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 A는 피오렌티나의 간판 공격수 루카 토니(30)의 생애 첫 득점왕 등극이 유력한 분위기다.
토니는 이번 시즌 세리에 A서 28골을 몰아쳐 득점 선두를 질주 중이다. 21골로 2위에 올라 있는 다비 트레제게(유벤투스)에게 멀찌감치 앞서 있어 이변이 없는 한 득점왕 타이틀은 토니의 차지가 될 전망이다.
UEFA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고 AS 로마와 치열한 4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피오렌티나에게 이번 시즌 남은 경기는 4월 30일(이하 한국시간) 팔레르모전, 5월 7일 레지나전, 5월 14일 키에보전 등 3경기다.
토니는 남은 3경기서 2골을 추가하면 30골에 도달하게 된다. 최근 10년 동안 토니가 현재 기록 중인 28골 이상으로 세리에 A 득점왕을 차지한 골잡이는 없었다. 현 독일대표팀 코치 올리버 비어호프가 1997-98시즌 우디네세서 활약할 당시 올린 27골이 최근 10년간 세리에 A 득점 기록의 최고 득점이었다.
28골은 최근 10년 뿐만 아니라 45년 동안 세리에 A서 없는 기록.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지난 1959-60시즌 28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던 아르헨티나 출신 골잡이 오마르 시보리(당시 유벤투스)를 만날 수 있다. 가장 최근 30골을 넘긴 전설의 골잡이는 지난 1958-59시즌 33골을 올린 안토니오 발렌틴 안젤리요(당시 인터밀란)다.
◆ 대기만성 골잡이 토니
토니는 그라운드 위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등 이탈리아 언론의 뜨거운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다. 토니의 활약에 그의 여자친구 마르타 체케토로도 모델로 덩달아 주가가 치솟고 있다.
현재 상종가를 달리는 토니지만 사실 그는 주목받는 스트라이커는 아니었다. 지난 1994년 모데나(당시 세리아C1)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토니는 2시즌 동안 34경기에 출장해 8골을 넣는 평이한 성적으로 사실상 '전도 유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토니에게는 '몸집은 크고 피지컬은 강하지만 움직임이 너무 늦다'는 혹독한 비난이 따라다녔다.
이후 엠폴리, 피오렌주올라, 로디지아니를 거쳐 지난 1999년 당시 세리에 B에 속해 있던 트레비조로 이적한 토니는 1999-2000 시즌 35경기서 15골을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이후 비첸자(2000-2001, 31경기 9골), 브레시아(2001∼03, 44경기 15골)서 활약이 미미해 '움직임이 둔한 장신 스트라이커'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하지만 토니는 2004-04시즌부터 특급 골잡이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팔레르모 이적 첫시즌인 2003-04시즌 45경기서 31골을 뽑아내며 팀을 세리에 A로 끌어올린 토니는 2004-05시즌 35경기서 20골을 올리며 일약 이탈리아 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발돋움했다. 팔레르모에서 폭발하기 시작한 위력은 피오렌티나로도 이어졌고, 파괴력은 더욱 커졌다.
프로 선수로 뒤늦게 성공한 토니는 독일월드컵서도 공격축구를 선언한 아주리 군단의 중요한 공격옵션으로 자리잡았다.
◆ 고수(高手)가 바라본 토니
이탈리아 축구는 물론 세계 축구계의 한획을 그은 영웅들의 눈에 비쳐진 토니는 당대 최고의 공격수로 부족함이 없다.
1960년대 세리에 A 득점왕을 3차례 차지한 바 있고, 현재 이탈리아 대표팀의 코칭 스탭으로 활동하는 지지 리바는 토니를 "이탈리아 축구계의 스트라이커 열전에 이름을 올렸다 해도 좋을 것", "유럽의 3대 스크라이커"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995-96시즌 세리에 A 득점왕이었던 이고르 프로티는 "변덕스러운 면이 전혀 없고,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 그의 무기 중 하나다"면서 "터무니없는 파괴력을 지녔다"고 토니의 성품과 파워에 큰 점수를 줬다.
주로 인터밀란서 활약하면서 1982, 1986년 월드컵에 출전했던 알렉산드로 알토베리는 토니의 기량에 대한 세세한 평가와 함께 소속팀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알토베리는 "근대적 스트라이커라고 할 수 있다. 상대 선수를 등졌을 때의 움직임, 테크닉, 포스트플레이, 돌파력 등에서 토니보다 우월한 선수는 없다. 이런 능력 때문에 팔레르모나 피오렌티나서 활약하며 1시즌에 20골 이상을 넣을 수 있다. 토니를 평가할 때 조심해야할 점은 그가 밀란이나 유벤투스 등 빅클럽서 활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점을 생각하면 토니는 질라르디노나 루드 반 니스텔루이보다 수준이 더 높은 선수다"고 평가했다.
조병호 기자 coloratum@imbc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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