요. 여자인 내가 부러울 정도니까."
서린은 한없이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하영을 바라보자
하영은 얼굴이 붉어진다.
"서린씨! 우리 친구해요 친구!"
"친구요?!"
"네! 이렇게 만나기도 어려운 인연인데! 친구 어때요?!"
"좋아요.우리 친구해요."
악수를 청하는 서린의 모습에 한없이 애기 같이 웃어대는 하영
그런 하영이 왠지 모르게 부러운 서린이였다.
윙윙..
그런데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진동소리에 '미안!' 라고 말하며
손가방을 뒤지고선 핸드폰을 꺼낸다.
[여보♡]··· 라고 최근 바꾼 수신명에 잔뜩 행복해 하는 하영이였다.
"현섭씨!"
[어디야?]
"아 지금 혁이 bar에 와 있어요!"
[점심은 먹었어?]
"먹고 있어요 혁이가 잔뜩 시켜줬거든 현섭씬?"
[지금 점심시간 훌쩍 지났어 당연히 먹었지]
"벌써 시간이 그렇데 됐나? 헤헤 맛있게 먹었어요?"
[아니 별로]
"왜요?"
[니가 해준 밥 먹고 싶어.]
"피식.빨리 들어와요 맛있는 거 해줄테니까."
[응 보고싶다.]
"나두요 많이보고싶어요."
[피식 빨리 밥 먹고 일찍 들어가. 알았지?]
"네 알았어요!"
[응. 전화왔다 끊어야겠어.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요."
뚝. 끊긴 전화를 들고 하영은 잠시 행복하게 웃더니
가방에 넣고 서린을 바라본다.
"좋아 보여."
"헤헤"
"부럽다 나도.."
"응?"
딸깍.
서린이 무슨 말을 하려 하는데 갑자기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써 있는 방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나온다.
"꺄아 니네 왜 이래?"
※_032
서린과 하영이 이야기를 하는 내내 이런 저런 소리가 나더니만
아무래도 싸운 모양이다
닦지 않아서 그런가 잔뜩 피투성이가 된 두 사람
섬뜩 할 정도다.
"괜찮아?!"
두 사람이 나오는 걸 보고 서린은 반사적으로 혁이에게 달려갔고
그런 서린의 모습에 소룡은 인상을 쓰더니 말을 꺼낸다.
"임서린 거기 니 자리 아니야. 빨리 이리와"
"......"
"그래 빨리가. 여기 니 자리 아니야."
"혁아.."
"빨리 오라잖아!! 임서린 빨리 와!"
"가. 니 남자친구 피 투성이 된거 안 보이냐 임서린"
"...휴."
차갑게 자신을 내쳐버리는 혁의 태도에 서린은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영의 말에 힘이 나 있었것만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더니만 결국엔 이 모양이다.
힘없이 서린이 소룡쪽으로 가자 소룡은 화가 난 채로 서린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당기더니
이내 bar를 빠져나간다.
"병아리 왜 서있어. 앉지"
"괜찮아? 휴. 도대체···"
"괜찮아 내가 더 많이 때렸어. 피식. 세호야 연고좀."
혁의 말에 세호는 아무 말 없이 물 수건과 연고를 건낸다.
그러자 고맙다며 받아든 혁은 물 수건으로 대충 피 나는 곳을 닦았고
연고로 상처난 곳을 바르기 시작했다.
"너."
"괜찮다니까. 나 이래뵈도 중고등학교 때 날렸던 녀석이잖냐"
"혁아."
"괜찮아..괜찮아 이깟 꺼 아무 것도 아니야."
"휴.왜 그랬어?"
"뭐가"
"왜 서린이 차갑게 내 쳤냐고"
"너 임서린 알아?"
"오늘 친구됐어"
"피식, 너 못 잡아 먹어서 안달낼 것 같더니 친구먹었냐 그새. 하여간 여자들이란"
"그런 말 할 때 아니잖아."
"니가 무슨 말 하려는 지 다 알어"
웃던 혁이 그저 아무 표정 없이 굳어지고 만다.
그러자 하영은 혁이 한 없이 걱정된다.
이 녀석 꽤나 많이 아프구나.
상처도 상처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겠어.
"너 서린이 좋아하잖아."
"글쎄"
"뭐가 글쎄야!"
"이게 좋아하는 건가."
"그럼 아니야? 그렇게 소룡씨가 피가 터질 만큼 싸우는 게 아니야?
티 내진 않았지만, 서린씨가 소룡씨 손에 끌려 나갈 때 아픈 듯 바라보면서 아니야?"
"그럴 지도 모르지. 내가 임서린 저 여자 좋아하는 지도 모르지"
"뭐?"
"충분히 좋아할 만한 여자잖아.어디 하나 빼 먹을 곳 없이 완벽한 여자야."
"그게 아니잖아!!너!!"
"그래. 그게 아니지. 임서린 여자로써 좋아하는 거, 그래 그거 맞다. 병아리 피식-"
"너 그러면서 어떻게!"
"안돼. 그럴 주 없어. 사랑..그런 거 못해. 그게 임서린이라면"
"왜!!"
답답한 듯 혁이를 다그치는 하영과 달리
느긋느긋 무언가를 즐기듯이 아프게 웃는다.
"소룡이 녀석 나한테는 친동생 같이 소중한 새끼야."
"뭐?"
"그런 그 녀석이 처음으로 좋아한 여자라고. 그래서 안돼"
"너 그럼!"
"그래. 사랑보다 우정인가 보다 빌어먹게도"
"혁아."
"잘 해주지 못해.소룡이 만큼 내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한다고 크게 말해줄 자신도 없고
연락 잘 할 자신도 없고 만나서 데이트 하더라도 재밌게 해줄 수 없고. 그래 나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형편없다고. 임서린의 남자로써는 형편없다 이말 이지"
"혁아!"
"이렇게 못난 내가 감히 임서린 저 아이를 사랑해? 나 같은 남자가? 피식. 가진 것도 없는게
뭘 그렇게 많이 탐내냐."
"너 그런 거 아니잖아!"
"사랑한다고 백번 말하려 해도, 가지 말라고 내가 미안했다고 잡고 싶어도,
이미 너무 많이 아프게 했어. 이미 너무 상처줘서 감싸줄 수 없을만큼 벌어졌을꺼야"
".."
"그런 나야. 내가 이래. 사랑 앞에서 한 없이 냉정해 지는 남자. 그게 나라고 임혁."
"혁아 제발."
"지금 아픈 건 잠깐이야. 금방 소룡이랑 행복해질꺼야. 그럼 된거야 난 그럼 됐어-"
체념한 듯한 표정의 혁이가 빈 컵을 닦기 시작한다.
그런 혁이의 모습에 난 지금까지 뭘 했나 싶어 눈물이 나는 하영이였다.
나 니 친구라고 말만 잘했지 니 아픔 같은 거 생각해 줄 겨를이 없었어 혁아.
내 사랑에만 급급하고 바빠서 항상 뒤에서 힘이 되어주던 너를 잊고 있었어.
이제서야 찾아와선 아파하는 니게 아무런 말도 해 줄 수 없는 나야.
혁아 나 너무 밉지. 친구인 내가 너무 부끄럽지. 혁아..나 어떻하니.
너 아파하는 걸 보니까 내가 더 아파.
내 소중한 친군데. 내 소중한 친구가 이렇게 아파하는 데 나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 혁아.
"흑흑.."
"울지마. 괜찮으니까"
"흡"
"바보 같은 여자. 또 내 걱정하느라 우는 거봐. 피식 넌 날 너무 좋아한다니까?!"
"바보야..흑흑.."
"괜찮아. 나도 금방 괜찮아질테니까. 멈춰버렸으니까 금방 식을 거야"
혁이의 말에 하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예 단념 해 버린 것 같아서.. 열릴 것 같지 않아서..
한참을 훌쩍 거리던 하영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게?"
"응-"
"좀 더 있다 가지 왜?"
"혁아."
"응?"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소중한 친구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응.."
"내 소중한 친구가 아파하는데 이렇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내가 너무 미안해 혁아
그런데 나 정말 너랑 서린이랑 잘 됐으면 좋겠어-"
"...."
"사랑엔 가끔씩 자신의 이익을 따질 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너무 서로만 위하는 것도
그거 좋지 않은 거야 혁아. 너흰 너무 서로만을 위하다 보니까 서로 힘든 거잖아"
".."
"욕심 부려도 돼. 소룡이 한테는 미안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응?
너랑 서린이 행복해 하는 모습 보고 싶어 혁아. 내 부탁이야. 서린이 잡아 응?"
"그럴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왜 이렇게 고집쟁이가 되어 버렸니 혁아......."
"..."
"내가 매일 기도할꺼야 너희 둘이 잘 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갈게 혁아. 힘내... 알았지?!"
"잘가 병아리"
힘든 건 당사자 일 텐데 힘이 없는 건 오히려 하영이다.
내 소중한 친구들이 모두 아파해...
그런데 나만 행복해 하고 있었어 둔해 빠진 내가...나만...행복하고 있었어.
내 소중한 친구 혁이가 아파하고 있었는데 나만...나만..
눈물이 왈칵 나서는 주저 앉아버린 하영이였다.
평소 같았음 자신 앞에서 우는 나를 달래주느라 바빴을 혁이가
내가 아무리 울어도 끄떡도 안 한다.
그만큼 자신도 힘든 거야. 우리 혁이 그렇게 많이 힘들었어.
흑..그런데 난 왜...
.......아무런 도움도 못 돼..흑흑..
결국은 한참을 울어버린 하영.
터벅 터벅 걸어가기 시작한다.
너무 서로만을 위해 상처를 입는 어리석은 사랑
너무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사랑
그런 건 하지 말자.
사랑해 주는 만큼 사랑받고
사랑받은 만큼 사랑해주는 그런 사랑을 하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이해해주고, 이해할 수 없을 행동은 하지 말자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며, 또 자신을 아끼며 사랑을 하자.
...그렇게 아프지 않게 사랑을 하자.
혁이와 서린이 너희 둘의 사랑과 나와 현섭씨의 사랑
모두 행복해 지자.
어차피 상처 받아야 할 사람이 생겨난다면..
우리가 되지 말자.
이기적인 말일 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부터 행복하자.
응?..그렇게라도 하자 혁아.
제발..그렇게 약해지지 말고 아파하지 마.
........................
내가 기도할게
우리 착한 친구 혁이 행복할 수 있게.
윙윙.......윙윙.............
"흡.."
[울어?]
"..아.현섭씨 나 안 울어요"
[왜 안 와. 나 벌써 퇴근하고 왔는데-]
"지..지금 가요. 기다려요 빨리 갈게-"
[....]
"..현섭씨?"
[집에 들어 올 땐 눈물 없이 와. 안 그러면 나 미쳐버리니까.]
"응 알았어요."
현섭의 전화를 마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위윙...하는 소리와 함께 문자 메세지가 온다.
하영은 누구지? 라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연다.
-병아리. 나 사랑해도 될까. 내가 우정보다 사랑을 택해도 될까
그래 혁아.
가끔은..........
첫댓글 혁아 ! 사랑을 택해 ! 아 소설 너무 재미있네요 ^^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 ps.협섭아 ! 너무멋있다 ! ㅋㅋ ㅋ
천재숭배자lc님 감사해요ㅠㅠ..으엉+_+항상기대해주세요 낄낆♡
우왕 슬프면서도 감동이 밀려오는 이런 소설 정말로 멋있어욤 ㅋㅋ
지켜보겠어님 우와'-'+감사해요ㅜㅜ많이사랑해주세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